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 출시한 갤럭시 노트 엣지라는 신상품이 화제다. ‘엣지 스크린’이라고 하는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어 경쟁 제품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이미 꽤 오래전으로 느껴지지만, 제품의 촉각성을 강조한 햅틱폰의 히트가 불과 6~7년 전이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같은 이름의 전시를 기획했던 하라 켄야가 햅틱 디자인 전도사로 국내에 소개되는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더라도 “엣지 있게”라는 표현을 하지 않으면 유행에 뒤떨어지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디자이너라면 옷도 엣지 있게 입어야 하고, 시안도 엣지 있게 만들어야 하고, 프레젠테이션도 엣지 있게 해야 하고, 보고서도 엣지 있게 써야 한다. 그러니 휴대전화에도 엣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지도 모른다.
엣지(edge)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가장자리, 끝, 날, 모서리, 테두리, 경계, 변두리 등을 뜻한다. 그렇다면 중앙이나 중심이 아니라 갑자기 가장자리, 즉 변두리가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가 궁금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몇 년 전 패션 업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스타일〉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혜수가 말끝마다 “엣지 있게”를 연발해서 이른바 ‘엣지녀’로 등극했던 것이 유행에 불을 지른 것으로 짐작된다. 그전부터 패션 스타일에서는 ‘엣지’가 개성이 강하고 뛰어난 연출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패션 업계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대담한, 도발적인, 유행을 선도하는’이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다시 정리해 보면 ‘엣지 있게’라는 표현에는 ‘날을 세워’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된다. 중심은 안정되어 있지만, 변두리는 항상 불안하기 마련이다. 조형적으로도 화면의 중심에 그려진 것들은 움직임이 적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모서리에 가깝게 그려진 것들은 끊임없이 중심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강한 움직임이 생기고 이것이 또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내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중심은 변화도 움직임도 없으니 별로 재미가 없다. 따라서 항상 불안하지만, 변화가 많아 늘 새로운 재밋거리가 생기는 변두리가 주목받는 것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휴대전화는 이미 가운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봤고 더 이상 할 것을 찾을 수 없으니, 변두리에서라도 어떻게든 새로운 재밋거리를 시도해 경쟁 제품과의 변별성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be on a razor’s edge’는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의미다. 면도날 위에 서 있으니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위기는 새로운 기회다. 내 디자인에 날을 잘 세우면 위기는 기회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시안에도, 프레젠테이션에도, 보고서에도 제대로 날을 세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또 날밤을 새워야 하는 것은 우리 디자이너들의 타고난 운명인지도 모른다.
‘엣지’로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먹다 남은 케이크 엣지 있게 보관하는 방법’이라는 타이틀이 보였다. 하다못해 먹다 남은 케이크 쪼가리에도 엣지가 필요한데 내 디자인에 엣지가 없어서는 곤란하다. 나도 아저씨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엣지 있게 옷 있는 법부터 배워야 하나? 그 전에 내 몸에 엣지부터 만들어야겠지만 말이다.
김경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다수의 심포지엄과 전시회 기획,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십인십색』, 『일본문화의 힘(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