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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걸의 디자인 강의 #2 도시의 상징, 그리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찾아서

    기호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 신호, 표시, 물질적 표현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 작용의 범위 내에서 통용되는 기호의 의미는 어떤 실체를 인지하고 그 존재를 추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자연적 사실로 정의할 수 있다.


    글. 권영걸

    발행일. 2013년 07월 06일

    권영걸의 디자인 강의 #2 도시의 상징, 그리고 지속적인 생명력을 찾아서

    우리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사물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상에 대한 기억을 특정한 형태로 보존하고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때 의미 전달을 매개하는 것을 기호(sign, 記號)라고 하며, 기호가 의식적인 차원을 넘어 무의식적으로 한 집단 내에서 통용될 때에 이를 상징(symbol, 象徵)이라고 한다.

    기호, 의미, 상징

    기호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 신호, 표시, 물질적 표현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 작용의 범위 내에서 통용되는 기호의 의미는 어떤 실체를 인지하고 그 존재를 추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일종의 자연적 사실로 정의할 수 있다.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언어, 도로의 교통 표지, 그림, 수신호 등 의미를 지닌 대상이나 표현은 모두 기호라 할 수 있다. 기호는 대상에 대한 인식 및 해석되는 정도에 따른 공통성과 개별성에 의해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대상에 함축된 의미에 대한 공통적인 해석이 많을수록 상징적 속성을 지니게 된다. 기호가 의사소통의 수준을 넘어 상징화되기 위해서는 의미가 명료해야 하며, 다른 실체를 동일하게 표현하기 위한 자의적인 약속이 필요하다. 즉 상징은 기호의 느슨한 상호관계를 누적된 전통과 관습, 역사 등 동일 문화권 내에서 공유하고 있는 연관성, 유사성에 의해 명백하게 정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상징은 의미와 형태의 맞아떨어짐을 추구하는 지속적인 투쟁이다.”

    – 헤겔(G. W. Friedrich Hegel)
     [좌]알타미라의 동굴 (Altamira cave, Cantabria, Spain)  /  [우]육체를 상징하는 꽃 (Orchid, Robert Mapplethorpe)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느껴지는 상징이란 특정한 형태, 색채 등 시각적인 요소일 경우가 보편적이다. 따라서 상징은 회화를 비롯한 조형예술 분야에서 나름의 맥락과 정의를 갖고 쓰이는 경우가 많다. 예술작품은 작가가 작품의 바탕이 되는 정서적인 기분을 갖게 되면 직관적으로 상징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도입하거나 선택을 하고, 그 이미지의 정서적인 가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예술작품에서의 상징성은 작품에 대한 언급이 결부되었을 때만 유효하며, 유효성이 지속할 수는 있으나 특별한 경우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상징이라기보다는 ‘상징화를 위한 창조과정’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들은 일종의 상징이었을 것이라고 많은 학자가 추정하고 있다. 동굴에 새겨진 그림과 형상의 조합은 일관성 있는 시각기호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세계에 대한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기호 체계라고 설명한다. 연구 결과 몇 가지 기호들은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증명되었는데, 가령 선형(線形)은 남성을 원형(圓形)은 여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후 그림이 부호화되고 문자체계가 생겨나면서부터 상징기호의 역할은 축소되었다. 하지만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종교와 같은 형이상학적 실체의 표현에서 상징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공동 문화의 기호: 도시 상징

    집단이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가 고도화되면서 어떤 기호는 메시지의 차원을 넘어 개인, 나아가 집단의 고유성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발전해갔다. 중세시대 문장(紋章, a coat of arms)은 초기에는 어떤 사람의 존재를 말해주는 신분 표시 또는 전장에서 먼 거리에서도 잘 구분할 수 있는 식별수단의 기호로 사용되던 기호였다. 이후 문장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가문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담아 만들어지게 되었다. 대표적인 문장의 예는 ‘장미전쟁(Wars of the Roses, 1455∼1485)’으로 시작하여 영국 귀족 가문의 상징으로 정착한 장미 문양이 있다. 장미전쟁이라는 이름은 랭커스터(Lancaster)왕가가 붉은 장미, 요크(York)가가 흰 장미를 각각 문장으로 삼은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후 튜더(Tudor)가문에 이르기까지 가문의 상징으로 활용되었다. 이처럼 가문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던 문장은 도시나 지역의 역사가 담겨 있는 상징의 초기 형태로 볼 수 있다.

    “상징은 어떤 하나와 다른 하나를 둘 다 의식할 수 있도록, 근접해 있는 것을 멀어지게 하고 멀리 있는 것을 가깝게 한다.”

    – 후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ofmannsthals)
    ‘Symbols of Royal Houses of England’ : [좌]Lancaster rose  /  [우]York rose

    현대에 이르러 사회가 발전하면서 수많은 공동의 문화들이 생겨났고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문화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단일한 글로벌 문화가 가속화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작용으로 국가, 문화적인 정체성을 향하는 움직임도 함께 중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적 공동체로서 도시를 대변하는 기호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도시라는 복잡하고 추상적인 조직이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동경의 도심 거리와 같은 특정한 대상 또는 장소를 통해 사람들에게 고유한 느낌과 인상으로 인식된다. 이와 같은 도시상징은 파리는 로맨스, 뉴욕은 평등과 자유, 동경은 기술과 미래라는 각 도시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즉 도시상징이 각 도시의 장소성이나 산업, 고유한 문화적 특성 등과 긴밀히 연결되어 상징물이 지닌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상징 속에는 도시의 자연, 인문환경을 비롯하여 도시 구성원에게 내재한 요구와 목표가 반영되어 있다. 현대사회에서 도시 상징은 범세계적 차원에서 특정 도시가 차지하는 위치를 대변하는 척도이자 상징이 탄생하는 과정 속의 역사와 문화가 반영된 거울이다.

    “수많은 사람들은 확실성과 안전을 위한 그들의 최선의 피난처가 인종적 유사성, 공통된 믿음, 경제적 이해관계, 혹은 정치적 한마음에 토대한 집단이라고 믿는다.”

    – 클리브랜드(Cleveland)
    [좌]Statue of Liberty, New York, USA  /  [우]Street of Sinjuku, Tokyo, Japan

    도시 상징의 유형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상징들을 떠올려 보면 그 대상이 특정한 사물인 경우도 있지만, 포괄적인 장소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명백히 하나의 상징물이 떠오르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의 상징 요소들이 조합되어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때도 있다. 이처럼 도시 상징은 다양한 형태와 기원을 지니고 있다. 상징 요소의 형태나, 특성, 발생 유형에 따라 도시 상징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인간은 상징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고, 무의식중에 물체나 형태를 상징으로 변형시켜 이것을 종교와 예술 그리고 환경으로 표현한다.”

    –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 도시 상징 요소의 집중과 분산 정도에 따른 구분

    [좌]La Defanse, Paris  /  [우]Cityscape of Paris, Paris, France

    도시 상징을 형성하는 상징 요소의 집중과 분산에 따라 도시 상징을 유형화하면 ‘집중형’과 ‘분산형’, 그리고 집중과 분산이 혼합된 ‘혼합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집중형’은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강력하고 특징적인 단일의 상징물이 존재하는 경우이다. 스페인의 빌바오 하면 많은 사람이 프랑크 게리(Frank O. Gehry)에 의해 디자인된 구겐하임 미술관을 떠올린다. 이 독특한 조형의 건물은 스페인의 빌바오시가 쇠퇴한 중공업의 도시에서 예술 문화 도시로 거듭나는 데에 크게 공헌하였으며, 빌바오시를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고 연상시키는 강력한 상징물이 되었다.

    ‘분산형’의 경우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특징적인 대표 요소는 없으나 대부분 요소에서 일관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로 일본 동경이 그 예에 해당한다. 동경은 기타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상징물은 없으나 고층 건물, 고급스러운 현대의 백화점들, 음식, 동경 시민의 상냥하고 깍듯한 태도 등 매우 다양한 요소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이미지가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혼합형’의 경우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특징적 요소가 복수로 다양하게 존재하는 경우로 프랑스 파리가 이에 해당한다. 파리에는 개선문, 라데팡스, 세느강 등 매우 다양한 다수의 문화 유적 또는 자연경관이 존재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맥락성을 지닌 이미지로 혼합되어 파리라는 도시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2) 도시 상징의 발생 유형에 따른 구분

    [좌]’I Love New York logo’, Milton Glazer, 1977  /  [우]’NYC(New York City) logo and application’, Wolff Olins, 2007

    도시 상징의 발생 기원에 따라 도시 상징을 유형화하면 자연 발생적 상징과 인위적 개발형 상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자연 발생적 상징과 인위적 개발 상징 유형이 혼합된 복합형을 상정할 수도 있다.

    자연 발생적 상징은 상징 요소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관습과 기억 때문에 스스로 상징화된 경우를 말한다. 북경의 만리장성은 북방이민족의 침입을 막고자 한 군사 시설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자연스럽게 중국인의 저력과 장대한 규모를 상징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인위적 개발형 상징은 상징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에 의해 계획적으로 개발된 경우이다. 세계인들에게 익숙한 뉴욕주(New York State)의 슬로건 ‘아이러브뉴욕(I♥NY)’과 뉴욕시(New York City)의 새로운 로고인 ‘NYC’ 등은 뉴욕을 재생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긴 인위적 상징의 예이다. ‘뉴욕을 사랑하자’는 의미의 ‘아이러브뉴욕’은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화되어 이제는 온갖 상품에 활용되고 있으며, 2007년 뉴욕 블룸버그 시장의 감독 아래 개발된 ‘NYC’는 뉴욕을 다양한 방법으로 상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간격 없이 붙어 있는 각각의 글자와 그리드는 시내의 빽빽한 밀집도와 뉴욕의 도시 구조를 형상화한 것이며, 로고의 시원하고 열린 느낌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수용해 낼 수 있는 ‘포용성’과 ‘다양성’을 표현한 것이다.

    인위적 상징과 자연 발생적 상징을 혼합하여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 낸 복합형의 경우로 파리의 라데팡스(La Defanse)를 들 수 있다. 나폴레옹의 개선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지어진 개선문은 자연 발생적으로 상징화된 파리의 상징물이다. 파리시는 이러한 개선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개선문에 대응하는 신 개선문의 의미로 라데팡스를 건설하였고, 이는 파리의 미래 도시 비전과 낭만을 상징하는 상징물 중 하나가 되었다.

    3) 도시 상징의 상징 실체에 따른 구분

    [좌]I Berlin Bears, Berlin, Germany  /  [위]Berli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아래]The Merlion Statue in Merlion Park, Singapore

    도시의 상징을 상징 실체에 의해 구분하면 상징의 기호가 되는 대상물 즉, 기표(記票)1) 중심적인지, 의미 중심적인지에 따라 상징기표중심형과 상징의미중심형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상징기표중심형은 상징의 형식, 규모 등이 강조되는 경우로 이러한 상징유형의 특징은 쉽고 강력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만리장성의 장대한 스케일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독창적인 형태는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는 기호로 작용한다. 이는 단지 그 상징물의 규모나 조형성만으로도 충분한 집중력을 가진다. 상징의미중심형은 도시의 기원과 관련된 설화나 전설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사물이나 행동으로 표상됨으로써 상징성을 갖는 경우이다. 인어공주 동화로 유명한 코펜하겐의 인어상은 규모나 형식에서 다른 조형물에 비하여 특이한 점이 없으나, 인어공주라는 동화가 지닌 의미성을 내포하는 것으로 강한 상징성을 가진다.

    또한 베를린 지명의 기원인 곰(Berlin Bear)은 사냥을 하다 곰을 쫓아 베를린까지 왔던 사냥꾼들이 아기 곰들을 보고는 그냥 돌아갔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베를린 시는 상징 문양과 시기(city flag)에 곰을 적용해온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적인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상 이름이 황금곰상, 은곰상이 듯이 상징 동물을 도시이미지 구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징기표중심형과 상징의미중심형이 복합된 예로는 싱가포르의 전설 속 동물인 머라이언(Merlion)을 들 수 있다. 머리는 사자, 몸통은 물고기 모습을 지닌 머라이언은 고대 싱가포르를 거대한 폭풍으로부터 지켜낸 전설 속 동물이다. 머라이언상은 싱가포르 관광청이 세계인을 향한 환영의 뜻과 나라의 수호를 상징하는 상징물로 세운 이후 현재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가 되었다.

    도시 상징 개발의 필요성

    The Sydney Opera House, Sydney, Australia

    앞서 살펴보았듯이 상징은 누적된 전통과 관습, 역사 등 동일 문화권 내에서 공유하고 있는 연관성 및 유사성에 의해 형성되며, 자연 발생적으로 도시상징의 지위를 얻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인위적으로 도시 상징을 개발하여 단기간에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화, 지구촌화의 흐름에 따라 부상한 지역 정체성 회복에 대한 열망, 정치 경제 차원의 민주화에 따른 도시 간 경쟁의 고도화, 급격한 정보화 등으로 쇠락한 도시 이미지의 개선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국가 마케팅 없이는 범세계적 차원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오늘날 과거에는 극복할 수 없었던 공간적, 시간적, 경제적, 문화적, 지리적 및 기후적 삶의 제한은 급속한 과학 기술의 발달로 극복되어 하나의 지구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제 인류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과정에서 살 수밖에 없다. 문화의 지구촌화는 다원성에서 일원성으로, 문화의 지역적 특수성에서 지구적 보편성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역 특유의 연대의식과 공통의 이익, 일체감을 인식하고 존중해야 더욱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지역주의 입장도 함께 중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 고유의 정체성, 즉 지역성(locality)을 형성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도시 상징의 개발이 여러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의 도시들이 본격적인 세계화, 지방화를 맞이하여 새로운 역학 관계 속에 놓이게 된 것 또한 도시 상징의 필요성을 일으킨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특정 국가 또는 도시가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우위를 지니고 수직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반면, 현대 사회는 다양한 문화들이 수평적 차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경쟁하게 되었다. 이는 관광과 같은 새로운 종류의 문화적 수요를 일으키게 되었고,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시행과 같은 변화가 문화 정책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도시 단위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고, 그 방편으로 도시 상징 개발의 문제가 대두하였다.

    도시 상징 개발이 요구된 또 다른 배경은 산업화 이후 지역 경제의 급격한 쇠퇴를 경험한 선진국의 공업도시들의 예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글래스고, 셰필드, 스페인의 빌바오와 같은 과거 산업도시들은 2차 산업에 의해 도시 이미지가 쇠락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문화 프로젝트들의 활용을 시도하였다. 이때의 문화 프로젝트는 품격 있고 세련된 도시 분위기를 대변하기 위한 상징으로 작용하였고, 결과적으로 이미지 전환에 성공을 거두었다. 즉 기존의 이미지를 대체하는 새롭고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방편으로 많은 도시가 도시 상징의 개발이 필요하다.

    도시 이미지와 도시 상징 전략

    현대 사회의 정치, 문화, 경제의 통합화 흐름 속에서 많은 도시는 도시 상징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며, 효과적으로 상징을 정립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도시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대상이 기호가 될 수 있고 상징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고 체계를 거치지 않고 시민의 인지구조 속에 각인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힘을 부여하고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도시 상징이 어떤 기능으로 어떻게 형성되어 어떠한 방법으로 지속하는지 등 본질적인 연구를 토대로 한 상징의 의미와 개념, 역할과 형성체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실행주체와 시간적 차원의 확대 기회, 공간적 차원의 문화여건 등에 따라 다차원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한 국가와 관련한 다양한 요소는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며, 해당 국가의 상징물 역시 그 활용 여부에 따라 엄청난 국가 이미지 및 국가 브랜드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자페(Eugene D. Jaffe), 네벤잘(Israel D. Nebenzahl)

    1) 주체 측면: 통합 네트워크의 구축
    도시 상징은 공공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문화, 관광, 홍보, 디자인, 도시 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통합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조정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상징은 도시 지배체제의 성격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문화생산 집단으로서 지역사회의 영향도 받는다. 도시 상징이 도시라는 지역 내의 자원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과 분리될 수 없으며, 상징을 만들어나가는 실행 주체와 공동체 거주자 간 비전과 구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의 상징성을 획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상징에 연계된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공동체로서 긴밀하게 네트워크화되어 통합성을 유지해야 한다.

    2) 시간적 차원: 확대 기회의 가능성 모색
    통합적이며 종합적인 관점에서 개발된 상징은 상징 스스로 의미를 강화하며 주변의 상징을 통합하고 거대한 도시의 상징체계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상징체계는 스스로 진화하며 다양한 유형적, 무형적 활동을 창조해 나아간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상징 발굴 시점 이후의 확대 가능성에 대한 사후 기획과 유지 관리 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장소 자산을 발굴하여 장소 마케팅에 도시 상징을 활용하거나 행동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상황 등, 예를 들어 이벤트나 축제와 연계하는 등의 전략은 도시 상징에 대한 감동을 극대화하며, 상징이 주는 메시지를 지속시키고 확장시켜나가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이다.

    3) 공간적 차원: 문화적 여건의 활용
    문화는 상징을 토대로 이루어지며, 상징은 문화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즉 풍부하고 차별화된 문화 역사적 자산의 여부는 도시 상징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든 지역은 자신만의 역사가 있고, 그것은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가지기 마련이며, 각 지역은 한정된 고객을 두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장소 자산이 더욱 차별화되고 상징적 의미가 풍부한 곳이 당연히 유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시가 지닌 고유의 문화유산 및 자원이 있다면 이를 연계하여 상징에 대한 의미를 풍부하게 하여 다양한 문화적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창출시켜야 한다.

    새로운 도시 상징을 찾아서

    서울의 상징들

    그동안 공업 발전을 통해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룩해왔고, 지난 20년 동안 자동차, 반도체, 정보기술 등 첨단 산업을 토대로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도 쇠락해가는 유럽의 과거 산업도시들과 다르지 않은 상황에 부닥쳐있다. 중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급격한 산업화가 우리의 산업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으며, 그들의 관광과 문화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 도시들도 고도한 창조 산업과 우리 자신만을 대표할 수 있는 고유한 이미지, 새로운 시대의 미래 비전이 담긴 이미지 정체성을 찾아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정치 경제의 중앙집권을 넘어 문화의 집중화가 매우 높은 도시이다. 또 대한민국의 상징이 밀집된 도시이다. 서울에는 상징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상징이 없다. 한강, 남산 등의 수려한 자연 자원을 지니고 있고, 정도 610여 년의 유·무형 문화유산 등 상징 자원이 풍부한 도시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특화된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 이제 서울도 상징 조형물은 물론 상징 동식물, 상징 슬로건, 상징 스토리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도시 상징체계를 개발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과 같이 상징 자원은 풍부하지만, 확실한 메시지가 있는 특정한 상징을 갖지 못한 도시의 경우, 새로운 상징물을 창조하기보다는 상징력을 가질 수 있는 상징 대상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연계하여 도시 전체의 상징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의 천만 시민, 나아가 국민이 기대하는 상징성에 부합하기 위해 도시 시스템을 구성하는 각 부문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시 상징이라는 시민사회의 합의를 얻어낼 수 있는 체제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서울의 미래가 반영되고 서울 시민의 삶의 이미지가 응축된, 스스로 생명력을 지닌 상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고 서울의 경제를 활성화하며 시대와 세대를 넘어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닌 상징은 과연 어떤 것일까?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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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걸 
    현재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서울대 미술관 관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장, 한국공공디자인학회장, 서울시 부시장 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공간디자인 16강』, 『공공디자인행정론』, 『색채와 디자인비즈니스』 등 34권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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