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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애프터뷰 #10 윤재오

    윤재오 interVIEW in 2013 / afterVIEW in 2020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20년 04월 22일

    인터뷰/애프터뷰 #10 윤재오

    interVIEW / afterVIEW
    
    인터뷰(interview)는 말 그대로 서로(inter) 보는(view) 일이다. 서로 보는 일이나, inter-see가 아니라 inter-view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터뷰는 책, 기사, 영상 등 ‘인터뷰 콘텐츠’를 전제로 한 서로―보기다. 인터뷰 자체를 콘텐츠 제작 과정의 일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콘텐츠에는 기획 의도가 있으므로, 콘텐츠를 위한 만남과 대화는 어느 정도 기획적·의도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인터뷰 또한 그렇다.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기보다, 관점과 관점의 상호작용이다. 즉, view와 interaction의 결합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2011년 창간 이후 국내외 디자인계 인물 약 300명을 인터뷰했다. 타입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설치미술가, 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 어느 날 문득, 그들의 인터뷰 이후가 궁금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view를 재확인해보고 싶었다. 지금쯤 그들은 어떤 위치와 어떤 view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지. 지금의 view에 새로운 interaction이 더해지면 어떤 interview가 가능할 수 있을지. 그들과 다시 서로―보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다. 연재 코너 [인터뷰/애프터뷰]를 마련한 까닭은. 특별한 기획의도는 없다. 다만, 그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는 것 외에는.

    interVIEW in 2013

    그래픽 디자이너 윤재오는 자전거를 타며 자전거 관련 디자인 작업을 했다. 자전거가 먼저고 디자인이 그다음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디자이너로서 그의 시간 안에는 자전거가 늘 세워져 있거나 달리고 있는 듯 보였다. 언제든 자전거 탈 준비, 디자인할 자세가 된 모습이었다. 다만, 당시 인터뷰 중 그는 회사에 소속된 디자이너로서 몇 가지 아쉬움을 표했다. 경제 사정, 업무량, 디렉터 없이 혼자 일하기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하나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열심히 그리고 감사하게 일을 한다” 같은 건설적 말들을 했다. 내 페달은 쳇바퀴가 아니거든요, 아니어야 하거든요, 라고 의역될 만한 발언들이었다.

    afterVIEW in 2020

    여전히 윤재오는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관련 디자인 작업을 한다. 달라진 게 있기는 하다. 시작 단계부터 참여한 자전거 브랜드를 위해 일한다는 것. 그는 ‘자기의 일’을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자전거를 탄 15년차 사이클리스트는 결국 자전거를 자기화(自己化)시킨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전거와 거리를 둔다고, 자전거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윤재오가 시작 단계부터 참여한 자전거 브랜드 ‘치즈 사이클링 클럽(Cheese Cycling Club)

    2013년 인터뷰 이후 7년 만입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인사치레의 적용 범위를 훨씬 초과하는 기간이네요. 대신 이렇게 질문 드릴게요. 7년 전처럼 지금도 열성적인 사이클리스트고, 그때처럼 자전거 회사를 위한 디자인 작업을 지속하고 계십니다. 만약 디자이너 윤재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한 편 제작된다면, 그 이야기 안에서 ‘자전거’는 어떤 상징물로 그려지면 좋을까요? 이를테면 〈기생충〉의 ‘수석’ 같은 상징물로서 말입니다.

    저는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이에요. 어떤 좋아하는 것(자전거)이 있더라도 그것이 너무 좋아지면 일부로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자전거 동호인이고 자전거 옷을 만드는 일을 하지만 너무 그쪽에만 치우치지 않기 위해 애써요. 그래야 더 다양한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을 제가 하는 디자인에 접목했을 때 신선한 작업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질문처럼 만약 제 영화에 자전거를 등장시킨다면, 특별한 의미를 두기보다는 그냥 항상 있는 소품 정도였으면 좋겠네요.

    정말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이제라도 꼭 여쭤보고 싶어요. 인터뷰 사진 얘기인데요. 옥수수밭 같은 곳에서 음반 하나를 들고 활짝 웃고 계셨습니다. 신해철의 〈고군분투〉 앨범 맞죠? 인터뷰 시점이 2013년이었으니, 마왕의 부음이 들려온 게 그 이듬해였네요. 7년 전 인터뷰 사진에 대한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사실 그 사진에 대해서 자세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냥 친구들과 부모님 집에 놀러 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왜 그 앨범을 들고 있었을까요? 그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신해철 님을 좋아하기는 했었고 지금도 종종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궁금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넥스트의 음악보다는 솔로 앨범이나 무한궤도 시절 노래를 더 좋아합니다. 한 달 정도 전에 유튜브에서 예전 신해철 님 무대를 봤는데 기억에 남아 링크를 남겨 봅니다. https://youtu.be/vjOTao-f1nw

    2013년 인터뷰 사진

    “그리고 별도로 영상 작업도 하고 있어요. 처음에 회사 생활 할 때는 이런 일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프리랜서가 되어야겠구나 생각하고 보니 하나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Please Stay Still’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시더군요. 얼마 전 3년 만에 새 영상이 올라왔던데요. 제목이 ‘나는 유튜브를 계속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홈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영상미, 노란색 바탕체 자막, 윤재오(의 작업)에 대한 윤재오의 코멘터리, 그리고 무엇보다, 인서트컷으로 급/자꾸 등장하는 강물·길고양이·나뭇잎! 뭐라 형언하기 힘든 마력적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해서, 혹시 지금도 “하나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진행 중인 일들이 있나요?

    저는 자전거 의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크게는 브랜드의 방향을 제시하고 세부적으로는 제품을 디자인합니다. 만든 제품들의 사진도 직접 찍고요. 상업적인 작업이라 완성도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있고 부담도 커서 많이 지쳐가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단순히 많이들 하고 많이들 보기 때문인데요. 유튜브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꾸준한 업로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꾸준히 하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완성도나 전략 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소개에 평소 생활하면서 의미 없이 찍은 영상들을 섞어서 몇 편을 업로드했어요. 제가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건, 팔 굽혀 펴기만 계속하면 힘드니까 윗몸 일으키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나기도 하는 것과 같지 않나 싶고요.

    윤재오의 유튜브 채널 Please Stay Still에 게시된 영상

    “지금 생각하는 것으로는 어떤 축제 같은 행사를 해보고 싶어요. 아니면 제품을 만드는데 기획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거? (···) 디자이너라는 말의 의미가 꼭 시각적인 무엇을 만든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저는 ‘계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2013년 인터뷰 이후 실현된 계획, 또는 향후 꼭 실현시키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시작 단계부터 직접 디자인한 브랜드에서 지금껏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7년 전 생각했던 일을 어느 정도 실현해가는 중이랄까요. 중장기 계획은 지금 하는 브랜드를 더욱 발전시키는 거고요, 가까운 계획은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 만들기입니다. 만든 사람이 직접 제품을 소개하는 곳. 사용하는 사람과 함께 제품을 즐기는 공간을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2020년 4월 시점에서, 작가님 스스로 ‘디자이너 윤재오의 대표작 혹은 중요작 내지 문제작’으로 꼽고 싶은 작업들 몇 편만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년은 브랜드와 함께 회사를 옮겨야 했고, 새 회사 새 공장과 손을 맞춰가며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실험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작업은 ‘Geothermy’라는 여름 캡슐컬렉션 라인이에요. 종이에 물감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스캔해 메시(mesh) 소재 원단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제품들입니다. 판매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신선하면서 완성도 있는 제품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돈은 안 되지만 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 지금도 배고프게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 돈으로 저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인 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게 있어요. 지금도 정말 열심히 그리고 감사하게 일을 하고 있지만, 만약 그 정도 상황이 되면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자리를 잡고 싶은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7년 전 “자신만의 야망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하네요.

    ‘야망’을 포털 사이트 사전에서 검색해보니 ‘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이라고 나오네요. 2013년도에 제가 했던 인터뷰를 다시 보니 저는 돈을 더 벌고 싶었고, 그 돈으로 자유를 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야망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만, 과연 돈으로 자유를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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