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백조는 우아해 보이지만, 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물속에서 물갈퀴를 쉼 없이 움직인다고 한다. ‘프리랜서’도 겉으로 보기엔 여유작작해 보이지만, 사실상 그 누구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20일(목) 저녁 7시, 윤디자인연구소 1층 세미나룸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만화가인 조경규를 통해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위한 세 가지 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더티&강쇼: 제10회 조경규의 ‘디자인도 하고 만화도 그리고’〉의 생생한 현장, 지금부터 가보자.
목표를 작게 잡기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길을 걷겠다고 했던 초반, 조경규는 웹디자인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SNS와 같은 플랫폼이 없던 시절 예술가나 갤러리를 찾아가 아무 보수 없이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어 주는 일을 한 것. 이와 같은 일로 인맥을 점점 쌓아 갔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이 되었으며, 입소문이 나서 조금씩 알려지며 일거리도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만의 색깔을 정하지 않기
‘원하는 대로 맞춰 드립니다.’
웹, 인쇄, 그림, 앨범 재킷 등 조경규 작가가 보여준 작품은 한 사람이 했다고 하기엔 너무도 다양한 종류와 형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프리랜서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규모가 큰일을 하기보다 작은 일을 다양하게 하는 방법을 취했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는 것 대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여가는 곧 개인 작업 시간
이날의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프리랜서는 특성상 일이 있을 땐 있고, 없을 땐 없기 때문에 일을 마음대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조경규는 일이 없을 때에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했다고 한다. 평소에 좋아하는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과월호 잡지를 뜯어 콜라주를 하는 것. 그런 것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시집도 내고 만화가의 길도 걷게 됐다고. 만화가로서 그를 유명하게 한 ‘차이니즈 봉봉클럽’이나 ‘오무라이스 잼잼’의 경우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전단지를 모으는 것을 취미로 하던 것이 자연스레 발현된 것이라고 한다.
강의가 끝난 후 진행자인 강구룡과의 간단한 대담의 순서가 있었고 이어진 객석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역대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세미나가 끝난 후에도 조경규의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참 많았다. 한편, 다음 제11회 세미나 〈더티&강쇼〉는 12월 19일(금) 저녁 7시에 뉴미디어 아티스트 신기헌 작가를 초대해 디자인과 그 이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자세한 내용은 타이포그래피 서울을 통해 곧 공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