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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팡팡팡그래픽실험실 한나은·박채현·조화라

    ‘부캐’가 ‘팡팡팡’! 한나은·박채현·조화라, 세 디자이너가 말하는 멀티 페르소나의 지속 가능성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21년 06월 21일

    팡팡팡그래픽실험실 한나은·박채현·조화라

    팡팡팡그래픽실험실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니라 ‘프로젝트 그룹’이다. 구성원은 한나은·박채현·조화라 세 디자이너다. 이들은 각자 ‘팡 1’, ‘팡 2’, ‘팡 3’을 자처하는데, 그 이유는 직접 만나야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된 관계로, ‘팡 1·2·3’의 역할 구분 근거를 담아낼 수 없었다. 후일 팡팡팡을 또 만날 명분이다.
    
    세 디자이너는 각자 생업을 따로 둔 채 일주일에 한 번 팡팡팡 모임을 가진다. 한나은·박채현·조화라 모두 회사원이다. 이들에게 팡팡팡 활동은 일종의 ‘부캐’인 셈이다. 2015년부터 6년째 지속 중이다. 활동 초기에는 독립출판에 주력했으나, 지금은 작업 영역과 클라이언트의 규모 면에서 여느 디자인 스튜디오 못지않다. 이쯤 되면 아예 사업자 전환(‘부캐’에서 ‘메캐’로의 전환)을 고려할 법도 한데, 이들은 여전히 프로젝트 그룹 형태를 추구한다. 계속 각자 생업을 유지하며 팡팡팡을 병행하겠다는 태도다.
    
    ‘부캐 현상’ 혹은 ‘멀티 페르소나(multi persona) 시대’가 사회학 용어처럼 거론되는 요즘, 팡팡팡은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꼭 만나봐야 할 ‘사례’였다. 팡 1 한나은, 팡 2 박채현, 팡 3 조화라와 인터뷰를 마친 뒤, 에디터는 영화 속 대사가 떠올랐다.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아는 사람은 행운아다. 그 일을 하게 되면 단 한 순간도 ‘내가 일을 하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

    저는 팡팡팡보다 한나은·박채현·조화라 세 디자이너가 더 궁금합니다. 사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한 거예요.(웃음) 세 분 각자 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팡팡 튀는 소개를 기대해봅니다.

    기대하신다니 조금 긴장되네요!(웃음) 저희 소개를 간단히 드리자면, 저희는 특정 이유로 ‘팡 1·2·3’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나은
    팡팡팡에서 ‘팡 1’을 맡고 있는 한나은입니다. 저희가 왜 ‘팡 1·2·3’인지는 실제로 만나보시면 유추하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저는 신사동에서 ‘내돈내산’ 자율출근제를 실행하는 북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채현
    안녕하세요. 팡팡팡의 ‘팡 2’로, 센터를 맡고 있는 박채현입니다. 패션 브랜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관심사는 ‘과연 내 집 마련 할 수 있는가?’입니다.

    조화라
    안녕하세요! 팡팡팡의 ‘팡 3’을 맡고 있는 조화라입니다. 저는 패션 브랜드의 오브제 & 그래픽 팀에서 디렉팅 및 디자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니터 화면 한 켠에 항상 주식 창이 수줍게 띄워져 있는, 주식 대박을 꿈꾸는 ‘동학개미’입니다.

    시각예술가 6인(안혜영·박지은·김호정·nahee.app·HWI·이용아)의 프로젝트
    퀵 워프!(quick warp!)’를 소개한 전시 포스터 및 도록 디자인, 2020

    팡팡팡은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프로젝트 그룹이잖아요. 일종의 ‘자율적 모임’인 셈입니다. 구성원인 한나은·박채현·조화라 세 디자이너 각자의 생업이 따로 있고, 날을 정해 모여서 팡팡팡 활동을 하는 거죠? 2016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6년차예요. 이 정도면 ‘만렙 부캐’ 아닐까 싶습니다. 아예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할 생각은 없으세요?

    맞습니다. 대학교 졸업 즈음부터 시작해서 벌써 6년차가 되었네요. 회사 생활과 팡팡팡 활동을 병행하면서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꾸준히 함께 작업하며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정말 든든해요. 스튜디오 전환에 대해 종종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당분간은 현재 상황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이 덕분에 팡팡팡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 듯해요. 시간이 흐르니 일하는 방식에 저희만의 룰이 생겨서 회사와 팡팡팡 병행이 그리 어렵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디자인 전문 스튜디오의 경험을 팡팡팡을 통해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회사에서 배우는 디자인 경험 또한 아직 무궁무진해요. 두 마리 토끼(팡팡팡과 회사를 통해 성장하는 디자인 능력치)를 모두 잡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 같네요. 그럼에도 저희는 종종 “각자 원하는 스튜디오 인테리어를 말해보자” 이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웃음)

    밴드 이날치의 대표곡 ‘범 내려온다’를 위한 360° 뮤직비디오 아트워크, 2020
    현대백화점 2019년 신년 키비주얼 디자인

    제가 좀 전의 질문을 왜 드렸냐면요, 초창기 팡팡팡은 ‘독립출판사’ 느낌이 강했거든요. 애초 결성 목적도 세 분이 좋아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였던 걸로 압니다.(과거 인터뷰에서 읽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 범위가 점점 확장되더라고요. 책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포스터를 비롯한 다양한 인쇄물을 제작하고, 규모가 큰 클라이언트사(이를테면 현대백화점)의 아이덴티티 디자인도 진행하고, ···. 이런 과정이 제 눈에는 어엿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성장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팡팡팡을 프로젝트 그룹이 아닌 스튜디오(즉 ‘사업자’)로서 운영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던 거고요.
    제 지레짐작입니다만, 팡팡팡 결성 시점인 2016년부터 한 해 한 해 흐르면서 세 분 각자 일터에서의 경험치도 쌓여갔을 테고, 그만큼 디자이너로서의 표현 욕구와 그걸 실행할 기술 수준도 세련되진 결과, 팡팡팡의 활동 범위 또한 자연히 넓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한 번 제 지레짐작인데, 왠지 세 분은 매번 협업을 할 때마다 서로의 발전한 모습을 확인할 것 같아요.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평소 각자의 일터에서 엄청 성실히 일할 것도 같고요.
    죄송합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질문하려던 건 이거예요. 프로젝트 그룹 팡팡팡은 어떤 방식으로 3인 협업 체제를 지금껏 지속해 오고 있나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처음에는 세 명이서 한 작업을 함께 진행하는 데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해온 점에 대해 서로 칭찬해줍니다.(웃음) 팡팡팡이 지금의 모습을 지속해온 데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보는데요.

    우선은, 시작부터 변함없이 최소 주 1회 만남을 지속하며 쌓아온 시간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같이 고생하면서 밤샘 작업도 하고, 팡팡팡 자체 프로젝트나 요즘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해 얘기하고, 사회 초년생 때는 서로 공감하며 고민도 나누고, 같이 여행 다니면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 그리고, 만나지 않더라도 일 외적으로도 저희끼리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받거든요. 이렇게 축적된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다져준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개개인을 존중하고 배려해주려는 저희 나름의 노력입니다. 작업 특성상 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니까, 그때그때 상황이 맞는 곳에서 작업을 하거든요. 장소를 정할 때는 셋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정하려고 해요. 작업 일정을 조율할 때도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서로의 스케줄을 최대한 배려해주고요. 회사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주어진 시간 안에서 팡팡팡 활동이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유동적으로 조정합니다.

    불필요하게 셋 다 고생할 일 없도록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신경쓰고, 비효율적인 부분들도 서로 의견을 내서 계속 개선하고 있어요. 결정이 정말 힘들 때는 ‘사다리 타기’로 운에 맡긴 공평함을 추구합니다.(웃음)

    마지막은, 아무래도 저희 모두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각자 특화된 부분이 있다는 점이에요. 본인의 노하우나 경험을 얘기해주고 상호 보완하며 서로에게 시너지를 내주는 것 같아요.

    국립극장 음악제 〈2021 여우락 페스티벌〉 포스터 디자인, 2021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요즘은 ‘무경계’가 대세인 듯합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소비자들을 ‘호모 옴니쿠스(homo omnicus)’라고 부르기도 한다더군요. 지금은 ‘멀티’가 아니라 ‘옴니’의 시대라는 말도 들어봤고요. 팡팡팡이 현재 그래픽 작업을 진행 중인 음악제 〈2021 여우락 페스티벌〉도 무경계라는 키워드와 썩 잘 어울립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비롯한 여러 장르 음악들을 그냥 함께(multi) 배치해놓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융합해서(omni) 새로운 형태로 재배치하는 행사니까요.
    어떻게 보면 한나은·박채현·조화라 세 디자이너도 무경계형 타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캐’와 ‘부캐’의 경계를 갈라놓지 않고 (그러니까, 단지 main/sub로 구분만 해두지 않고) 상호 조응시키면서 디자이너로서 가장 나다운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해온 듯해서요. 그 상징물이 팡팡팡 같기도 합니다.
    죄송합니다. 또 말이 길어졌습니다. 장황한 앞단에 비하면 질문은 무척 뜬금없고 간소한데요. 디자이너로서 세 분 각자가 허물고 싶은 ‘경계’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한나은
    저는 일을 만들어서 한다는 얘기를 듣는 편이예요.(웃음) 디자인 분야 외에도 배우고 싶은 것이나 해보고 싶은 것이 많거든요. 제가 흥미로워하는 일들을 통해 또 다른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는 것이 제가 허물고 싶은 경계인 것 같아요. 취미로 이것저것 계속 배우는데 요즘은 향과 조경에 관심이 많아요.

    올 초에는 인센스 스틱 제작을 배워서 지금은 소량으로 판매도 하고 있어요. 이런 경험들이 저만의 ‘경계 허물기’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접목해서 응용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또 그다음 단계가 파생된다고 느꼈어요.

    박채현
    코로나를 겪으면서 ‘정착’이라는 말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최근에 ‘어드레스 호퍼(address hopper)’라는 용어를 알았는데, 일정한 거처 없이 주거지를 바꿔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해요. 일본에서는 이 어드레스 호퍼족을 겨냥한 숙박업도 등장했어요. 일정 기간 동안 각 지역에 지정된 숙소들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생활하도록 해주는 서비스예요. 여기서 특징은 각 숙소마다 업무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에요. 일상과 아예 동떨어진 여행이 아닌, 공간 제약 없이 삶과 일을 이어나가는 식이죠.

    이런 방식으로 생활을 하면 기발한 만남과 아이디어가 많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공간’과 ‘삶의 정착’을 연결 지을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됐구나, 라는 걸 알았다고 할까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일정 기간 어드레스 호퍼족으로 살고 싶어요!

    조화라
    요즘 많은 분들이 ‘부캐’를 많이 만드시는 것 같아요. 한 가지만 하고 살기엔 세상에 너무 재밌는 게 많잖아요?(웃음) 저는 딱히 ‘이걸 허물어야겠다’ 명확히 정해두진 않았는데, 그래픽 디자인 외에 다른 분야들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해요. 코딩이나 영상, 3D처럼 디자인과 밀접한 기술적 요소라든지, 핸드 터프팅(hand tufting) 같은 손맛이 느껴지는 공예라든지 하는 전혀 다른 분야들요. 제가 단순히 다양한 것에 흥미를 느끼는 타입이기도 하지만, 여러 기술들을 익혀서 제 디자인과 접목해 새롭고 재미난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첫 인터뷰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공식 마지막 질문입니다. 저희가 2년째 「interVIEW afterVIEW」라는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를 수 년 만에 다시 만나 그간의 변화와 근황을 들어보는 코너예요. 8년 만에 재회한 인터뷰이도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8년 후 이 코너에서 팡팡팡그래픽실험실 한나은·박채현·조화라 디자이너를 다시 만난다고 가정해볼게요. 그때쯤 세 분 각자는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세요?

    한나은
    30대의 8년이면 정말 많은 일들과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우선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가 멋지고 채광이 잘 드는 서울의 집에서 기상한다면 좋겠네요. 그리고 8년 뒤 팡팡팡은 지금보다는 좀더 여유롭지 않을까요? 저희 자체 프로젝트를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디자이너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길 바라요.

    박채현
    저희가 서로 이야기 나눴던 꿈의 작업 공간에서 흡족한 작업물을 뚝딱 완성한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공간 소개도 같이 할 수 있겠네요!(웃음)

    조화라
    와··· 8년 후라니 정말 너무 먼 미래 같아요. 우선 팡팡팡으로는 지금보다 더 노련하고 멋진 작업들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채현이가 말했던 저희만의 좋은 공간에서 멋진 작업을 하고 있으면 더더욱 좋겠고요! 개인적으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추구해나가는 디자이너가 되어 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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