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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전용서체 ‘올레체’ 개발 뒷이야기

    이제는 밝힐 수 있는 KT 전용서체 [올레체] 출생 비화, 그리고 ‘IF 디자인 어워드’ 출품과 수상


    글. 임재훈

    발행일. 2011년 12월 27일

    KT 전용서체 ‘올레체’ 개발 뒷이야기

    KT의 전용서체인 [올레체(olleh font)]는 지난해 11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상은 프로덕트(product),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머티리얼(material), 패키징(packaging) 등 4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올레체]는 커뮤니케이션의 타이포그래피 분야 수상작 6개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커뮤니케이션 부문의 4322개 출품작들 가운데 유일한 기업 전용서체였다. 특히 한글 폰트로서는 최초의 국제 디자인상 수상이었다.

    한글은 닿자·홀자·받침자가 모여 하나의 낱자를 이루는 형태로 총 1,1172개의 결합 글자를 갖게 되며, 폰트 개발 과정에서는 실생활에 사용되는 2350자가 디자인된다. 이는 영문 폰트의 완성형인 52자보다 약 45배 많은 개수다. 이처럼 한글 폰트 개발은 영문보다 다소 복잡하고 긴 프로세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 국제 디자인상에 출품되는 사례가 드물었다.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던 이들은 바로 [올레체]를 탄생시킨 윤디자인연구소의 개발팀 멤버들이었다. 2009년 7월 22일, KT의 전용서체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부터 같은 해 11월 22일 최종 완성, 그 이후에도 계속된 업그레이드 작업까지. 당시의 산고(産苦)와 환희를 기억하는 개발팀 멤버들에게 [올레체]의 수상은 제 자식의 일처럼 남달랐다.

    [올레체]는 윤디자인연구소라는 둥지에서 부화했지만, 자칫 출생지가 바뀔 수도 있었다. 개발 초기에 담당 업체가 교체될 뻔한 위기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올레체]가 완성된 지 약 1년 반이나 지난 시점에서 ‘iF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된 데에도 속사정이 있었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올레체] 개발팀을 이끌었던 윤디자인연구소의 박윤정 이사, 라틴 알파벳 폰트 개발자 김우리 팀장, 한글 폰트 개발자 김태희 주임을 직접 만나 [올레체] 출생과 얽힌 비화를 들어봤다.


    성공적 프레젠테이션, 위기일발의 기획단계

    ‘올레(olleh)’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졌다. 스페인의 투우 경기장에서 관중들이 투우사에게 외치는 일종의 감탄사이고, hello를 역순으로 쓴 단어이며, 한자 올 래(來)를 뜻하기도 한다.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미래 지향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가 올레체에도 담겨 있다. 펄럭이는 투우 깃발, 혹은 선봉대의 깃발을 연상시키는 곡선형의 획 디자인이 바로 그것이다.

    KT는 2005년부터 ‘Life is wonderfull(wonder+ful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서정적이고 휴머니즘 강한 색채를 강조했다. 그러다가 2009년 KTF와의 합병 이후, ‘올레’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통해 역동적인 기업 이미지로 전면 탈바꿈하려 했다. 전용서체 개발도 그 일환이었다. 당시 이석채 KT 회장은 “제 2의 창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을 정도다.

    서체 개발 업체를 찾고 있던 KT는 이미 olleh의 [o]와 [l]을 깃발 모양으로 형상화한 라틴 알파벳 로고타입을 완성해둔 상태였다.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라틴 알파벳과 한글 서체를 개발해줄 것을 주문하고자 했다. 특히 [o], [l]과 형태적으로 유사한 한글 자음 [ㅇ]과 모음 [ㅣ]에 깃발 이미지를 표현해 라틴 알파벳과 한글의 시각적 통일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주안점이었다.

    3개 업체가 [올레체] 개발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 한날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첫 순서였던 윤디자인연구소는 KT의 새로운 기업 컬러로 레드, 화이트, 블랙을 제시했다. 각 색상은 열정(passion), 모던(modern), 균형(balance)을 의미했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마자 KT 측 관계자가 박윤정 이사에게 악수를 청해왔고, 당일 저녁에 [올레체] 개발을 진행해달라는 연락을 전했다.

    박윤정 이사는 “이전까지 KT의 기업 컬러는 블루 톤이었는데, 우리는 이것을 완전히 바꿔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했다”며 “이 콘셉트가 KT 쪽이 추구했던 방향과 일치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순조로웠던 프레젠테이션과 달리 본격적인 기획 단계는 시작부터 예기치 못한 난관을 만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터넷. 유럽 출장차 네덜란드에 머물고 있던 박윤정 이사는 이메일을 통해 [올레체]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지 인터넷 사정이 원활하지 못해 중요 이메일을 확인할 수 없었고, 결국 KT 측에 전달할 [올레체]의 최초 시안 승인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KT 내부에서 개발 업체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며칠간의 출장 일정이 더 남아 있던 박 이사는 네덜란드의 한 호텔에서 좌불안석이었다. 한국의 직원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 편석훈 윤디자인연구소 대표가 직접 KT 측과 접촉한 뒤에야 상황은 수습되었다. 박 이사가 귀국해 다시 출근했을 때, 직원들 중 한 명이 농담조로 “지옥 같았다”는 볼멘소리까지 남겼다고.

    부랴부랴 출품한 ‘IF 디자인 어워드’, 그리고 수상

    ‘iF 디자인 어워드’는 매년 상반기 연고지인 독일에서 〈iF 디자인 전시회(iF Design Exhibition)〉를 진행한다. 전해 수상작들을 한곳에 모아 일반인 및 전문가 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 전시회는 함부르크 박람회장에서 2분기 중 열릴 예정이다. 그보다 앞서 오는 3월 하노버 박람회장에서 개최되는 정보통신기술기술 박람회 〈세빗(CeBIT) 2012〉를 통해서도 지난해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들이 소개된다. [올레체] 역시 전 세계에 얼굴과 이름을 알리게 된다.

    [올레체]의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극적인 데가 있다. 이 공모전의 출품 기준은 제작된 지 2년 이내의 작품들이며, 지난해 접수 기간은 6월부터 8월까지였다. 이때 출품된 [올레체]는 2009년 11월에 완성됐으니, 2년 기한을 불과 몇 개월밖에 안 남겨둔 상황이었던 것이다. 박 이사는 “다른 출품작들에 비해 [올레체]는 시기적으로 오래된 감이 있어 수상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레체]가 다소 뒤늦게 국제 공모전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 [올레체]는 한차례 버전업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iF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된 [올레체]는 2.0 버전인데, 이는 최초 1.0 버전이 개발된 지 1년 후에 완성되었다. 심미성 부분을 보완한 업그레이드판인 셈이다.

    두 번째는, 당시 [올레체]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디자인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배경이다. 특히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기업 ‘바이널아이(Vinyl i)’가 설계한 올레스퀘어가 지난해 2월 ‘iF 디자인 어워드’의 기업 건축 부문을 수상한 일은 고무적이었다. 건물 내부 디자인에 사용된 [올레체]의 키네틱 타이포그래피가 호평을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올레체가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된 것. KT와 윤디자인연구소는 [올레체]가 두 살이 되기 전에 서둘러 출품을 준비해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으로 선정되면 출품자는 600만 원 정도의 전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KT가 이 비용을 전액 부담하겠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윤디자인연구소 역시 iF 사무국에 송부할 양식들을 준비해 출품 준비를 마쳤고, 같은 해 11월 독일로부터 수상 소식을 접했다.

    ‘IF 디자인 어워드’ 매니징 디렉터가 바라본 [올레체]와 한글

    『타이포그래피 서울』은 ‘iF 디자인 어워드’의 매니징 디렉터 랄프 비그만(Ralph Wiegmann)에게 [올레체]에 대한 심사평과 한글을 바라보는 디자인적 시각 등을 물어봤다.

    출품작들의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

    ‘iF 디자인 어워드’의 커뮤니케이션 부문은 2004년도에 ‘iF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처음 신설된 이래 지금껏 전 세계의 다양한 작품들을 시상해왔다. 지난해에는 총 4,322개 출품작들이 심사를 받았으며, 그중 [올레체]를 포함한 6개 작품들이 타이포그래피 분야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올레체에 대한 심사평은?

    ‘iF 디자인 어워드’가 의도했던 대로 지난해 출품작들은 굉장히 다채로웠다. 특히 [올레체]는 출품작들 가운데 유일한 기업 전용 서체였다. 심사위원들은 [올레체]가 간명하면서도 화려한 디자인을 통해 KT라는 기업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점에 주목했다.

    [올레체]의 경우처럼 기업들이 전용서체를 개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시각 디자인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기업들이 전용서체와 로고타입을 이용하는 이유는 단순히 브랜드 이름만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대중들로부터 호감 어린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브랜드 이미지의 중요성이 높아질수록 시각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전용서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전에는 없었던 혁신적인 타이포그래피와 로고 디자인이 등장할 것이다. 올해 ‘iF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타이포그래피 분야 출품작들이 훨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타이포그래피 부문 출품작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우아하면서도 효율적인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다. 특히 출품 업체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서체 자체가 굉장히 명료해졌다. 그뿐 아니라 최근의 판촉물과 기업 전용서체 등에 사용되는 타이포그래피가 유니크(unique)와 심플(simple)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디자인적인 시각에서 한글에 대한 인상은?

    한글은 시각적으로 무척 아름다운 글자다. 자음과 모음이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조형미가 뛰어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저마다 다른 음가를 가진 낱자들이 초성·중성·종성의 구조로 모아져 하나의 새로운 글자체와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읽고 쓰는 체계 자체가 알파벳과는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한글을 굉장히 매력적인 글자로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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