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호리틱은 난방 기구 분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962년에 창립한 귀뚜라미 보일러는 보일러 산업의 선두주자로, 보일러 외에도 홈네트워크,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과 더불어 최근에는 에어컨 사업 분야로도 진출해 냉난방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귀뚜라미 보일러 한글 BI 구조를 살펴보면, 정네모틀에서 벗어난 탈네모틀 구조입니다. 무게중심선이 상단에 위치하고 있고, 자소들의 시작과 맺음을 굴림으로 표현해 전체적으로 귀엽고 어린 느낌이 많은 BI라 할 수 있겠네요. 이번 호리틱에서 살펴볼 부분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자소 크기.
가로모임꼴 ‘라’의 초성 ’ㄹ’은 커 보이지만, 세로모임꼴 ‘보’의 초성 ‘ㅂ’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느낌입니다. 물론 두 자소의 크기가 다른 게 맞지만, 시각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보이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일’의 종성 ‘ㄹ’도 조금 작아 보이는 느낌이고요.
두 번째는 자소 굵기.
‘뚜’의 초성 ‘ㄸ’은 다른 초성들에 비해 조금 얇아 보이고, ‘라, 러’의 초성 ‘ㄹ’은 조금 굵어 보이네요. 특히 ‘ㄹ’이 굵어 보이는 이유는 자소 속에 보이는 큰 라운드의 크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세 번째는 자소 통일감.
BI를 보면 시작과 맺음이 모두 굴림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라, 러’의 중성 ‘ㅏ, ㅓ’의 가로 곁줄기를 살펴보면, 굴림의 형태가 다르게 되어 있네요. 다른 자소들과 마찬가지로 동그란 굴림으로 표현한다면 전체적으로 같은 표정을 보일 것 같아요. 그럼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소 크기
한글 BI에서는 무엇보다 작업자가 처음에 정한 콘셉트를 전체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귀뚜라미 보일러 BI를 보면 ‘라, 러’의 초성이 조금 커 보이는데 이는 ‘ㄹ’의 가로폭이 크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중성 ‘ㅏ, ㅓ’의 가로 곁줄기 길이가 짧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이고요. ‘ㄹ’의 가로폭을 조금 조정한 후 ‘ㅏ, ㅓ’의 가로 곁줄기도 조금 길게 해 주면 더 좋아 보일 것 같습니다.
‘보’의 초성 ‘ㅂ’은 다른 글자들에 비해 조금 작아 보이는데요. 이는 상대적으로 중성 ‘ㅗ’의 긴 가로보 위에 초성 ‘ㅂ’이 위치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ㅂ’의 크기를 약간 크게 하고 중성 ‘ㅗ’의 긴 가로보도 조금 짧게 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일’자의 경우에는 초성 ‘ㅇ’이 약간 위아래로 큰 느낌이어서 종성 ‘ㄹ’이 더 작아 보이는 느낌인데요. 초성 ‘ㅇ’과 종성 ‘ㄹ’의 크기를 조절해 주면 보다 안정적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자소 굵기
귀뚜라미 보일러 BI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굵기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ㄸ’은 조금 얇아 보이고 ‘ㄹ’은 조금 굵어 보이는 느낌이에요. 획이 많은 ‘ㄸ’의 경우에는 조금 얇아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조금 더 굵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자소의 크기에서도 언급한 초성 ‘ㄹ’이 굵어 보이는 이유는 자소의 크기도 크기지만, ‘ㄹ’의 속공간에 있는 큰 라운드도 굵어 보이는 이유로 보입니다. 마치 블러(Blur) 효과를 준 듯, 선명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굵어 보이는 느낌이에요. 개인적으로 필자는 속공간에 라운드를 주는 경우에는, 작게 라운드를 주거나 거의 주지 않는답니다.
자소 통일감
서두에 언급했듯이 귀뚜라미 보일러의 BI는 탈네모틀 구조에 자소들을 굴림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귀엽고 어린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요. 형태적으로 굴림이 다르게 표현된 자소들이 있어요. 바로 ‘라, 러’의 중성 ‘ㅏ, ㅓ’의 가로 곁줄기입니다. 다른 자소들은 굴림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비해 ‘ㅏ, ㅓ’의 경우에는 곁줄기만 모서리를 굴린 형태로 되어 있어서, 모두 굴림으로 표현하는 것이 통일감을 주는데 더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귀뚜라미 보일러 BI를 살펴보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싶은 분들은 BI의 크기를, 화면에서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몇 단계에 걸쳐 비교해 보면 호리틱 전·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그럼, 다음 호리틱에서 만나요.(BI 이미지 출처: 귀뚜라미 보일러 홈페이지)
윤디자인그룹, 산돌 등 다수의 폰트 회사를 거쳐 현재는 닥터폰트(DOCTORFONT) 대표로 있는 28년차 폰트 디자이너다. 폰트 제작, 한글 교육, 브랜드 개발 등 한글을 기본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