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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나 후기] 강구룡&김기조의 위트 토크쇼, 제1회 더티&강쇼

    김기조는 지금 공개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은 작업이지만,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함께해온 사람들을 만났던 시기라며 붕가붕가레코드 멤버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패배주의 감성에 젖어있던, '잉여'라는 의미가 시대적 콘텐츠로 자리 잡았던 시기에 그런 결핍의 모습을 디자인으로 표현했던 때라고 회상했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4년 02월 18일

    [세미나 후기] 강구룡&김기조의 위트 토크쇼, 제1회 더티&강쇼

    밸런타인데이가 무색하게, 지난 2월 14일(금) 윤디자인연구소 1층 세미나룸엔 관객들로 가득했다. 〈The T와 함께하는 강쇼 세미나: 제1회 김기조의 몽상다반사〉가 열렸던 것. 특히 여성관객이 90% 이상이라는 이변은 ‘김기조’라는 매력적인 훈남 디자이너 덕분이리라. 그를 평소에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 어디에서도 이보다 더 가까이 볼 수는 없었을 것. 마치 대화를 나누듯 가까운 거리, 딱 맞는 눈높이에 있었으니 말이다. 관객과 강연자의 심장 소리마저 들릴듯한 작은 공간,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진행자인 그래픽 디자이너 강구룡의 인사로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좌] 진행자 강구룡 [우] 초대 작가 김기조

    “디자인을 보는 사람은 작업의 결과물만을 보잖아요. 그걸 만든 사람의 버릇은 어떤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디자인 토크쇼를 통해 하고 싶었습니다. ‘강쇼’는 그동안 국민대 조형전의 한 프로그램으로 했던 것인데요, 올해는 타이포그래피 서울과 함께하게 되어 〈The T와 함께하는 강쇼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매월 12명의 작가를 모시고 진행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강구룡(홈페이지)의 인사말이 끝나고 김기조(홈페이지)가 앞에 섰다. 그의 대표 작업과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표한 후 진행자와의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설명과 함께. 그가 소개한 첫 번째 작업물은 대학교 2학년 때 봄축제를 위해 만들었던 포스터와 심볼이었다. 지금 공개하기엔 부족한 것이 많은 작업이지만,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함께해온 사람들을 만났던 시기라며 붕가붕가레코드 멤버들과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당시 패배주의 감성에 젖어있던, ‘잉여’라는 의미가 시대적 콘텐츠로 자리 잡았던 시기에 그런 결핍의 모습을 디자인으로 표현했던 때라고 회상했다.

    다음으로 김기조가 처음으로 레터링을 시도한 작업 ‘뺀드뺀드짠짠’의 앨범 커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밴드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기존 서체 어떤 걸 대입해도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그런 삐딱한 마음을 담아 기존에 없던 서체를 만들게 됐다는 비화를 들려주었다. 또한, 김기조를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던 결정적인 작업. 바로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 앨범 디자인은 군대에서 휴가 나와 9박 10일 동안 한 작업이라며 각 노래 제목의 서체를 달리하여 혼란스러움 자체에 리듬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앨범 커버 디자인-눈뜨고 코베인 3집, 장기하와 얼굴들 2집, 그림자 궁전, 미미 시스터즈
    지콜론-디자인 기부 프로젝트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레터링 작업-‘오늘의 할일을 2006’, ‘싫은데요’,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

    김기조는 레터링뿐만 아니라 형태, 컬러, 이미지로 서술하는 작업 또한 즐긴다고 했다. 대표적인 작업으로 ‘눈뜨고 코베인’ 3집 앨범.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주로 담고 있는 노래이기에 앨범 디자인도 폴리스 라인이 처 있는 불길한 분위기를 담아 달라고 제안받았단다. 하지만 그가 생각해낸 건 역으로 매우 예쁜 이미지.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동화 같은 이미지가 있으면 훨씬 무서울 거라는 생각을 했고 모두의 동의로 결과물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음반을 듣기 전보다 듣고 난 후의 이미지가 주는 효과, 거기에 초점을 맞춘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미미 시스터즈’의 앨범 디자인을 설명하면서는 아주 단순한 디자인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며 ‘5분 만에 끝난 듯한 디자인’이지만, 사실은 아주 오랜 고민과 시간이 걸려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설픈 그래픽보다 손으로 직접 찍고 만들어서 하는 작업을 선호한다. 점토로 페인트가 쏟아지는 듯한 형태를 만들기도 하고, 수박을 사다가 깨뜨리기도 했으며, 구름을 표현하기 위해 이불솜이나 탈지면을 붙여서 쓴 일,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흉상을 직접 만들어 쓰기도 했단다.

    ‘싫은데요.’,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존나 공정한 사회’, ‘사람이 살고 있어요’ 등 김기조의 레터링 작업을 보면 현실을 비트는 듯한 메시지가 있다. 그는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는 것들’에 대한 단상이라며 의미를 숨겨낸 말을 작업으로 풀어낸다고 말했다. 의미를 뒤집거나 비틀어 볼 수 있는, 보는 사람이 각각의 해석을 붙여갈 수 있는 말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김기조의 작업 발표가 끝난 후 강구룡의 발표와 질문이 이어졌다. 강구룡 만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꼽은 김기조의 작업에 대한 질문 나왔고 이외 작업 외 활동이나 기조라는 이름에 관한 이야기(본명이 김경준이다.), 방학동에 자리 잡은 작업실, 작업 버릇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를 통해 작업자로서의 김기조가 아닌 한 사람으로의 김경준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강구룡은 평소 드러나지 않았던 김기조에 대해 때론 같은 디자이너가 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때론 짓궂은 친구의 농담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대화를 이끌었다. 마지막, 타이포그래피 서울의 이벤트로 진행했던 사전 질문 ‘김기조에게 물어봐’ 시간. 돈은 많이 벌었느냐는 질문부터 2013 타이포잔치에 관한 질문까지 진지하고도 재치 있는 답변으로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한편, 〈The T와 함께하는 강쇼 세미나〉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열린다. 오는 3월 15일 오후 4시에 예정된 제2회 세미나는 그래픽 디자이너 겸 교육자인 이지원&윤여경의 ‘디자인 학교’이다. 자세한 내용은 타이포그래피 서울을 통해 곧 공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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