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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디자이너 신동혁의 맥락들

    “디자이너의 표현 욕구는 반드시 맥락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실현돼야 한다고 봐요.”


    인터뷰. 임재훈

    발행일. 2012년 05월 09일

    그래픽 디자이너 신동혁의 맥락들

    “프리랜스 그래픽 디자이너 신동혁입니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맥락’이라고 생각하는 일인이에요.

    그 맥락을 지킬 줄 아는 촌스럽지 않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글자 갖고 놀기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사실 입학 초기 제 관심사는 그림이었어요. 우라사와 나오키, 다케히코 이노우에 같은 만화가들을 좋아했거든요. 게임 일러스트 쪽에도 관심이 많았죠. 그러다가 2학년 때 ‘집현전’이라는 한글 디자인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어요.

    당시 동아리장이 지금 스티키 몬스터 랩(Sticky Monster Lab) 아트디렉터인 부창조 선배였죠. 매주 그 선배랑 이런저런 작업들을 함께하면서 글자 디자인에 재미를 느꼈어요. 조합형 글자인 한글의 닿소리, 홀소리가 겹쳐지면서 일련의 체계와 의미를 파생시키는 과정이 흥미로웠죠. 군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글자를 갖고 노는 것에 대한 흥미가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전역 후에 타이포그래피를 비롯한 그래픽 디자인 전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했죠.

    ▲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신동혁의 작업실

    전근대적 노동력 교환

    가구 공방 길종상가 대표인 박길종 씨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노동력을 교환하고 있어요. 제가 로고타입, 포스터, 명함 같은 디자인 작업을 해드리면 길종 씨가 가구를 하나씩 만들어서 주는 거죠. 제 작업실에 놓인 책상과 책장 대부분이 길종 씨가 제작한 것들이에요. 화폐가 생겨나기 이전의 방식으로 노동력을 사고파는 셈이죠(웃음).

    ▲ 길종상가 로고타입 및 홍보물

    후배들을 가르치는 건 묘한 일

    계원예술대학교에 매주 목요일마다 출강하고 있어요. ‘기초 타이포그래피’라는 1학년 과목을 가르치죠. 제 수업의 수강생이면서도 넓게 보면 후배이기도 한 터라 학생들 앞에 설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선생으로서는 열심히 강의한다고는 하는데, 속으로는 ‘아직 1학년이니까 꼭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를 탐구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아요

    ▲ WARWAR 로고타입, 심볼, 사인 / 클라이언트: 뮤지션 정세현

    ‘기록’보다 ‘기억’을 믿는다

    메모벽은 없는 편이에요. 작업실에 포스트잇도 많이 두지 않죠. 어느 순간 딱 떠오른 생각들 가운데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잖아요. 결국엔 그런 생각들이 좋은 결과물로 승화하더라고요. 그래서 굳이 메모를 하는 대신 제 기억 속에 보존된 생각들을 꺼내곤 해요.

    ▲ <천수마트 2층> 홍보물 / 클라이언트: 독립 큐레이터 현시원
    ▲ <Hello! Media? Kang Hyun Wook> 홍보물 / 클라이언트: 대전 이응노 미술관

    한국인 디자이너로서의 딜레마 극복

    20대 중반부터 시작된 고민이 있어요. 일종의 문화적 콤플렉스일 수도 있겠는데, 그래픽 디자인이란 게 서양에서 수입된 거잖아요. 수많은 담론이나 사조 같은 것들이 대부분 제1세계 백인들의 가치관으로부터 나온 거고요. 많은 디자이너들이 유학을 다녀오는 게 그 증거인 것 같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유학파 디자이너들이 많아지다 보니 로마자 타이포그래피가 주류가 되고, 한글은 등한시된다는 얘기까지 들어봤어요. 이런 딜레마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디자이너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어떤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정의 내리기보다는 제가 밟아온 문화적 토대에서,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가능한 선에서 새로운 작업적 문법을 개발해보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 [왼쪽] <Fitness Guide> 홍보물 / 클라이언트: 퍼포머 정금형
         [오른쪽] <Poster Colors Poster> / 프로파간다프레스 주최 기획전 <Poster Issue: More Please> 참여작
    ▲ <The Sound of the Muse> 홍보물 / 클라이언트: 영국문화원

    나 자신과 거리 두기

    제가 디자인 작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게 바로 ‘맥락’이에요. 맥락 유지하기. 맥락을 유지한다는 건···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전통회화 작가의 도록을 디자인하는 데 굉장히 전위적인 레이아웃을 사용했다면, 그건 맥락을 놓친 거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의 표현 욕구는 반드시 맥락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실현되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맥락 유지란, 자기 작업의 ‘객관화’ 혹은 ‘거리 두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 [왼쪽] Work on Work 로고타입 / 클라이언트: 독립큐레이터 장혜진·박재용 
    [오른쪽] PDH 로고타입 / 클라이언트: 공연기획자 박다함

    ▲ 쾅 프로그램 EP <이것은 우리의 끝> / 클라이언트: 뮤지션 최태현

    현실세계와 가상세계 사이의 줄타기

    지난해에 미디어아티스트인 박준범 작가의 영상 작업물을 도록으로 만들었는데요. 제 동료인 그래픽 디자이너 신해옥 씨와 협업했죠. 박준범 작가의 영상을 보면 여러 장의 사진들이 겹겹이 쌓이는 장면이 나와요. 하나의 풍경을 같은 장소에서 여러 시간에 걸쳐 촬영하고, 그렇게 얻은 사진들을 오려 붙이는 행위를 영상으로 만든 것이죠. 이걸 어떻게 도록에 표현할까 고심했어요. 결국 생각해낸 방법이 뒷장으로 넘길수록 도록 페이지가 점점 두꺼워지도록 하는 거였어요. 도판들이 쌓일수록 도록 페이지의 종이 두께도 더해지는 식이죠. 이렇게 실제 풍경을 정지된 사진으로 포착하고, 그 사진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움직이게 하고, 다시 그 영상을 캡처한 사진을 책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끊임없이 옮겨 다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두 세계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는 작업을 앞으로도 즐기게 될 것 같아요.

    ▲ 미디어아티스트 박준범의 도록을 펼쳐 보여주는 신동혁

    신동혁의 또 다른 맥락

    만나고 싶은 디자이너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곤란해요.”

    좋아하는 서체, 컬러
    “특별히 선호하는 특정 서체나 컬러는 없는 편입니다.”

    좋아하는 음악, 책, 영화
    “주로 만화책과 록 음악을 즐깁니다.”

    즐겨 찾는 사이트
    “구글, 유튜브 등.”

    갖고 싶은 초능력
    “무한한 체력이 필요해요.”

    올해 꼭 하고 싶은 일
    “가치관에 대한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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