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과 인터랙션은 우리말과 영어 표현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낱말이다. 그런데 그 뜻이 다르게 느껴진다면 ‘인터랙션’이 전문 용어로 이해되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 분야에서 인터랙션은 디지털 환경이 형성되기 이전의 의미와는 사뭇 달라졌다. 예컨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인터랙션이라고 표현하기가 어색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터랙션 디자인에서 말하는 ‘인터랙션’은 사람과 인공물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사람과 기계의 인터랙션(MMI: man-machine interaction), 사람과 컴퓨터의 인터랙션(HCI: human-computer interaction)을 아우른다. 인터페이스와 혼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인터랙션은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역동적인 관계를 일컫는다.
한편,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가 설명한 바에 의하면, 사회학에서 상호작용은 개인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회적 접촉으로 정의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은 다시 초점이 맞춰진 상호작용(focused interaction)과 초점 없는 상호작용(unfocused interaction)을 포함한다. 오늘날은 네트워크 환경을 고려한 상호작용도 고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네트워크는 매개로서 의미가 있고 궁극적인 관계는 사람과 사람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사회학에서는 온라인 상호작용이 실제 세계의 상호작용과 다른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예컨대 도덕성, 인격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기계, 시스템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상호작용이 원활하지 않으면 공격적일 수 있고 심지어 온라인에서 타자와 소통하는 과정은 대면 행동(face-to-face behavior)보다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사실, 실제 세계에서는 언어만으로 소통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관계는 표정과 시선에서도 나타난다. 모르는 사람이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봤을 때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달라지고 그 사람의 외모와 표정에 따라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디자인에서 상호작용을 인터랙션 디자인의 범주로만 국한한다면 이러한 실제 세계의 상호작용을 놓칠 수 있다. 사람과 컴퓨터의 인터랙션은 점점 더 서비스 제공자와 디지털 기기의 생산자의 요구로 수렴되고 있다. 물론 플랫폼 또는 생태계로 많은 가능성을 열어간다는 명분은 있다. 그런데도 디지털 정보로 국한된 인터랙션은 사용자로 하여금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개입 또는 참여라는 착각을 일으키면서 기꺼이 소비와 인지 노동을 하게 만든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인터랙션 디자인은 기계 또는 컴퓨터를 조작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을 원활하게 하도록 혼란과 오류를 줄이는 데 주력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복잡함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다. 아날로그 음원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바꾸는 과정의 변화를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CNN을 통해서 전 세계의 분쟁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과정, 전 세계의 기아와 환경 문제를 정보그래픽과 함께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참여할 수 있게 된 과정의 변화도 떠올릴 수 있다. 그래서 전쟁, 굶주림과 재해 문제에 대해 도덕성으로 접근하는 순진한 단계에 이르렀다. 심지어 (기술과 자본이) 지구를 살린다는 캠페인까지 등장하는 것은 복잡함이라는 노이즈가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인터랙션과 상호작용이라는 두 가지 표현 사이의 묘한 긴장관계는 디자인을 기술적인 활동으로 제한하려는 강박과 평평하고 매끄러운 세계에 대한 환상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공학자 앨런 케이(Alan Kay)가 일찌감치 미디어의 ‘상호작용적’을 ‘역동적’이라는 말로 대치한 것은 오히려 솔직한 표현이다.
김상규
가구회사, 디자인회사, 미술관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로 활동했고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로 있다.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번역했고 『의자의 재발견』, 『착한디자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