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호리틱은 금융권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968년 설립 이래 ‘광주·전남 대표 은행’으로 성장한 광주은행 BI입니다. 광주은행은 ‘고객중심, 현장중심 경영을 실천하여 최고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강하고 튼튼한 은행’을 실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민 및 중소기업 중심 최고의 소매전문은행’이 비전인 광주은행은 지역 상생발전을 추구하는 대표적 지역 은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주은행의 영문 로고는 모서리를 굴림으로 표현한 ‘Praxis Next Pro Semi Bold’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영문 j의 점을 마름모꼴로 표현하였고, 한글에는 ‘광’의 ‘ㅏ’ 곁줄기를 마름모꼴로 표현하고 있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BI를 살펴보면, 세로 획이 가로 획보다 굵은 모던한 고딕 계열로 깔끔한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한글 BI의 아쉬운 부분을 찾아보면, 크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자소 ‘ㅈ’의 속공간 크기.
조금 더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세로획을 표현하면 전체적으로 고르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세로모임꼴 ‘주, 은’이 유독 넓어 보인다는 것.
이것은 중성 ‘ㅡ’의 폭 때문입니다. 자간이 넓어 보이지 않도록 조정해 주면 밀도감이 올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 번째는 작거나 크게 보이는 자소 크기.
BI를 살펴보면 ‘광’의 초성 ‘ㄱ’은 커 보이고, ‘은’의 초성 ‘ㅇ’은 조금 작아 보이고, ‘행’의 초성 ‘ㅎ’은 조금 커 보이는 느낌입니다. 크기를 조정해 전체적으로 같은 톤으로 보이도록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 네 번째는 자소 굵기.
전체적으로 ‘ㅇ’의 굵기가 조금 얇아 보입니다.
속공간 크기
지난 7화 ‘사랑의열매’ BI 편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나요? 필자의 경우에는 곡선을 표현할 때, 세로획을 표현한 후 곡선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ㅈ’에 있는 속공간을 고르게 보이도록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로모임꼴 폭
광주은행 BI의 글자폭을 보면 ‘주’와 ‘은’의 사이가 조금 넓어 보이는데요. 이는 중성 ‘ㅡ’의 좌우폭 길이가 다른 글자에 비해 길게 표현되어 있어 좌우폭을 조금 좁혀주면 좋을 것 같고요. ‘은’의 초성 ‘ㅇ’의 경우에는 좌우폭이 작아 보여 반대로 좌우폭을 조금 넓혀주면 자연스럽게 보일 것 같아요.
자소 크기
필자는 한글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고르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자와 상관 없이 크기가 고르게 보이거나, 굵기가 고르게 보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고르게’라는 것은 ‘시각적으로 고르게 보이도록 하는 것’을 뜻합니다.
광주은행 BI를 보면 ‘광’에서는 ‘과’의 폭이 종성에 비해 조금 넓어 보여 약간 조절하고, ‘은’의 초성 ‘ㅇ’은 좁아 보여 약간 넓혀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행’의 초성 ‘ㅎ’의 ‘ㅇ’은 좌우로 넓게 그려져 있어 좌우로 넓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초성이 왼쪽에 위치한 경우 ‘ㅇ’을 정원이나 세로로 넓게 표현하는 것이 필자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말하면 ‘오, 응’ 등의 세로모임꼴이나 종성에 위치한 경우에는 좌우로 넓게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해요.
자소 굵기
한글 BI를 표현하는 요소는 가로획, 세로획, 사선 또는 곡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각적으로 비슷한 굵기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 좋은데요. 직선 가로획의 굵기는 ‘ㅇ’ 좌우의 굵기와, 직선 세로획의 굵기는 ‘ㅇ’ 위아래의 굵기와 비슷한 굵기로 보이도록 하면 글자들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광주은행 BI를 보면 ‘ㅇ’의 좌우 굵기가 직선 세로획보다 얇은 느낌이에요. 세로획의 굵기 중에는 중성 ‘ㅐ’의 굵은 세로획이 두 개라 굵고 강해 보이기 때문에 약간 얇게 해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아요.
지금까지 광주·전남 지역을 대표하는 ‘광주은행’ BI를 살펴보았습니다. BI를 보면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지만, 좀 더 자세히 보면 자소의 크기, 자소의 굵기, 곡선 자소의 형태에서 약간 아쉬운 부분을 볼 수 있었어요. 처음으로 금융권 BI를 호리틱해 보았습니다.(BI 이미지 출처: 광주은행 공식 홈페이지)
닥터폰트 대표. 1993년 ㈜큐닉스컴퓨터 서체개발실을 시작으로 서울시스템, ㈜모리스디자인, ㈜산돌커뮤니케이션, ㈜윤디자인그룹 등 여러 기업에서 활동했다. 삼성 전용서체(2002), 현대카드 전용서체(2003), 중앙일보 신문 전용서체(2006), 경향신문 제목용 서체(2012) 등 다종다양한 글자를 짓고 선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