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처음 볼 때 이미지를 결정하는 시간은 단 5초. 그만큼 ‘첫인상’은 참 중요한데,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만나게 될 때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책의 표지이다. 점점 치열해지는 마케팅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책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는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책의 뒤편’이라는 주제로 북디자이너 김다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7월 18일(금) 저녁 7시, 윤디자인연구소 1층 세미나룸에서 열린 〈더티&강쇼: 제6회 김다희의 책의 뒤편(Backstage)〉의 현장으로 함께 가보자.
1. 읽다
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시작은 읽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김다희 작가 스스로도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출판사에 취직했다고 한다. 그녀는 읽는다는 것이 단순히 우리가 책을 읽듯이 원고를 읽는 것도 되지만, 원고를 통해 작가와 편집자가 책을 내고자 하는 기획의도나 콘셉트를 파악하고, 충분히 이해한 뒤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시각적으로 보여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첫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평소에도 책을 많이 보고, 서점에 방문하다 보면 자기가 만들고 싶은 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한다. 디자인한 책이 나왔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라, 그 책을 다시 읽어보면서 아쉬운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독자의 시선으로 책을 읽는 것과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책을 읽는 것은 많이 다르므로, 아쉬운 부분을 평소에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 작업에 반영하는 식으로 작업하면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2. 다르다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이 다른 디자이너의 작업에 비해 얼마나 특별한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만큼 ‘다르다’는 것은 모든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의 하나다. 같은 내용일지라도 어떻게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지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름을 위한 다름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 내용에 타당한 형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다희 작가는 시장조사를 위해 주말마다 서점에 들른다고 하는데, 매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 속에서 자신의 작품을 보는 것은 매번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 다양한 책 사이에서 어떻게 자신의 디자인이 매력적으로 돋보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함께 책을 만드는 협업부서에서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따라서 디자이너로서 내 디자인이 어떻게 최고로 보일지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 책을 그 가격에 주고 사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3. 만지다
누구나 서점에 가서 책을 만질 때 느껴지는 촉감,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책에서 나는 냄새 등의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책을 디자인할 때 옷을 갈아 입히듯 어떤 옷을 입혔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듯이, 박을 썼을 때와 코팅을 썼을 때의 차이, 가벼운 용지를 썼을 때와 무거운 용지를 썼을 때 달라지는 무게감과 인쇄 품질의 차이, 제본 방식에서 양장을 선택할 것인지 무선을 선택할 것인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김다희 작가는 이 모든 책의 물성을 ‘만지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자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 조만간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녀는 책이 주는 따뜻한 물성 때문에 종이책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4. 잇다
북디자이너라고 하면 표지디자인이 디자인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로 전체를 100으로 봤을 때, 표지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라고 한다. 물론 표지디자인은 가장 보여지는 업무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디자인 콘셉트를 잡았을 때 이를 결정하기까지 본문의 디자인, 작가와의 커뮤니케이션,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부서와의 협업 그리고 책을 출간한 뒤 이어지는 후반 작업까지 모든 과정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5. 만들다
마지막 키워드인 ‘만들다’에서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작업이 진행되는 프로세스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김다희 작가의 작업스케줄 표부터 출판사와의 협업 과정, 인쇄소와의 커뮤니케이션, 책의 홍보과정까지 현업 북디자이너의 실제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다희 작가의 강의가 끝난 후 진행자인 강구룡 작가와의 간단한 대담과 세미나에 참석한 참가자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현재 출판시장과 더불어 북디자이너로의 고민과 북디자이너를 꿈꾸는 이에 대한 조언까지 프로페셔널 하면서도 세심한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한편, 다음 〈더티&강쇼〉 제7회 세미나는 8월 22일 저녁 7시에 그래픽 디자이너 조현열, 프로파간다의 편집자 김광철과 함께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관계, 비슷하거나 다른 시점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자세한 내용은 타이포그래피 서울을 통해 곧 공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