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난 디자인 토크쇼 〈더티&강쇼〉시즌 2! 지난 9월 18일(금) 오후 7시, 홍대에서 가장 핫한 공연장 중 하나인 ‘폼텍 웍스홀’에서 그 네 번째 시간을 가졌다. 강연의 주인공은 영화판에서 명성이 자자한 프로파간다. 이미 이른 시각부터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을 보니, 소문으로만 듣던 그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시원한 입담과 절체절명의 센스로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무더위를 날려줄 것만 같은 느낌. 영화 포스터 디자인에 대한 호기심과 갈증 또한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그래픽 디자이너 강구룡의 인사로 세미나는 시작되었다.
프로파간다. 정치적 의미에서의 ‘선동’. 2008년부터 최지웅, 박동우가 의기투합해 설립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지금은 이동형 디자이너가 합류, 불행히(?)도 남자 셋이 운영하고 있단다. 주로 영화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 TV, 드라마, 공연, 영화제, 기획전, 블루레이, 패키지 등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전방위 활동을 하고 있고, ‘얼터너티브 그래픽 디자인 그래픽스’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식상하지 않은 그들만의 대안 그래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일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일은 어떨까? (영화 포스터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연예인을 가장 빨리 입신양명하며 만날 수 있는 분야라며 강구룡은 시샘한다) 영화 포스터는 모든 그래픽 디자인의 집합체인 영화 그래픽 디자인의 꽃이다. 사진에 대한 것 혹은 이미지 가공에 관한 것. 편집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타이포그래피, 캘리그래피 등 모든 디자인 집합체의 정수라고 프로파간다는 설명한다. 영화 포스터의 목적은 영화를 보고 싶게끔 만드는 일. 그렇다면 영화 포스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영화 포스터를 만들 때, ‘이 영화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포장할 수 있을까?’가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이란다.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시나리오 북과 콘티 북을 디자인하는 것. 그것의 제작은 배우들이 캐스팅되기도 전에 의뢰가 들어오는데, 표지 디자인은 영화의 압축적 상징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표지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지까지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인디자인 작업도 잘해야 한다. 포스터 아이디어 구상은 그들이 이미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부터 생각하게 되는 것. ‘왜 이 영화를 봐야 할까?’ 관객의 입장에서 납득이 가야 영화를 보게 된다. 이 작업의 쟁점은 결국,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일이다. 그들은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키워드 추출을 많이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짜는 편이다. 그들이 영화 포스터를 만들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영감을 얻느냐이다. 그것은 어려운 질문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일상의 모든 것에 영감을 얻는다고 식상하게 대답한다고.
아이디어 구현의 실제적 사례들
영화 〈피에타〉의 제의가 들어왔을 때, 다른 건 생각할 거리가 없었다. 그냥 피에타상을 그대로 재현하면 되겠다 싶어 그렇게 작업했다고 한다. 김기덕 감독도 다행히 그들의 시안을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에 일이 빠르게 진행된 경우란다. 영화 〈셔틀콕〉의 경우 한강 망원 지구에서 촬영했는데, 촬영 시기가 겨울이라 풀의 색을 보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벚꽃처럼 흐드러진 핑크색 셔틀콕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핑크색 셔틀콕을 시중에 구할 수 없었던 관계로 일일이 스프레이를 뿌려 작업했다고. 영화 포스터를 작업할 때, 사람들에게 보이는 시안은 한두 가지일지 몰라도, 그 이외에 수많은 시안을 작업한다. 로고 타입이나 레이아웃이 각기 다른 여러 시안 중에 한두 개가 선택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미지 작업이나 포토샵 작업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는 A 컷이 잘 나와주면 고맙지만, 변수가 너무 많은 까닭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지만, 평소 관심 있거나 좋아했던 일러스트레이터나 포토그래퍼와의 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영화 포스터 디자인의 꽃
그래픽 디자인의 꽃이 영화 포스터 디자인이라면, 영화 포스터 디자인의 꽃은 로고 타이틀 디자인이다. 레터링이나 캘리그래피 안에 그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어야 한다. 최지웅은 장식적인 서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뒤틀리거나 꼬부라져 보이도록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단다. 간혹 사람들에게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이 많다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건 프로파간다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한다. 프로세스는 레터링을 바로 컴퓨터에서 하는 것은 아니고 일단,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펜으로 칠해 대략적인 형태를 만든다. 스캔을 받고 일러스트레이터를 통해 AI파일화 시킨다. 본래 있는 서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그것을 조금 변형한다든가, 아예 그 영화만의 로고 타입을 따로 만든다. 제일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영화의 전용서체를 만들어 보고 싶은 것. 영화<터미네이터>나<스타워즈>같은 경우 그 영화 서체가 따로 있어 오프닝 시퀀스나 엔딩 크레딧에도 사용되고 그것으로 인해 영화 하나에 전체적인 통일성이 생긴다고 한다. 로고 타입만 봐도 그 영화의 장르나 전체적 분위기를 연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빛을 다루는 일은 포스터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빛을 어떻게 다룰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고 한다.
움직인다
둘이 작업하며 좋은 것은 스타일이 완전 다르기 때문에 상호보완이 된다는 것이다. 둘이 지금까지 관계가 잘 유지된 게 ‘서로 너무 달라서’라고 느끼는 때가 많다. 프로파간다는 독립적인 일을 많이 한다. 그들은 그동안 아트영화나 언더 영화에 대한 갈증이 많았다. 프로파간다는 대중을 선동하는 광고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영화 광고로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그들에게 아주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주로 공산국가에서는 정치적인 용어로 쓰이는 단어지만, 그들은 영화 포스터 하나로 대중을 홀리는 선동을 하고 싶어 한다. 프로파간다가 만든 포스터를 보고 매료되어 더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는다면 그들에게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거칠지만, 달리는 느낌. 정형화되지 않고 달리는 느낌. 이게 프로파간다의 매력이다. ‘움직인다.’라는 말이 프로파간다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인 것 같다.
세미나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다. 프로파간다에 대한 관심과 애정만큼 수많은 질문이 오갔고, 유쾌한 대담 또한 이어졌다. 그들의 디자인 작업에 대한 소소하고 사적인 질문에서부터, 작업 이면의 디테일에 관한 질문까지. 그들이 왜 프로파간다이며,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어울리는 이름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만드는 시간이었다. 한편, 오는 11월 13일(금)에는 더티&강쇼 시즌 2의 마지막, Plus X 신명섭 이사 편이 진행된다. 곧 그룹와이 미디어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