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경균 편] ⑪ 거버넌스(Governance)

    최근 들어서 거버넌스 디자인이나 디자인 거버넌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디자인의 영역이 공공, 커뮤니티, 서비스, 참여 등으로 확대되면서 공공행정이나 국가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되고 있는 거버넌스에도 관여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글. 김경균

    발행일. 2015년 05월 21일

    [디자인 개념어 사전_김경균 편] ⑪ 거버넌스(Governance)

    최근 들어서 거버넌스 디자인이나 디자인 거버넌스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디자인의 영역이 공공, 커뮤니티, 서비스, 참여 등으로 확대되면서 공공행정이나 국가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식되고 있는 거버넌스에도 관여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버넌스는 우리말로는 아직 명확하게 정립된 단어가 없지만 때로는 ‘협치(協治)’라는 한자어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 정부(Government)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통치에 의한 지배와 피지배의 수직적 관계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거버넌스를 ‘민관 협치’라는 표현으로 이해시키려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좁은 의미로서의 거버넌스는 ‘공적인 권위 없이도 다양한 행위자들이 자율적으로 호혜적인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두어 협력하도록 하는 제도 및 조정형태’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거버넌스는 ‘정부중심의 공적조직과 사적조직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새로운 상호협력적인 조정양식’을 의미한다. 아무튼 최근의 다양하고 빠른 사회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지금처럼 행정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호 협력을 통해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개념이 각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앙정부나 지자체, NGO, 민간 조직 등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참여자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참여자들은 상호독립성을 유지하고, 정부 역시 대등한 입장에서 네트워크 전체를 행정적으로 도와주는 조력자의 입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예산 편성에서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관 주도형 거버넌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민간 사이트의 노력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디자인 거버넌스’와 ‘거버넌스 디자인’이라는 서로 다른 개념이 그 용어에서부터 무분별하게 혼재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디자인 정치’와 ‘정치 디자인’처럼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디자인으로 정치를 한다’는 의미와 ‘정치를 디자인한다’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디자인으로 거버넌스를 한다는 의미와 거버넌스를 디자인한다는 의미의 단어가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다.

    만약 거버넌스를 디자인해야 한다면 그것은 거버넌스가 이루어지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전개되게 할 것인지의 고민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으로 거버넌스를 한다면, 과거의 공공디자인이나 커뮤니티 디자인이 주목했던 ‘도시 환경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탈피하여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보다 포괄적 의미로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공디자인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에 시민 참여가 조금만이라도 있으면 디자인 거버넌스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버넌스가 잠시 반짝하는 유행으로 끝나버리지 않으려면 최근 논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에서처럼 궁극적으로 정부는 사회적 조정을 위해 방향설정과 의견 조절이라는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상호 협력을 이끌어내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디자인의 영역 확장도 좋고, 참여 기회의 확대도 좋지만, 거버넌스를 디자인하는 것인지, 디자인으로 거버넌스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트렌드만 쫓아다니기 급급하다가 디자이너 본연의 자세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다수의 심포지엄과 전시회 기획,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십인십색』, 『일본문화의 힘(공저)』 등이 있다.

    Popular Series

    인기 시리즈

    New Series

    최신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