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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애프터뷰 #9 오디너리피플

    오디너리피플 interVIEW in 2017 / afterVIEW in 2020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20년 03월 18일

    인터뷰/애프터뷰 #9 오디너리피플

    interVIEW / afterVIEW
    
    인터뷰(interview)는 말 그대로 서로(inter) 보는(view) 일이다. 서로 보는 일이나, inter-see가 아니라 inter-view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인터뷰는 책, 기사, 영상 등 ‘인터뷰 콘텐츠’를 전제로 한 서로―보기다. 인터뷰 자체를 콘텐츠 제작 과정의 일부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콘텐츠에는 기획 의도가 있으므로, 콘텐츠를 위한 만남과 대화는 어느 정도 기획적·의도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인터뷰 또한 그렇다. 인터뷰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기보다, 관점과 관점의 상호작용이다. 즉, view와 interaction의 결합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2011년 창간 이후 국내외 디자인계 인물 약 300명을 인터뷰했다. 타입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설치미술가, 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 어느 날 문득, 그들의 인터뷰 이후가 궁금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view를 재확인해보고 싶었다. 지금쯤 그들은 어떤 위치와 어떤 view를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지. 지금의 view에 새로운 interaction이 더해지면 어떤 interview가 가능할 수 있을지. 그들과 다시 서로―보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다. 연재 코너 [인터뷰/애프터뷰]를 마련한 까닭은. 특별한 기획의도는 없다. 다만, 그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는 것 외에는.

    interVIEW in 2017

    “We, the ORDINARY PEOPLE aim for better, efficient and exact communication, by doing various and active experiments.” 모토에서 알 수 있듯, 오디너리피플 강진·서정민·안세용·이재하는 목표(aim) 지향적이었다. 더 나은(better), 효과적인(efficient), 정확한(exact) 커뮤니케이션. 이것이 그들이 가 닿기 원하는 목표점이었다. 3년 전 인터뷰 때 네 사람은 “지금까지는 (···) 이미 존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것을 실행하는 형태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는 가치 지향적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라고도 덧붙였다.

    afterVIEW in 2020

    “We, the ORDINARY PEOPLE design communication, identity, connotation, and object by doing diverse and active experiments.” 모토가 바뀌었다. 주어절에 ‘목표로 삼는다(aim for)’ 대신 ‘디자인한다(design)’가 놓였다. 술어절의 더 나은, 효과적인, 정확한 같은 수식어-형용사는 커뮤니케이션, 아이덴티티, 함의(connotation), 오브젝트라는 목적어-명사로 대체됐다. 문장 구조가 ‘~을 목표로 삼다’에서 ‘~을 디자인하다’로 구체화된 셈이다.

    자연스럽게 시제는 미래형에서 현재형으로 전환됐다. become과 be 사이에서 오디너리피플은 후자를 선택한 듯하다. 그래서 지난해 스튜디오 모토를 바꿨는지도 모른다. 새 모토의 주술관계 안에서, 주어 오디너리피플은 확실히 가치 지향적이다. 디자인 자체, 디자인 행위의 목적성이 그 가치인 듯 보인다. 이와 별개로 진·정민·세용·재하는 각개 가치관대로 살며 ‘우리’로 묶이고 있다. ‘우리, 오디너리피플(We, the ORDINARY PEOPLE)’ 혹은 ‘우리 오디너리피플(Our ORDINARY PEOPLE)’로.

    남산의 오디너리피플
    [뒷줄 왼쪽부터] 이재하, 서정민, 강진(안세용은 현재 미국 체류 중)
    [앞줄 왼쪽부터] 임지향(2018년 합류), 백승미(2015년 합류), 황정아(2020년 합류)

    2017년 2월 인터뷰 때 처음 뵀었죠. 꽉 채워 3년이 훌쩍 지났네요. 그간 어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올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Around Seoul〉이라는 전시에 참여하셨던데요. 이 전시 얘기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2017년 10월, 합정동에 위치한 다섯 번째 스튜디오로 이사해 아직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해 계속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여전히 저희를 설레게 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어 뿌듯합니다. 이것에 더해, 2018년부터 올해까지 두 명의 디자이너가 저희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많은 게 바뀌었는데, 늘 하던 대로 스튜디오에 앉아 작업하는 걸 보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은 듯싶고요. 좀 더 차분히 우리가 하는 일을 바라보고, 각자의 삶과 방식을 더 존중하고, 뭔가를 증명해내야 하는 치열한 삶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그렇게, 똑같이 혹은 다르게 매일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Around Seoul〉은 서울 주변의 독립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조사로 이루어진 전시예요. 저희뿐 아니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디자이너가 함께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예술대학(CCA, California College of the Arts)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크리스 하마모토(Christopher Hamamoto)의 초대를 받은 것이었고요. 지난해 저희 단독전 〈Superposition〉(2019.11.29-12.21, 을지로 리:-!플랫) 전시작인 ‘Shadowboxing’ 시리즈로 〈Around Seoul〉에 참여했는데요. 이 작업의 연장선인 워크숍 ‘Boxing’을 올해 2월 중순 CCA에서 진행했습니다. 아쉽게 시간이 안 맞아 전시 때는 방문하지 못했네요.

    올 2월 CCA에서 진행한 〈Around Seoul〉 전시 연계 워크숍 ‘Boxing’

    〈Superposition〉에 대해서도 말씀드려야겠네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로서 그간 품었던 고민과 의문 들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작업물의 설치가 가능한 구조물 ‘BASECAMP’ 시리즈, 장유진·최효정 님과 함께 제작한 ‘Shadowboxing’ 시리즈, 저희의 태도를 담은 ‘State’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전시공간 리:-!플랫의 기획자 분과는 이미 『CA』·『슈퍼마켓』·『핑거프린트』 같은 매거진 작업, 뮤지션 지드래곤의 프로젝트 전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 아트 디렉팅 등을 같이했었던지라 즐겁게 대화하며 협업할 수 있었어요.

    “기분만 좋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작업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건 성과가 따라 온 덕분이죠.”
    네 분이 지금껏 계속 함께하고 있는 데에는, 케미 외에도 ‘성과’의 영향이 클 것 같은데요.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 분들께 꼭 소개하고픈 최근 성과들에 대해 자랑 한 번 부탁드립니다.

    현대카드 CULTURE THEME #1: 뉴레트로’ 캠페인, MBC 그래픽 아이덴티티 리뉴얼, 〈2017 타이포잔치: 제5회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이하 ‘2017 타이포잔치’) 전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언급하고 싶네요.

    ‘현대카드 CULTURE THEME’란, 현대카드 라이브러리가 2019년부터 추진한 프로그램이에요. 문화 영역별로 구분된 여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들(디자인·트래블·뮤직·쿠킹·바이닐앤플라스틱·언더스테이지)이 하나의 통합된 테마를 저마다의 카테고리에 맞춰 운영하는 일종의 컬쳐 캠페인이죠. 저희는 첫 테마 ‘뉴레트로’를 표현하는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현대카드 컬처 팀, 스페이스 팀, 디자인랩과 함께 제작했습니다. 시대를 특정하지 않고 ‘레트로’라는 주제를 포괄할 수 있는 레터링과 심벌을 작도해 다양한 매체와 판형에 대응하기 쉽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또 오디너리피플 자체 제작물인 ‘매일매일그래픽일력’과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기도 해서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MBC 그래픽 아이덴티티 리뉴얼은 2018년 MBC가 새로운 기조로 변화하며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어렸을 적부터 보던 TV 채널의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리뉴얼한다는 것에 기대가 컸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담도 됐고요. 다행히도 MBC 브랜드 디자인 팀과의 협업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는, 가족들에게 저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일 겁니다.(웃음)

    〈2017 타이포잔치〉 작업은 신나는 프로젝트였어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비엔날레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한다는 건, 저희가 그동안 작업하며 가졌던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여러가지 질문들을 사용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질문들을 가짜 신화, 컬러 사용 방식, 메인 그래픽 활용 방식 등에 담아 아이덴티티를 만들었습니다.

    “과거엔 누군가를 만나든, 어떤 일을 맡든,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어! 모든 걸 다 보여줄 거야! 진흙탕에서도 꽃을 피워보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인생에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잖아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시간을 쓰고 싶어요.”
    오디너리피플의 최근 작업들을 보면서, 3년 전 위 답변과는 정반대인 것 같단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걸 다 보여주려는 듯 이것도 저것도 다 해내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픽디자인 작업부터 북디자인, 음반 아트워크, 시계 디자인,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3년 전 말한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의 가짓수, 그러니까 오디너리피플의 외연이 확장된 것 같다고. 뭐랄까,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아티스트 그룹’으로의 전략적 행보랄까요? 제 맘대로 해본 해석입니다. 정정 혹은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재하
    인용해주신 말은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의 모든 역량과 시간을 쏟아부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서 프로젝트의 진행 여부를 결정할 때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인가, 에 대한 비중이 높아진 방향으로의 변화’를 담고 있었어요. 언급해주신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결정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3년 전 시점의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들인 셈이죠.

    정민
    어떤 프로젝트들이든 실제 작업할 때의 시작점은 거의 같아요. 결과물만 놓고 보면 ‘외연의 확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작업 과정에서의 태도나 결은 늘 동일하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면, 앞으로도 특정 분야를 한정 짓지 않고 더 많이 도전해보고 싶어요. 이런 태도를 반영해 오디너리피플 웹사이트는 포트폴리오 소개를 카테고리 정렬 없이 결과물만으로 구분하고 있고요.


    우리가 잘하는 것을 특정 분야로 정의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그때 하고 싶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혹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YB(윤도현밴드) 정규 10집 ‘Twilight State’ 아트워크(2019)

    “오디너리피플은 다양하고 능동적인 실험을 통해 커뮤니케이션, 아이덴티티, 함의, 오브젝트를 디자인합니다(We, the ORDINARY PEOPLE design communication, identity, connotation, and object by doing diverse and active experiments)”. ···라고 사이트에 적혀 있던데요. 오디너리피플의 ‘다양하고 능동적인 실험’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일지 궁금합니다.

    세용
    다양하고: 한 가지 절대적 방법론이나 사조에 얽매이지 않고, 능동적인: 주어진 필요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자발적으로 유의미한 목적을 생성해나가는, 실험: 아이디어를 증명하고자 불확정성을 감수하고 행하는 일련의 작업들, 이라고 설명하고 싶네요. 가령,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작년/올해 다르고, 방금 회의 때 다룬 문제는 새로운 관점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고, 이 필요성을 공감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구상해볼 수도 있고, ···. 제가 생각하는 다양·능동·실험이란 이런 태도예요.

    재하
    지난해 초반까지 오디너리피플의 모토는 ‘우리는 다양하고 능동적인 시도, 실험을 통해 보다 나은, 정확한, 효과적인 소통을 도모한다’였는데요. 지금은 바꿨습니다. 이 모토가 우리의 생각, 일을 대하는 태도를 충분히 표현 못한다고 판단했거든요. ‘정확하고 효과적인’은 계산적·기계적 행위로 읽히기 쉽고, ‘소통’이 단독으로 쓰일 때 단어 자체가 포괄하는 범주가 넓어 모호할 수 있죠. 우리는 우리가 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 결과물은 커뮤니케이션, 아이덴티티, 해석과 의미, 사물의 형태를 띠게 된다, 라는 것이 현재 오디너리피플 모토의 맥락입니다.

    다양하고 능동적인 실험은 협업에서도, 자체 프로젝트에서도 수반되는데요. 이건 프로젝트를 해석하는 관점과 방식의 변경으로, 그래픽 아트워크 스타일의 변화로, 프로젝트 계약 조건의 변경으로도 나타나죠. 우리가 디자인하는 일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취하는 모든 종류의 시도는 스튜디오 초기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정된 성공 방정식’이 있다는 작업관을 믿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계속 다른 관점,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거고요.

    연예기획사 ‘몬스터 엔터테인먼트 그룹’ 브랜드 아이덴티티, 2019

    보통은 마지막 질문 레퍼토리가 ‘앞으로의 계획’입니다만, 이번엔 다른 걸 여쭈면서 인터뷰를 끝낼게요. 『타이포그래피 서울』을 포함해 이런저런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셨는데, 기사 속 텍스트에서든 사진에서든 오디너리피플은 참 신나 보였습니다(결코 부정적 표현이 아닙니다). 이상한 비유 같겠지만, 오디너리피플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면 장르는 반드시 ‘어드벤처’가 될 것 같아요. 〈기묘한 이야기〉의 극장판(!) 정도가 적절하겠습니다. 네 분 각자가 생각하는 재미있게 사는 법, 즐겁게 사는 법, 신나게 사는 법 같은 게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포켓몬 고’를 시작했습니다. 태어나 처음, 걷는 것이 즐거워져서 기쁘네요. 그런데 막상 걸으니 다리가 아파서 트레킹화를 하나 사려고 합니다.

    정민
    ‘즐겁게 사는 것’은 항상 1순위 가치입니다. 다만, 즐거움의 단위에 관한 생각이 좀 바뀌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함께’와 ‘오늘’이 제 즐거움의 단위였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혼자’, ‘내일’에 좀 더 집중하는 중이에요. 혼자 하는 즐거움, 내일의 즐거움을 위해 사는 법, 이걸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함께 있을 때 가장 즐겁죠!

    세용
    즐겁지 않음이 삶의 본질임을 인정하니, 간혹 즐거운 일이 생길 때 신이 많이 나더군요. 예를 들면 친구가 새 트레킹화 샀다고 그렇게 자랑을 하더니 개시한 날 바로 다리가 아프다든지 할 때요.

    재하
    오래 보아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말을 언젠가 들었습니다. 저는 취미도 식성도 운동도 가치관도 그것을 할 때는 자세히, 집중해서 하지만 ‘오래’ 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매번 바뀌기 때문에. 그런 와중에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스튜디오 멤버들과의 작업입니다. 자세히 보아도 예쁘지는 않지만, 오래 자세히 보니 처음보다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착각도 할 수 있고,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소중한 것의 소중함은 잃은 뒤에야 비로소 깨닫는다고들 하잖아요. 다행히 아직 잃기 전에 그 소중함을 아는 몇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똑같은 방식이 아니라 계속 노력하고 변화하면서 지속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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