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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8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는 언제 시작되고 끝날까 ― 김기태 교수가 알려주는 미디어 저작권 상식


    글. 김기태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김기태의 저작권 이야기 #8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

    현금, 땅, 건물 등 동산이나 부동산 같은 재산을 소유하는 경우, 그 소유권은 보호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영구적이다. 하지만 저작재산권은 한 사회의 문화 발전을 꾀하는 수단이어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법에서 그 보호 기간을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보호 기간 산정에 있어 기산(起算, 일정한 기준을 정하여 계산함)의 기준은 크게 ‘저작자의 사망 시’와 ‘저작물의 공표 시’로 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아울러 이는 보호 기간이 시작되는 시기라는 뜻이 아니라 보호 기간이 끝나는 시기를 계산하는 기산점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처럼 저작권의 무방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저작물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 보호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의 일반 원칙

    위와 같은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 관련 규정은 2013년 7월 1일부터 적용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50년 동안, 그리고 그 이전에는 30년 동안 존속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국내 저작물은 물론이고 외국 저작물을 이용함에 있어 보호 기간을 확인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에 대한 사례 검토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질의응답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저작재산권의 보호 기간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저작권, 특히 저작재산권은 영구적 권리가 아니다.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자 사망 후 70년까지만 저작재산권이 보호된다. 보호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은 공유저작물(Public Domain)로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보호 기간이 끝난 저작물의 자유로운 이용을 통해 새로운 창작과 문화 발전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저작권법 제1조에서 법 제정 목적에 대해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우리 저작권법은 처음 제정되었던 1957년 당시 저작재산권의 보호 기간을 원칙적으로 저작자 사후 30년까지로 정하고 있었다. 또한, 법인 등의 이름으로 공표된 업무상저작물에 대하여는 공표 후 30년간 보호하고 있었다. 그 후 1986년 저작자 사후 50년간 보호(업무상저작물은 공표 후 50년)하는 것으로 개정했는데, 1987년 저작권법 개정 당시 저작권의 전부 또는 일부가 소멸했거나 보호를 받지 못한 저작물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 개정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경과 규정을 두었다. 결국 이에 따라 1956년 12월 31일 이전에 저작자가 사망했거나, 법인의 이름으로 공표된 저작물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이후 또 저작자 사후 70년까지로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이 늘어났다.)

    이처럼 보호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은 상업적 용도를 포함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방법이 아닌 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공유마당’을 방문하면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저작권자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락한 저작물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살핀 것처럼,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자동적으로 발생하지만 영구적으로 존속하는 권리는 아니다. 그러므로 일정한 보호 기간이 지난 저작물은 목적의 영리성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유럽연합(EU) FTA 체결 이전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저작자의 생존 기간 및 사후 50년간 저작재산권을 보호했었다. 그러나 한·EU FTA와 한·미 FTA가 체결되면서 그 이행 법안으로 개정된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의 보호 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당 조항은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으며 시행일 이전에 이미 만료된 권리는 연장하여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정법에 의해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연장된다 하더라도, 1918년 사망한 클림트의 명화 〈키스〉는 이미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이다. 따라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여 상품화할 수 있다. 다만,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일신에 전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저작자가 사망함과 동시에 소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작자 사망 후에도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자 사망 후 그의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저작자가 생존해 있었다면 그 명예를 훼손할 정도’의 저작인격권 침해가 될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곧 클림트의 작품성을 훼손하는 방법으로 그림을 이용하는 행위, 예컨대 원작을 함부로 변형시켜 이용함으로써 원작과의 동일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용 과정에서 이 같은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저작재산권의 보호 기간은 저작자가 사망하거나 저작물을 창작 또는 공표한 다음해부터 기산한다. 예컨대, 2000년 12월 5일에 저작자가 사망했거나 저작물이 창작 또는 공표되었다면 2001년 1월 1일부터 계산한다. 그러므로 이 저작물은 2070년 12월 31일까지 보호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
    사후 보호 기간: 1962. 01. 01. ~ 2011. 12. 31.
    대표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등

    헤르만 헤세(1877~1962)
    사후 보호 기간: 1963. 01. 01. ~ 2012. 12. 31.
    대표작: 『데미안』 『유리알 유희』 『수레바퀴 밑에서』 등

    염상섭(1897~1963)
    사후 보호 기간: 1964. 01. 01. ~ 2033. 12. 31.
    대표작: 『만세전』 『삼대』 『표본실의 청개구리』 등

    다만, 저작자가 1962년 12월 31일 이전에 사망하였거나, 업무상저작물에 해당하여 발행일을 기준으로 보호 기간이 기산되는 저작물의 경우에 1962년 12월 31일 이전에 발행되었다면 2013년 7월 1일 시행된 보호 기간의 연장이 적용되지 않는다.

    1987년 저작권법은 부칙에서 우리나라가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외국인의 저작물을 보호하되, 그 조약이 우리나라에 시행되기 전 발행된 외국인의 저작물은 소급해서 보호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당시 저작권법은 우리나라에서 세계저작권협약(UCC)이 발효된 1987년 10월 1일 이후에 발행된 외국인의 저작물만을 보호하였다.

    그러나 외국 저작물에 대한 소급보호를 원칙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 지식재산권협정(WTO/TRIPS)이 1995년 1월 1일 발효됨에 따라 국내법이 개정되었다. 기존에는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아니었던 1987년 10월 1일 이전 공표된 외국인의 저작물 중 저작자가 1957년 이후에 사망한 저작물은 소급하여 보호받도록 한 것이다. 이를 ‘회복저작물’이라고 한다.

    그러나 WTO/TRIPS 발효로 보호받게 된 회복저작물은 이미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했던 만큼, 저작물 이용에 있어 국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경과 조치를 두게 되었다. 특히 국내에 WTO/TRIPS가 발효되었던 1995년 1월 1일 이전에 외국저작물을 번역, 각색, 영화화함으로써 작성된 2차적저작물은 이 법 시행 후에도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복제·배포·공연·상영 등의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즉, 질문 3과 같이 1995년 1월 1일 이전에 이미 번역되어 출판되던 책이라면 계속해서 출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회복저작물의 저작권자는 2000년 1월 1일 이후의 이용에 대하여 상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보상금은 지급해야 할 것이다.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이 주는 시사점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각종 저작재산권의 보호 기간은 “저작자가 사망하거나 저작물을 창작 또는 공표한 다음해부터 기산한다”고 하여 저작자의 사망, 저작물의 공표 또는 창작한 바로 그 시점을 기준으로 일일이 기산하는 것이 아니다. 일률적으로 다음해부터 기산함으로써 계산의 편리성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저작자의 사망, 저작물의 창작 또는 공표가 있었던 시기의 다음해 1월 1일 0시부터 계산하여 해당 보호 기간이 끝나는 해의 12월 31일 자정이 되면 보호 기간이 끝나는 것이다. 예컨대 어느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70년이 지나 71년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는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이 자유 이용 상태에 놓이게 된다. 누구든지 마음대로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소멸된 것은 저작재산권일 뿐, 저작인격권은 별개이므로 성명 표시 및 동일성 유지에 따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작재산권 소멸 이후에도 이용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하겠다.

    어쨌든 저작권법 중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에 관한 규정이 개정을 거듭하는 바람에 저작물 이용자들로서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번역 출판을 많이 해왔던 우리 출판계 입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회복저작물이 아닐까 싶다.

    혹여 새로이 원작자와 계약을 통해 한국어판 출판권을 얻은 출판사라 하더라도 이미 해당 저작물의 번역물을 출판해 오고 있는 경우라면, 회복저작물의 특례에 맞추어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보호 기간에 관한 원칙을 제대로 이해하고 난 다음에 저작물을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하다는 점에서 저작물 이용자들의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저작권 연구자,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미디어와 저작권의 상관성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출판 편집자로 일했으며 국립중앙도서관 문헌번호운영위원장, 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연구윤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저작권 및 연구 윤리에 관한 자문, 강의를 맡고 있다. 2018년 ‘생활 속의 표절과 저작권’이 K-MOOC 강좌에 선정되었다. 저서로 『출판실무와 저작권』, 『김기태의 저작권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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