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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걸의 디자인 강의 #4 공공미술과 디자인

    아름답고 신성한 대상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열망은 늘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표현됐다. 인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어떤 식이든 종교적 행위들이 함께 있었고 그것을 위해 인류는 마음속으로부터 어떤 갈망들을 나타내기 위한 예술행위를 행하였다.


    글. 권영걸

    발행일. 2013년 11월 27일

    권영걸의 디자인 강의 #4 공공미술과 디자인

    아름답고 신성한 대상을 창조하려는 인간의 열망은 늘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표현됐다. 인류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어떤 식이든 종교적 행위들이 함께 있었고 그것을 위해 인류는 마음속으로부터 어떤 갈망들을 나타내기 위한 예술행위를 행하였다. 그 작품들은 성스러운 것이었고 인간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나 봉헌물의 역할을 해왔다. 중세를 거치면서 거의 모든 예술적 표현은 종교와 신앙의 표현이었고 그것을 통해 승화된 예술은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인류의 역작들을 낳았다.

    아름다움의 본질, 예술

    Cave of Altamira and Paleolithic Cave Art Northern Spain

    서양에서 예술을 지칭하는 ‘아트(art)’라는 말은 라틴어 ‘아르스(ars)’에서 나온 것으로 ‘아르스’는 ‘기술’이라는 의미의 고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에 그 기원이 있다. 테크네를 활용해서 물건을 제작하는 것을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포이에시스(poiesis)’라고 하였으며, 이는 영어로 시작(詩作, poetry)으로 번역된다. 당시 예술은 이성적인 규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을 통칭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여러 도구를 만드는 일은 물론이고 학문이나 웅변술, 군사술 등과 회화와 조각, 건축까지 여기에 속한 것으로 여겨졌다.

    “인간은 한순간도 미적영향 (aesthetic impact)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어떤 친근감이나 혐오감을 느낀다. 미적영향은 현실적 문제의 결정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인간 환경의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 지그프리드 기드온(Siegfried Giedion)

    역사 속의 수많은 철학가와 사상가는 예술의 본질에 대하여 탐구해 왔으며 이를 규정하려 노력해 왔다. 예술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생각은 예술이 인간 고유의 고급한 정신 활동의 산물이며 예술이 진정한 가치를 지닌 무엇인가를 모방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미메시스(mimesis) 예술관인데, 인간의 운명이건 사물이나 풍경의 모습이건 아름다움의 원형이 따로 있으며 그 원형을 최대한 알맞게 모방하고 복원하여 감상자들에게 원형의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게 하는 일이 예술이라는 것이다.

    예술에 관한 또 다른 관점은 아름다움, 곧 미(美)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이다. 18세기 바움가르텐(Baumgarten)은 미를 감성적 인식의 완전성으로 규정하고, 미를 예술과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미의 체험이란 시대와 주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미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전의 관점에서 보면 미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예술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눈으로 보면 얼마든지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장소와 공간 그리고 미술

    [좌]The Umbrellas, Christo Javacheff, Japan – USA, 1984-91 [우]Spoonbridge and Cherry, Claes Thure Oldenburg, Minneapolis. Minnesota, USA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 예술품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눈으로 감상하는 방식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최근 현대미술은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활용하는 것을 중시한다. 공간 속의 미술작품은 단순한 사물이 아닌 정보를 지닌 인자이며, 물질적 형태를 넘어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장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예술작품에 있어 공간은 지금 여기(now and here)라는 상황을 강조하게 되므로 필연적으로 장소성을 부여하게 된다. 즉 배경으로부터 독립된 개체가 아닌 주변과의 관계성의 정의에 따라 존재한다.

    이러한 예술에 대한 변화는 1960년대 미니멀리즘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들은 어느 장소에 전시되어도 동일한 의미와 상품적 가치를 가지는 모더니즘 미술의 개념에 반대하며, 전시 장소와의 관련 속에서 현상학적으로 지각되는 미술작품의 개념을 주장하였다. 작품이 위치한 장소를 작품 일부로 삼고, 작품의 ‘내부’로부터 ‘외부’로 관심을 돌려 작품의 맥락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장소를 토대로 창작된 미술품은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장소에 대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또한, 장소로부터 새로운 의미를 얻기도 하면서 상호작용하게 된다.

    “의미 있는 장소와 관련 맺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뿌리 깊은 욕구이다.”

    –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

    공간 속의 작품이 지닌 정보는 작가의 개념이나 체험적 속성의 정도, 그리고 사회, 역사적 의미 등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는 매개체가 된다. 이는 감상자가 예술품과 분리되어 관조하던 방식에서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미술로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술이 공간 속에 놓여있을 때에 생성될 수 있는 새로운 의미에 대한 탐색이나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드러낼 수 있는 ‘공공성’이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공공미술에서 물리적 장소는 ‘공공성’을 보증하는 중요한 개념이며, 장소는 작품의 형태와 더불어 특정한 사회적 의미를 형성한다.

    미술이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고, 본격적으로 도시 내의 다른 공간들과 관계 맺음에 따라 ‘공공예술(Public art)’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게 되었으며, 예술의 새로운 분야로 정착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공공예술’은 장소, 기능, 내용적인 측면에서 대중을 위해 제작되고 소유되는 미술품을 의미한다. 20세기 후반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더 좁은 의미의 ‘공공미술’은 특정한 장소를 요하는 작품(site-specific work)으로 자칫 삭막해지기 쉬운 도시 내의 공공장소를 예술적 디자인으로 변모시키고, 그 장소를 이용하거나 방문하는 시민들의 정서함양과 사색을 위한 작품을 의미한다. 공

    공의 예술, 공공미술

    공공미술의 개념이 변화해 온 과정은 결국 ‘공공성’의 개념변화와 관련이 있다. 초기의 공공미술은 미술작품 설치의 위치를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물리적이거나 환경적인 공간으로 파악하여 주변과의 조화, 이용자들의 동선,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는 측면을 공공성에 대한 배려로 여겼다. 그러나 최근의 공공미술은 물리적이거나 환경적인 구조보다는 모든 개인의 심리적 부분, 즉 그것의 가치가 우리의 삶을 설계하는 데 있어 더 넓은 문화적 양식과 정치적 사건, 사회적 관심, 개인의 관심 간에 충만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을 중심 가치로 보고 있다.

    “미적 체험은 어떤 주체와 미적으로 의미 있는 형식을 갖고 있는 어떤 대상과의 만남에서 비롯하며, 이때의 출발점은 일상적 삶의 상황이다.”

    -J 매큇 (J Maquet)
    Woman Aflame, Exchange Square, Hong Kong, China
    Red Cube, Isamu Noguchi, New York, USA 

    1) 모뉴멘트로서의 예술
    우리가 도시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일차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시각적으로 가장 적극적이고 강렬한 예술흔적인 도시의 건축물이다. 로마가 고대로부터 영원히 잊히지 않는 건축물들의 개방된 박물관이라면, 파리는 세계적 건축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로 가득 찬 도시이다.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이 정착되던 1970년대에도 이와 같은 상징물로 공공미술이 설치되었다. 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정체성 부여와 계몽이라는 목적을 지닌 것이라는 점에서, 기념 조형물의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일 뿐 도시의 공간 속에 놓여있을 때 생성될 수 있는 의미에 대한 탐색이나 소통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에서 진정한 공공미술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2) 공공공간 속의 예술
    초기의 비판에 따라 공공장소에서의 미술은 점차 모뉴멘트에서 장소 속의 미술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공미술들이 ‘공공적’이라 불릴 수 있는 근거는 그것이 공공적이라 여겨지는 외부공간에 설치되어 공중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예술가에게 있어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사항은 독립된 작품으로서 미학적인 질을 강화하고 잘 보여 줄 수 있는 최상의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술품을 포함하고 있는 공간적 측면에서는 예술작업이 단지 유용한 시각적 보충물이나 부수적 요소에 지나지 않았다.

    3) 공공을 위한 미술
    공공미술의 틀을 바꿔놓게 되는 계기는 ‘공공장소에서의 미술 프로그램이 과연 도시의 미관을 개선하는가’와 ‘장소에 그 미술이 적절한가’에 대한 반문에서 출발하였다. 장소와 관객에 대해 무관심한 공공미술이 시민 즉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이었다. 미술관을 벗어난 공공미술은 달라진 맥락에서 다른 방식의 접근방향이 필요하였으며, 보다 접근 적극적으로 사회에 부응하는 것이어야 했다. 따라서 주변의 건축이나 풍경 같은 장소적 요인과 소통하거나 통합되고 도시공간을 위한 디자인에 기여하도록 요청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공공미술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가 삶의 한부분이 되는 미술을 말하는 것이다.

    도시와 공공미술

    도시가 팽창하고 인구가 밀집됨에 따라 삭막해진 건물 사이로 난 작은 광장, 공원, 공개공지 등의 공간은 삭막한 공간 속에서 시민들이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들 속의 공공미술은 도시 환경을 보다 질 높은 환경으로 개선하고 풍요로운 도시 공간을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오늘날 새로운 공공미술은 특정장소에 놓이는 예술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벽화작업, 대지미술, 가로포장, 스트리트퍼니쳐(street furniture), 문화 프로그램 또는 문화시설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문화도시는 사회적 교류와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곳이다.”

    – 루이스 멈포드(Luise Mumford)
    [좌]The Ira Keller Fountain, Lawrence Halprin, Portland Oregon, USA [우]Olympic Handover, London, UK
    Public sculpture, Christopher Park, New York, USA 

    1) 도시환경의 개선
    도시는 그 조직 내에 산재한 수많은 개별 이미지의 총합이다. 공공미술의 대상은 단지와 가로환경, 오브제로서의 건축물, 도시환경을 구성하는 환경조형물에 이르기까지 한정할 수 없이 다양하며, 이러한 요소들은 도시 전체의 새로운 갱신이 아닌 부분적 변용을 통하여 낙후된 공공공간을 새롭게 변모시킨다. 이러한 미술품들은 무미건조한 도시 공간 속에 시각적인 악센트를 부여하기도 하고, 보는 이에게 예기치 못한 경험을 제공하여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식별성과 가시성이 높은 미술품은 도시의 가로변이나 광장 속에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다. 시설물, 교량, 건축물과의 통합으로 경계를 뛰어넘는 작품들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기능성과 편의성을 제공하여 도시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동시에 좁혀나가는 기능을 한다.

    2) 공공영역의 활성화
    오늘날 공공미술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는 다양한 조형성과 기능을 통하여 진정한 공공성을 구현하고, 미술을 통하여 시민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등 인간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공공미술이 적용됨에 따라 단조롭고 쓸모없던 공간들이 생기 있는 모임의 장소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되며, 그 장소와 지역 사회에 대한 일반대중의 관심을 높여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울러 시민의 잃어버린 감수성을 일깨워 주고 창의적인 환경을 형성함으로써 공공공간을 재생시키고, 부흥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담장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수놓는 벽화사업을 들 수 있는데, 사적 영역을 보호하던 종래의 담장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소통의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지역민들에게 공동의식과 참여의식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3) 지역 문화발전 도모
    특이한 건축양식이나 거리미술들이 과거 예술이 빛을 발하던 시대나 작품, 작가에 대한 기억과 흔적을 통해 그 전통을 계승하고 승화시켜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사례들이 있다. 이러한 도시의 시민들은 그에 대한 기억을 문화적 유산으로 인식하고 도시 곳곳에 그의 자취를 기념함으로써 예술의 계승에 동참하게 되며,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활동들이 펼쳐지게 된다. 즉 공공미술은 문화 활동에 주민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그들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적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일차적인 창작물로써 귀결되는 공공미술이 아닌 이차적으로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예술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술도시, 창조도시

    1) 도시의 예술 공간화 – 파리, 프랑스
    파리라는 단어 앞에는 늘 ‘예술과 낭만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예술도시’라는 말에는 어떤 고정된 정의나 불변의 기준이 있을 수 없으며, 오직 그 도시가 예술의 보편원리인 조화와 균형 속에 살아 움직일 때 이를 예술도시라 말한다. 파리는 옛 모습을 고집하면서도 끊임없이 변모하는 도시, 역사와 문화를 유별나게 중시하면서도 과감하게 변신을 꾀하면서 옛것과 새것 간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도시이다. 샤를르 드골 공항과 초현대적 오피스빌딩들도 시내의 고색창연한 유적들과 마찬가지로 예술도시 파리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좌]Louvre museum, Paris, France [우]LA Defence, Paris, France
    LA Defence, Paris, France

    파리의 건물을 말끔히 정리한다는 취지하에 추진하였던 ‘하얀 파리’와 같은 계획적인 도시정비와 도시이미지 개선을 위한 ‘그랑 프로제’ 계획 등이 오늘날 파리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지난 30년 동안 퐁피두센터, 라 빌레뜨 과학공원, 아랍문화관, 오르세 박물관 등이 세워졌고 바스티유 오페라좌, 라 데팡스의 그랑 다르슈, 그랑 루브르, 국립도서관 등이 고색창연한 건축물의 숲 속에서 신축 또는 개축되었다. 건축을 통해 도시의 예술화를 실현하고 있는 그들은 거대한 기념비적 구축물을 만드는 대신 전체적인 도시 환경적 맥락 안에서 전통과 현대예술을 완벽히 묶어냄으로써 도시 전체를 고전 미학적 전통의 연속 선상 위에 재구성하고 있다.

    프랑스의 공공미술제도 역시 파리 등 도시를 필두로 도시계획 자체가 건물 등이 지닌 역사성과 전통적인 의미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새로움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공공미술의 적요에서도 과거의 유산을 유지하는 것과 복원, 확장을 병행하였으며 신도시의 설계단계에서부터 환경조형물 설치계획을 수립하여 현대적인 건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모범적 사례로 파리 외곽의 라 데팡스(La Defense)를 들 수 있다. 또한, 중앙정부 중심의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는 조형예술자문관을 두어 투명성과 지역성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예술로 다시 태어난 도시 – 글라스고우, 영국
    글라스고우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이 있는 영국의 소도시로 2차 산업이 발달한 곳이었으나, 중공업의 쇠퇴에 따라 19세기 찬란했던 영광은 사라지고 슬럼도시, 공업도시, 범죄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긴 채 죽음의 도시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글라스고시는 문화, 경제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예술’과 ‘디자인’이라는 문화도시전략을 통한 도시재개발을 시도하였다. 이후 1990년 ‘유럽문화도시’로 지정, 1999년 ‘영국 건축 및 설계의 도시’ 상을 받는 등 문화도시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가게 되었다.

    [좌]Glasgow Garden Festival, Glasgow, Scotland, UK [우]Forever Change, Jim Lambie, Glasgow, Scotland, UK

    1991년 글라스고우 개발청(Glasgow Development Agency)이 설립되었고 ‘Glasgow’s Alive’ 등의 캠페인을 통해 도시 활성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글라스고우 콘서트홀(Glasgow Royal Concert Hall), 뷰캐넌 쇼핑센터(Buchanan Galleries Shopping Center) 등의 건설이 이루어졌으며, 글라스고우 전 지역을 문화 예술의 활성화를 바탕으로 전반적이고 포괄적인 도시의 병리 현상을 치유하려고 하였다. 한편 1999년 ‘영국 건축 및 설계의 도시’를 받으면서 기존의 도시를 디자인 도시로 만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글라스고우 1999’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 축제는 스코틀랜드 건축, 디자인 센터(Scotland’s Center for Architecture, Design and the City)인 라이트 하우스를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글로스고우에서는 해마다 패션, 도시공학, 제품디자인, 조경과 관련한 200여 개에 달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또한, 글라스고 현대미술 축제(Glasgow international Festival of Contemporary Visual Art )를 통하여 시민 또는 방문객에게 매년 세계의 신인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을 엿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8년 전시는 ‘문화적 사파리(Cultural Safari)’라는 주제로 갤러리 오브 모던 아트(GoMA : Gallery of Modern Art), 현대 아트센터, 모던 인스티튜트(the Modern Institute) 등 시내 30여 곳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다. 전시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관광객과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며 도시에 산재한 다양한 공연과 예술작품에 대하여 설명을 해준다. 시민들의 참여와 일상 속의 예술을 통하여 새로운 사고를 부각하는 것이 바로 글라스고우시의 공공미술정책의 핵심전략이라 할 수 있다.

    3) 공공미술의 리더십 실현 – 뉴욕, 미국
    미국에 공공미술이 투입된 것은 극단적인 모더니즘 스타일의 건축이 보여주는 분리와 소외의 도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한 1960년 후반의 일이었다. 이때 설립된 공공시설국(General Service Administration)은 1963년에 연방건물의 건축비의 0.5%를 공공미술에 할당하는 ‘건축 속의 미술(Art in Architecture)’라는 프로그램을 최초로 시행하였다. 이후 연방예술기금(Nation Endowment for the Arts)을 통하여 1967년 ‘공공장소 속의 미술(Art in Public places)’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이로 인하여 공공미술의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여러 프로그램이 네트워크화될 수 있었다.

    Carrying on, Janet Zweig (cowork with Edword del Rosario), Prince St. subway station, Broadway, New York, USA
    Linear building up in the tree, Acconci Studio, 안양예술공원, 경기도 

    또한, 뉴욕시에서는 건축물의 총 건축비용의 1%를 미술작품에 쓰도록 하는 ‘미술을 위한 퍼센트 법’이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5개의 독립구에 있는 건물들을 위하여 미술작품 구입 및 위탁의 기회를 기관에 제공하는 것으로 민간 건축주의 참여를 의무화한 제도이다. 이 밖에도 비영리 단체, 민간후원기관 등 다양한 단체가 공공미술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뉴욕의 공공미술 제도의 특징은 기금조성이나 작가선정 등의 과정도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 아래 합리적인 제도와 절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연방과 자치정부 간 긴밀한 협조를 통하여 경비지원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공공주체의 참여 및 지역사회를 위한 제도적 배려 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공미술 리더십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공공주체의 지원에 힘입어 뉴욕은 현대 공공미술의 전시장이 되었다. 고층 건물 빼곡한 뉴욕의 도심 곳곳을 점령한 공공미술품들은 단순하고 생명력 없는 장식적인 조형물에서 벗어나 사진과 퍼포먼스, 전광판과 빛의 투사 등 다양한 매체들을 끌어들여 한층 폭넓은 소통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과자 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이 테마가 있는 시장으로 바뀌어 첼시 마켓(Chelsea Market)이 탄생하였으며, 화물 운송으로 사용되던 고가 철도 하이라인(Highline)은 21세기의 생태 공원으로써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역, 공원, 광장 등 도심 곳곳에도 세계적인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뉴욕인의 삶과 동행하는 공공미술 환경을 이루고 있다..

    예술로 창의 도시를 완성한다

    [좌] 아트쉘터, 최욱, 서울 [우] 문(門)의 풍경, 지승은, 옥수역, 서울 

    벽화가 그려진 담장, 예술과 버스쉘터가 합체한 아트 버스쉘터 등 최근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거리에서 만나는 클레스 올덴버그(Claes Thure Oldenburg)의 상징조형물과 조나단 브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거대 조각은 숨 가쁜 도시생활 속 시민들에게 여유와 낭만을 제공한다. 1984년 서울시에서 건축물에 대한 미술장식을 의무화하는 ‘1% 법’이 법제화된 이후 서울의 도시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많은 미술품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지속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공미술’은 ‘예술’이 아닌 ‘장식물’ 수준에 머물러 있었으며, 미술이 공공의 공간을 활보하면서 대중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근자(近者)의 일이라 할 수 있다. ‘장식’이 아닌 ‘예술’과 ‘삶’으로써의 ‘공공미술’을 확산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서울시는 2007년부터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우리가 무심히 만들어 사용하는 의자, 벤치, 휴지통, 버스정류장, 볼라드, 전화박스 등 거리 가구는 물론 교량, 재래시장, 한강, 사회기반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예술적 감성으로 어루만지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진정한 공공미술의 성공은 지역의 특성을 어떻게 담아내느냐와 주민들과의 소통, 참여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정도(定都) 600년이 넘는 유․무형적 유산의 보고이기에, 그 문화적 자산을 기초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또 IT(정보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한한 참여와 소통의 기회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 이제 서울이 지닌 지식과 창의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의 도약을 이루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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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걸
    현재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서울대 미술관 관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장, 한국공공디자인학회장, 서울시 부시장 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지냈다. 『공간디자인 16강』, 『공공디자인행정론』, 『색채와 디자인비즈니스』 등 34권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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