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금요일 저녁 7시에 열렸던 제9회 ‘더티&강쇼’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 이재민이 디자인적인 ‘변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작업 방식은 주로 ‘반복’이라고 말하는 이재민은 자신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인 ‘fnt(Form&Thought)Studio’라는 이름이 나타내듯 어떤 생각으로 형태를 만들고 있는지 나누기 위해 오늘의 시간을 준비했다고 한다. 디자인 초반 이재민은 오리지널이 갖고 있던 의미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파생시키는 작업으로써 ‘반복’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한계를 느끼던 중 반복을 시키더라도 그 과정 안에서 시스템이나 알고리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복과 변주(variation)’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이재민은 참가자들에게 짤막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모차르트의 ‘작은별’이라는 음악이었는데, 앞, 뒤에 장식적으로 음을 끼워 넣거나, 리듬을 변형시키거나, 음가를 확장 혹은 축소하는 등 하나의 테마를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낸 ‘변주곡’이었다. ‘작은별’이라는 단순하고 평범한 음악이 변주를 통한 반복과 만났을 때 파생되는 다양성과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는 ‘변주곡’의 의미에서 음악이나 소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뺐을 때, 조형의 세계에도 그대로 들어맞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자칫 어렵게 생각할 수 있었던 세미나의 주제를 모차르트의 ‘작은별 변주곡’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 준 것. 이날 이재민 작가가 보여줬던 대부분 작품도 하나의 테마를 도출한 뒤 다양한 색상이나 형태로 변형시켜 만든 형태를 띠고 있었다. 이재민의 발표가 끝난 후 진행자인 강구룡과의 간단한 대담의 순서가 이어졌다. 다른 매체 혹은 분야와의 협업에 관한 이야기부터 디자이너로서 작업의 호흡,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방법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핼러윈 데이의 불야성을 뚫고 세미나를 들으러 온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한 듯 관객들의 공감과 감탄이 끝까지 이어졌던 시간이었다.
한편, 다음 제10회 세미나 〈더티&강쇼〉는 11월 20일(목) 저녁 7시에 만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조경규를 초대해 ‘디자인도 하고 만화도 그리고’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자세한 내용은 타이포그래피 서울을 통해 곧 공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