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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조의 몽상측면 #11 100%의 니트

    아직은 만나지 못한 100%의 니트를 위하여 ― 스튜디오 ‘기조측면(Kijoside)’ 김기조 디자이너가 그린 측면의 일상 혹은 몽상


    글. 김기조

    발행일. 2014년 02월 25일

    김기조의 몽상측면 #11 100%의 니트

    이번 겨울 들어 올해만큼은 제대로 된 니트 한 벌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추위가 제법 꺾여가는 이맘때까지도 마땅히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벌써 세 번째 겨울이다. 원하는 것은 묵직한 느낌의 피셔맨니트 터틀넥인데, 일단 터틀넥 자체가 많지 않다. 어떤 것은 너무 얇거나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고, 한참을 헤매다 적당하다 싶은 것이 나타나면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식이다.

    꿈꾸고 있는 이상적 형태는 있다. 어디서 본 것도 아닐 텐데, 분명히 본 기분이다. 100% 딱 그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는데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에야 비로소 어느 정도 너그러워진 기준에 부합해 보이는 녀석을 발견했으나, 매장 몇 군데에 주문하고 나서 겨우 들을 수 있었던 대답은 품절이라는 것. 괜히 작년 여름에 기분 따라 구매했던 2% 부족한 스웨터가 아쉽고 얄밉다. 누군가에게 뜨개질을 부탁할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원하는 그것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일단 주변에는 할 줄 아는 사람도 없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그 복잡하고 오묘한 꼬임을 생각하자면 내가 직접 배워서 만들고 싶지만, 어느 세월에 될까 싶기도 하다.

    한 대쯤 집에 들여놓음 직한 가정용 니트 프린터이다. 사이즈와 패턴을 입력하면 니트를 ‘프린팅’해주는 기계인데, 털실의 굵기, 즉 몇 수의 짜임인지는 해상도에 해당하며, 색상과 재질은 털실을 교체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가정용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한 벌이면 충분할 스웨터를 위해서 공장의 설비와 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3D 프린팅의 비약적인 발전이 놀라운 이 시대에 이 정도 ‘적정기술’을 개발해 줄 이는 없으려나. 비록 대체 장기 같은 것을 만들어낼 가능성만큼 쓸모 있는 원천기술은 아니지만 (물론 장기모양의 털실 인형은 본 적 있다.) 니트로 총기 같은 걸 만들어 낼 리도 없으니 윤리적인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울 텐데 말이다.

    아직도 스웨터를 찾아 헤매는 중입니다.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이 가능하신 분이나, 비슷해 보이는 걸 발견하신 분이 계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김기조 
    붕가붕가레코드 수석디자이너. 스튜디오 기조측면 운영 중.
    전반적으로 시크하지만 칭찬 앞에서는 과감히 무너진다.
    다양한 작업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재능도 있다고 믿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뭘 보여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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