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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구룡의 디자인 책 읽기] 디자인 스튜디오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스튜디오 컬처』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디자인과 학생이라면 디자인 스튜디오 가는 것을 당연하고 영광스럽게 여겼다. 이때만 해도 디자인 스튜디오는 10명을 넘거나 20명이 넘어가며 손에 몇 개 꼽을 수 있는 대규모 스튜디오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기업에 바로 들어가 일을 하거나, 일찌감치 독립해 자기 회사를 차리는 디자이너가 많아졌다.


    글. 강구룡

    발행일. 2015년 04월 14일

    [강구룡의 디자인 책 읽기] 디자인 스튜디오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스튜디오 컬처』

    GTF, 펜타그램(Pentagram), 와이낫어소시에이츠(why not associates)…. 이름만 들어도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그래픽 디자인 회사들이다. 이들 모두 혼자 활동하기보다는 함께 일하며 공통의 공간이 있다. 디자이너에게 스튜디오는 꿈의 공간이다. 요리도 해먹고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동료와 함께 작업하며 삶을 키워간다. 디자이너마다 저마다의 습관과 버릇이 있고 일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영국 디자이너 제임스 고긴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집에서 스튜디오를 만들어 혼자 일하며, 앨범 디자인으로 유명한 그래픽 듀오 논포맷은 스카이프로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원격으로 일을 처리한다. 5명이 함께 일하는 영국의 스튜디오 비블리오테크는 네모난 책상을 연결해 서로 마주 보며 평등하게 일한다. 120명이 넘는 직원을 둔 에릭 슈피커만은, 아침 30분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돌아다닌다. 스튜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를 ‘머리’라고 언급한 앨런 플래처의 말을 빌려보면, 디자이너에게 스튜디오는 다른 머리, 즉 다른 사람을 만나 더 똑똑한 작업을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닐까.

     영국에서 주목받는 디자인 스튜디오 비블리오테크의 작업 공간을 표지로 활용한 『CreativeReview』 매거진. 존 제프리, 메이슨 웰스, 팀 비어드 3명이 창업한 비블리오테크는 1991년에 작고한 독일의 그래픽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의 작품을 조망하기 위한 전시를 열어 디자인계에서 큰 찬사를 받았다. 출처: http://www.creativereview.co.uk
    디자인 듀오 논포맷의 작업 사진. 영국 출신인 존 포스는 미국의 미네소타 주에서 일하고, 노르웨이 출신인 셀 에크호른은 런던에서 일한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디자인 스튜디오는 운영된다. 출처: https://popschau.wordpress.com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디자인과 학생이라면 디자인 스튜디오 가는 것을 당연하고 영광스럽게 여겼다. 이때만 해도 디자인 스튜디오는 10명을 넘거나 20명이 넘어가며 손에 몇 개 꼽을 수 있는 대규모 스튜디오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기업에 바로 들어가 일을 하거나, 일찌감치 독립해 자기 회사를 차리는 디자이너가 많아졌다. 더불어 규모 면에서도 20, 30명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2, 3명의 소규모로 바뀌며 개인으로 활동하는 추세이다. 아마 이런 원인은 “노트북과 레이저프린터가 있으면 스튜디오는 운영할 수 있다.”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특성도 한몫하지만, 그만큼 디자인 시장이 작아진 경제적 이유가 크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기만의 스튜디오를 갖고 싶어한다. 임대료가 괜찮은 장소만 있다면 바로 계약하고, 이케아 책상과 의자를 구입해 조립하고 전기 콘센트를 연결하면 한두 시간 안에 스튜디오가 뚝 하니 만들어지는 것. 그러나 책상에 아이맥과 아이폰을 가지런히 놓는다고 해서 멋진 스튜디오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을 주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하고, 회의할 때나 가끔 머리를 식힐 때 마실 커피를 만들어 낼 커피머신도 필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료와 가끔 불화가 생길 수 있고, 심지어 한 사람이 퇴사할 수도 있으며, 어제 뽑은 신입 인턴이 포토샵 레이어를 합쳐서 저장하는 실수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 추가되다 보면, 스튜디오는 언제 완성될까? 고민이 들지만, 결국 디자이너에게 스튜디오는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할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끝이 없는 공간…. 아마 이것이 모든 디자이너에게 스튜디오가 가지는 공통된 의미가 아닐까.

    흥미로운 디자인 스튜디오 사진, 맨 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landor, pentagram, sagmeisterwalsh, studio alexander, the international office, weareplural, 3st, ideo, 출처: http://studiomagazine.co.nz

    지난 2011년 안그라픽스에서 발간한 책 『스튜디오 컬처』는 스튜디오를 창업하고 또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에게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으로 힘을 주는 책이다. 어떻게 대출을 받았느냐에서부터 직원을 해고한 이유까지 현실적인 질문도 넘쳐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디자이너에게 스튜디오를 어떤 아름다운 이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겪고 헤쳐나가야 할 일로서의 경험을 들려준다. 흥미로운 것은 1명이 일하느냐, 100명이 일하느냐처럼 인원수에 따라 책에 나오는 스튜디오의 성격도 나뉜다. 혼자서 일할 수 있고, 100명과 일할 수 있지만 모두 저마다의 문제와 어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스튜디오를 창업하는 사람보다는 이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에게 하소연과 공감을 얻게 해준다. 디자이너를 인터뷰하다 보면 그들 뒤로 보이는 포스터와 책, 스케치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그들이 일하는 스튜디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질문을 하다 보면 재미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란 걸 알 수 있다. 지은이 에이드리언 쇼네시는 국내에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라는 책으로 유명한 저자이다. 해외까지 하면 이 책은 7만 부가 넘게 팔렸다. 아마 그런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스튜디오 컬처』는 ‘영혼을 잃지 않고 스튜디오 만들어 가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영혼은 너무 거창하고 생존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해 보인다. 생존을 위해 무엇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면, 이 책에 나온 아래의 문구를 한 번씩 찾아보며 읽어보길 권한다. 디자이너 모두가 스튜디오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스튜디오가 어떠한 곳인지 아는 것은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디자인이라는 말은 스튜디오와 함께할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여러 유명한 스튜디오를 보면 표준 모델이 없다. 하지만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개인의 욕구와 집단의 욕구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18p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위트와 말장난을 책장과 마우스패드만큼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미래의 스튜디오에서 유머가 사라진다면 디자이너의 인생이 빛을 잃을 것이다. -32 p

    노트북과 레이저프린터가 있으면 스튜디오는 운영할 수 있다. -262p

    밀턴 글레이저가 스튜디오 일로는 돈을 못 벌었고 스튜디오 건물을 사서 돈을 벌었다고 하더라.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도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296p

    디자이너들은 사실 무한한 자유를 원하지 않는다.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알려 주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격려할 때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인다. -301p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유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락이 오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주목받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303p

    도서 정보

    스튜디오 컬처(Studio Culture: The Secret Life of a Graphic Design Studio)
    저자: 토니 브룩, 에이드리언 쇼네시
    역자: 이은선
    출판사: 안그라픽스
    출간일: 2011.02.15
    가격: 26,000원

    강구룡
    그래픽 디자이너, 디자인 저술가, 공저로 『위트 그리고 디자인』, 『디자인 확성기』가 있으며 버라이어티 디자인 토크쇼 〈더티&강쇼〉를 진행하며 디자인과 사회, 문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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