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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조의 몽상측면 #4 도시형 우주복

    언젠가는 제작될지도 모르는 도시형 우주복 ― 스튜디오 ‘기조측면(Kijoside)’ 김기조 디자이너가 그린 측면의 일상 혹은 몽상


    글. 김기조

    발행일. 2013년 01월 30일

    김기조의 몽상측면 #4 도시형 우주복

    위치상 북반구에 속하는 대한민국은 온대기후로서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배워왔다. 뚜렷한 사계절의 풍광이 자랑거리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계절적 변화를 체감해야 하는 나로서는 여간 성가시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강추위가 계속되는 때에는 어쩌다 이 나라가 이런 지역에 자리를 잡았나 하는 원망까지 하게 된다.

    물론 사계절 덕분에 시간의 흐름을 살갗으로 느끼는 잔재미가 있다 치지만, 그것은 추억 같은 것. 어쨌든 당하는 그 순간에는 괴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나마 더위는 잘 참는 편이지만 추위에는 속수무책인 내게는, 추운 날의 바깥활동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때맞춰 몸져눕는 날도 해마다 늘어나는 중이니 몇 년 뒤에는 겨울을 피해 아예 남쪽 어딘가로 피신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국여행이라든가 겨울 별장 같은 것은 먼 세상 이야기, 춥든 덥든 간에 생계를 위한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어느 이른 아침, 영하 기온에 추위를 더하는 칼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다가 생각했다. ‘이런 날씨에는 정말 우주복이라도 입고 다니고 싶다.’라고. 그리고 아마 그 생각을 걷는 내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려보았다.

    이것은 도시형 우주복이라고 부를만하겠다. 촘촘히 반사판이 부착된 섬유와 열선, 보온재로 이루어진 슈트 내부로 소형의 공조장치가 적당히 데워진 공기를 들여보낸다. 적당한 수납공간과 음수장치도 갖추고 있으니 출근길의 커피 한잔도 무리가 없다.(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등에 메는 공조장치와 이동식 발전기 이외에는 크게 무게를 차지하는 것도 없으니, 약간의 뒤뚱거림만 감수한다면 착용한 내내 쾌적한 움직임이 보장된다. 물론 달 표면 위를 통통 튀어 다니는 우주인만큼 재미있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지만…. 이 옷을 고안하는 내내 고민했던 것은 화장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장고 끝에 휴대용 소변기 같은 것은 넣지 않기로 했다. 상쾌한 출근 후에 가장 먼저 할 일을 소변 통을 비우는 일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지퍼가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이 옷이 실제로도 만들어져 거리를 누비게 된다면,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한눈에 끌게 되겠지만 아마도 다들 부러워서 쳐다보는 것일 테다.

    김기조 
    붕가붕가레코드 수석디자이너. 스튜디오 기조측면 운영 중.
    전반적으로 시크하지만 칭찬 앞에서는 과감히 무너진다.
    다양한 작업에 관심이 많고 스스로 재능도 있다고 믿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뭘 보여준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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