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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테리얼’ 만든 두 디자이너 송준호·이동훈

    “내 것을 한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사 가고 즐기는 게 즐겁고요.”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5년 03월 13일

    ‘맛테리얼’ 만든 두 디자이너 송준호·이동훈

    노란 조끼를 입은 고추 튀김(동그란 고추씨까지 붙어 있다!), 추위를 많이 타서 보라색 후드를 걸친 군고구마(이동식 캡슐 호텔에서 산다), 섹시한 레드빛깔 떡볶이 국물(어떤 것이 들어와도 맛을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숭고함을 지녔다)까지, 이들이 만든 캐릭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당장 스트리트를 헤치고 포장마차로 진격하게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캐릭터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프로젝트 맛테리얼의 디자이너 송준호, 이동훈을 만났다.

    두 분이 어떻게 만나게 되셨어요?

    이동훈
    대학 동기예요. 동갑내기 친구고. 졸업 후 서로 다른 길 가고 있다가 창조관광 사업을 계기로 둘이 만나게 됐어요. 이게 조금 운명 같은 게, 일본에 놀러 갔다가 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신문을 봤어요. 창조관광 사업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있더라고요. 그 전에 음식 캐릭터를 만들어서 작은 전시를 한 적이 있어서 이 아이템으로 지원해볼까 생각했죠. 그런데 바로 그날 밤, 이 친구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해볼까, 하고 사업계획서를 냈는데 다행히 선정되어서 각자 하던 일을 정리하고 뭉친 거죠.

    송준호
    저도 신문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그때 동훈이는 친구들과 디자인 스튜디오를 하고 있었고 저는 아동교육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친한 사이였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은 못 했죠. 그런데 기사를 본 순간 딱 동훈이가 생각나더라고요. 이거 한번 해보지 않을래, 했더니 마침 자기도 봤다고 하더라고요. 창조관광하면 보통 여행 관련은 많겠지만, 캐릭터는 없을 거로 생각했고 길거리 음식 캐릭터는 관광 상품으로 되겠다 싶었죠. 운 좋게 지원을 받게 된 게 지금까지 왔네요.

    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게 두 분한테도 모험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과감하게 결정을 하셨는지요?

    아직도 모험 중인 것 같아요…(웃음). 둘이 성향이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 결정하게 된 요인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네요. 서로가 보는 시각이나 생각에 차이가 있다 보니 오히려 장점이 있어요. 디자이너라면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아? 라는 디자이너의 부심(?) 같은 생각이 있었는데 맛테리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대중은 무엇을 보는가, 라는 점이었어요. 그러면서 대중적인 감각도 익히게 되고, 대중의 시선에서 보려고 노력하고. 전시 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게 힘이 많이 되죠. 이제 좀 더 맛테리얼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제대로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작과 유통까지 하는 작업실을 운영하는 건 디자인만 하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힘든 일은 없으셨나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요. 그래도 내 것을 한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구매자로서 사기만 하다가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사 가고 즐기는 게 즐겁고요. 욕심대로 하자면 더 좋게 만들 수 있는데 몇천 개 물량을 맞추다 보면 수익분기점을 생각하게도 되고. 그런데 지금까지는 만드는 것 자체가 신났던 것 같아요.

    2인 스튜디오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둘이 성격이 참 달라요. 시너지 효과는 확실히 있어요. 캐릭터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이야기를 하면서 다듬게 되는 것도 있고요. 서로 말을 많이 하게 돼요. 24시간 같이 있는 게 정말 힘들잖아요. 치고 빠질 여유도 없고. 안 하고 있으면 금방 티 나고(웃음). 지나치게 전력투구했다가 다음 날 힘든 것보다 꾸준히 성실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Heroes, Character, maaterial, brand_production, 2015
    Graphic Artwork golden fried boys
    [좌] Character Cartoon, Green Pepper Boy [우] Graphic Artwork, how to get fried 
    Heroes, Character, mae nan gook jook
    맛테리얼은 우리말인 '맛'과 물질을 의미하는 영어 '마테리얼(Material)'의 합성어이다. 두 가지 언어가 만나 새로운 효과가 생긴 것처럼 두 사람이 만나 제3의 무언가가 생겼다. 서로의 밑 마음까지 모두 보여주는 친구이자 동료이자 사업파트너인 관계 이상의 관계이기에 더 큰 무엇인가가 생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친구'이기에 시작할 수 있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다. 나만 좋아하는 것을 만들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그들까지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 것도 두 사람의 관계에서 시작된 것이리라. 

    맛테리얼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이름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서 수도 없이 바꾸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마테리얼, 머테리얼, 맛테리얼 등 바뀌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재미있어하는데, 외국 분들은 좀 어려워하시고요. 하지만 유명해지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웃음). 좋은 건 유사 검색어가 없다는 거예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응용한 아이디어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길거리 음식이 사실은 서민들의 음식이잖아요. 창조관광이라는 주제를 놓고 여행을 갔을 때 제일 먼저 접하는 게 뭘까, 생각해봤어요. 예를 들면 일본은 다코야키, 편의점? 뉴욕은 베이글, 핫도그처럼 사실 이런 걸 편하게 먹잖아요. 그런데 한국 하면 왠지 김치, 잡채, 비빔밥 이런 ‘정식류’만 떠올리고 홍보하는 게 이상하더라고요. 음식을 생각하다가 길거리 음식으로 좁히고 그러다 대표 음식인 떡볶이를 떠올렸는데 보통 떡볶이 시키면 튀김이든 김밥이든 국물에 섞어 먹잖아요. 그게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만의 문화인 것 같았어요. 색깔도 맛도 떡볶이 국물에 닿는 순간 맛깔나게 변하는 게 참 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모 피에타로 가봤죠.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정말 중요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진지하게 머리 싸매지 않고, 잠깐 얘기할 때나 툭 던질 때 잘 나오더라고요. 튀김 옷을 입잖아, 입어, 입는데 이러다가 나온 것도 있고. 먹다가 끊어졌네, 어떻게 죽은 걸까? 이러기도 하고. 고추 튀김 같은 경우는 그리다가 이거 괜찮은데? 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튀김 옷을 입는다는 개념이 재미있더라고요. 스트리트 푸드답게 스트리트 패션을 생각했죠. 걔는 나름대로 패셔니스트니까 고추씨를 달고 다니는 설정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종종 오이냐고 물어봐서 고민이에요(웃음).

    작업실에 직접 와보니까 작업시간의 양보다 밀도가 훨씬 더 강도가 높을 것 같아요.

    하루가 다르게 일이 터지니까 일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현실적인 일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이 미뤄지기도 하고. 다 쳐내고 집중해야 할 필요도 느껴요. 그래도 생각해보면 일도 하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도 할 수 있으니 행복하죠.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참 감사하고요. 확실한 건 우리 경쟁자는 없는 것 같아요. 길거리 음식이 망할 리도 없고요.(웃음)

    Maaterial ep01 – gimbob: a love history
    maaterial, tastyworld
    Arts Avenue S5-Street Food Heroes Street Food Heroes, ARIRANG CULTURE 
    맛테리얼로 이제 2년 차. 1년이 조금 넘은 셈이다. 그런데도 5~6년쯤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연륜이 느껴진다. 굉장히 빠른 시간에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과정'에 성실한 점을 가장 우선으로 꼽고 싶다. 선택에 책임을 지고, 결정한 것은 실행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앞으로 이들의 손에서 어떤 음식 캐릭터들이 만들어질지 상상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정말로 맛깔 나는 캐릭터들,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해본다. 

    일 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여유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둘이 같이 여행을 가기도 하고요. 지금까진 쉴 때 같이 쉴 수 있었는데 앞으로 혹시 오프라인 매장이 생긴다면 힘들 것도 같아요. 주말엔 어지간하면 안 나오려고 해요. 하지만 아직은 맘 편히 쉬지는 못해요. 갈수록 체력이 중요하다고 느껴져서 운동을 좀 하고 싶어요. 금요일마다 탁구 치고 있어요. 우리의 공식행사예요.

    후배들이 창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면 어떻게 말해주세요?

    한번 더 생각해봐라?(웃음). 정말 하고 싶다면 조언과 상관없이 이미 집에 가는 길에 사업자 등록증 내고 있겠지만, 생각을 잘하는 게 좋겠죠. 자기만의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지속 가능한 것인지. 30대 전반인 우리 나이 때쯤엔 다들 뭔가 이뤄가는 나이인데 차라든지, 재테크라든지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가진 걸 못 가질 수도 있거든요. 지금 하려면 인생을 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디자인학과 나왔다고 꼭 디자인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가르치는 일이나 잘 파는 일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진로를 물어보면 함부로 말을 하진 못하겠더라고요. 프로세스를 이해한다는 면에선 직장 경험도 중요한 것 같아요. 서식이나 양식을 쓰는 것 하나부터 알면 당연한 데 몰라서 실수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경험담인데 절세하는 방법도 꼭 숙지하시길 바라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전부터 얘기한 건데 언젠가 오프라인을 꼭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다들 오프라인에서 일을 벌이면 그때부터 진짜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가능하면 떡볶이 가게를 직접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1층은 분식집 겸 브랜드숍이고 디자인 사무실은 2층에 두고. 새로운 의미의 편집숍으로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은데 준비과정은 필요한 것 같아요. 음…. 가장 중요한 건 맛이겠죠(웃음).

    맛테리얼의 아이덴티티를 소개한다면요?

    호떡과 떡볶이를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이 만든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 기념품(Korean street food souvenir)이에요. 여기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는데, ‘내가 어떤 감성을 좋아하는지를 기억하게 해주는 것’이 ‘기념품’이 될 때가 있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기념품이란 외국에 갔을 때 에펠탑, 동방명주 열쇠고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뉴욕에서 슈프림의 빨간 스티커 한 장이나 도쿄 모노클 숍에서 공짜로 주는 리플렛 한 장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나 쓸데없는 물건 하나를 구매하고 가지는 행위 자체로 힐링이 되는 것 또한 기념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처럼 맛테리얼도 한국이라는 큰 문화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스트리트 푸드 그래픽이라는 특별한 감성 채널로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새로운 기념품이자 캐릭터 아이콘이 되고 싶은 거예요. 지금은 우리만의 정체성이랄까 세계관은 현재 진행형이고요. 올해와 내년에 그것을 잘 다듬어서 아이덴티티를 확장하고 더 명확하게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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