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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경균 편] ⑭ 융합(Convergence)

    융합(Convergence)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서로 섞이거나 조화되어 하나로 합쳐진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휴대전화에 카메라나 MP3, DMB 등의 기능이 합쳐지는 것을 디지털 컨버전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서로 성격이 다른 제품이나 비즈니스, 서비스가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글. 김경균

    발행일. 2015년 09월 08일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경균 편] ⑭ 융합(Convergence)

    융합(Convergence)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서로 섞이거나 조화되어 하나로 합쳐진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휴대전화에 카메라나 MP3, DMB 등의 기능이 합쳐지는 것을 디지털 컨버전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서로 성격이 다른 제품이나 비즈니스, 서비스가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문화창조융합벨트 등의 사업을 통해 기획→ 제작→구현→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구조를 구축하여 문화콘텐츠 산업을 ’21세기의 연금술’로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따라서 영상, 게임, 음악, 뮤지컬, 패션, 음식 등의 문화콘텐츠 산업 전 분야에 걸쳐서 빅뱅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융합의 중심에 디자인이 놓이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디자인 대학에서도 융합디자인 관련 학과나 학부가 늘어나면서 첨단기술과 디자인 분야를 융합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 보인다. 정부 해당 부처의 요구에 따라 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성격이 다른 과를 무리하게 합치는 통폐합의 경우거나, 융합과 관련된 정부의 여러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보인다.

    또한, 디자인 현장에서의 융합은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나타나는 하나의 새로운 현상으로 보인다. 아이덴티티나 에디토리얼, 캐릭터 등 과거에는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 잘하던 전문 디자인 회사가 많았다면, 지금은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돈 되는 일은 가리지 않고 뭐든지 해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서로 사정은 조금씩 달라 보이지만 정부 시책에서부터, 대학 교육이나 디자인 현장에 이르기까지 융합 디자인이나 디자인 융합은 이미 여기저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동시에, 시대적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비빔밥을 보더라도 우리는 원래부터 융합에 소질이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양인들이 중국이나 일본과의 문화적인 차이를 말할 때, 한국을 ‘비비는 문화’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비빔밥의 고명을 따로 먹는 것과 비벼서 먹는 것은 전혀 다른 맛을 경험하게 한다. 각각의 재료들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맛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일본은 덮밥이나 카레라이스를 절대 비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전골이나 찌개까지도 마지막에는 밥을 넣어 쓱쓱 비벼 먹어치워야 속이 시원하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비빔밥 그 자체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아날로그와 디지털, 보수와 진보 등이 마구 비벼지고 있는 카오스다.

    아그로포레스트리(agroforestry)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말로 ‘산림농업’ 또는 ‘혼농산업’으로 번역되는데 이는 농업과 임업, 축산업을 결합한 복합영농을 뜻한다.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의 화전 농업은 숲의 생태계를 파괴해, 결국 원주민들의 삶도 망가뜨리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인 것이 바로 아그로포레스트리라는 혼농산업이다. 같은 땅에 농작물 재배와 목재 생산과 축산을 동시에 조화시켜 총 생산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빔밥과 같은, 아그로포레스트리와 같은 개념을 디자인 분야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난초보다는 잡초의 생명력이 끈질긴 것처럼 순종보다는 잡종이 각광받는 시대가 바로 우리 코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다수의 심포지엄과 전시회 기획,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십인십색』, 『일본문화의 힘(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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