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김기조의 몽상측면 #8 물체 전송장치

    그려놓고 보니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물체 전송장치 ― 스튜디오 ‘기조측면(Kijoside)’ 김기조 디자이너가 그린 측면의 일상 혹은 몽상


    글. 김기조

    발행일. 2013년 07월 31일

    김기조의 몽상측면 #8 물체 전송장치

    이것은 원거리 물체 전송장치로, 물체를 원하는 지역으로 전송하거나 받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먼저 물체에 대한 외형의 데이터 및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 단위 조성에 관한 구성 정보를 전송받는다. 전송받은 정보에 따라 재료 조성이 가능한 분자 토너와 온도 조절 분사기를 통해 실물에 가까운 물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계에 매달린 로봇 팔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분자 토너를 뿜어대며 구조를 쌓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원본과 차이가 없는 상태로 완성이 된다. 결국, 실물을 직접 전해 받는 것이 아니라, 물체의 복제품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 특정한 물체를 전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애당초 이 아이디어를 깜빡하고 집에 두고 온 도시락이라든가, 당일 배송도 지루한 홈쇼핑 마니아 정도를 위한 장난스러운 기계로 마무리 지으려 했었다. 무턱대고 순간 이동 장치 따위를 그려볼까도 했으나, ‘그럴듯한 불편함’을 얘기하는 것이 애초 시리즈의 목적인지라, 이런저런 거추장스러운 것을 덧붙이다 보니 제법 현실적인 고민이 따르는 물건이 탄생하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이건 그냥 네트워크에 연결된 3D 프린터 아닌가.

    그렇게 멀지도 않았던 과거, ‘그런 것이 있다더라’하고 전해지던 ‘꿈의 기계’가 어느새 목격이 가능한 형태로 등장했고, 심지어 현재는 인터넷 쇼핑으로도 구입 가능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물체의 외형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즉 원본이 있다면 그것의 외형적 복제품-모크업 정도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최근의 소식으로는 격발이 가능한 총기, 작동 가능한 배터리가 3D 프린터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외형의 흉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물성을 가진 ‘제품’으로서의 제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언젠가는 자동차나 비행기를 만들었다는 소식도 듣게 될 것 같다.

    과연 이 기술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을 것인지, 생산-유통-소비의 카르텔 속에서 생소한 기술로 끝나고 말 것인지는 당장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실물’을 공유하는 시대를 맞을지도 모른다. 복제된 데이터에 대한 개념도 아직까지 정리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개념에 부딪힐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단지 자동으로 음식이 튀어나오는 오븐이나 ‘호이포이캡슐’ 같은 것을 상상해보려 했을 뿐인데, 재미있자고 한 생각에 머리가 아파지려 한다.

    김기조 
    붕가붕가레코드 수석디자이너. 스튜디오 기조측면 운영 중.  전반적으로 시크하지만 칭찬 앞에서는 과감히 무너진다.  다양한 작업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재능도 있다고 믿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뭘 보여준 적은 없다.

    Popular Series

    인기 시리즈

    New Series

    최신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