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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철의 저작권 일상 #3 AI도 저작권자 될 수 있을까?

    법학박사 하동철과 함께 알아보는 우리 일상 속 저작권 ― AI 아티스트도 저작권자일까?


    글. 하동철

    발행일. 2020년 01월 10일

    하동철의 저작권 일상 #3 AI도 저작권자 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것은,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AI 알파고(AlphaGo)가 바둑 최고 고수 중 한 명인 이세돌과 격돌을 벌여 4 대 1로 이기는 장면이었다. 이전에도 컴퓨터가 인간을 이긴 일은 있었다. 하지만 바둑과 같이 고도의 지적 능력이 쌓여야 하는 분야에서 수십 년간 수련한 인간을 이기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AI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우선 인간의 일자리가 가장 걱정된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은 2019년까지 AI와 로봇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510만 여 일자리가 감소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AI의 능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최근 영국의 일간지 타임스(The Times)에는 AI가 29,000명 환자의 맘모그라피(mammography, 유방암 검사를 위한 유선 조영 촬영술) 이미지를 판독하여 ‘음성이어야 하는 결과가 양성으로 판정되는(false positive)’ 오류를 인간 의사보다 6퍼센트 줄였다는 기사가 실렸다. 인간의 오류를 줄이는 것도 놀랍지만, AI는 결과를 빠르게 내놓기 때문에 인력 부족으로 진단이 늦어지는 문제도 쉽게 해결된다.

    이번 회차에서 AI를 주제로 삼은 이유는 AI가 만든 저작물을 인간의 창작물과 똑같이 저작권으로 보호를 해야 할지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의 도움 없이 자신의 학습을 통해 시, 문학, 음악, 미술, 텍스트 등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가 저작자가 된다면 사람만을 저작권자로 인정하고 있는 현재 법에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저작권법이 바라보는 ‘동물 저작자’와 ‘AI 저작자’

    출처: Wikipedia

    위의 원숭이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루토(Naruto)’라는 이름이 붙여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탄 원숭이다. 2011년 영국 야생동물 사진가인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현지 원숭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갔다. 촬영 준비를 위해 트라이포드에 사진기를 올려놓고 배경에 맞추어 카메라 세팅 후, 리모트 셔터 버튼에 원숭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놓아두고 자리를 떴다. 그 사이에 암컷 원숭이 한 마리가 셔터 버튼을 수차례 누르는 일이 발생했다. 촬영된 사진들 중에는 원숭이가 자기 모습을 찍은 것도 있었다. 슬레이터는 이 원숭이를 나루토라 명명했고, 문제의 사진은 ‘나루토 셀피(Naruto Selfie)’로 알려지며 ‘인류 최초로 동물이 찍은 셀카’라 불리기 시작했다.

    슬레이터는 자신이 해당 사진에 저작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료 사용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위한 사람들(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PETA)’이라는 단체가 ‘원숭이가 찍은 사진은 그 원숭이가 저작권자여야 한다’며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하게 된다. 2016년 미국 법원은 나루토가 창작물에 직접 관여를 했을지라도 저작자가 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나루토 셀피’는 슬레이터든 원숭이든 어느 누구도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공중의 영역에 속하게 됐다.

    19세기 초 인간은 기계라는 도구를 사용해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창작물도 저작권으로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있었다. 당시 카메라가 최초로 발명되었는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사물을 필름에 그대로 복제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저작물이라고 여겨질 일이지만, 그림이나 조각과 같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낸 것만을 저작물로 취급했던 19세기 초의 상황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 아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 사진가가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초상사진(portraits) 시리즈로 유명했던 나폴레옹 새로니(Napoleon Sarony)다. 그리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새로니가 1884년 촬영한 오스카 와일드의 초상사진이 저작물로 보호된다는 역사적 판결을 내리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미국 저작권법은 인간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소스코드도 ‘어문 저작물’로 보호하도록 법에 새겨넣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AI는 ‘전자인간’으로 표현될 만큼 사람의 두뇌와 비슷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지향적 기술이다. 사람의 뇌가 사물을 구분할 수 있듯, 컴퓨터 또한 사물을 구분하고 반복학습을 통해 정보를 취득 및 가공해낸다. 인간이 가진 고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 기술을 통해 구현해낸 것이다. AI는 단순히 인간이 입력한 명령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유사 AI’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이다.

    AI가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은 최소한으로 관여를 한다. AI는 일정 부분 작가나 다른 아티스트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새로운 예술물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은 복제물이 아니며 어떤 결과물을 산출할지 예측도 어렵다. AI는 외부 데이터를 찾아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가공하고 피드백을 하며 그 결과를 발전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AI가 예술가를 대체할까

    AI는 인간의 지식이 쌓이는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2016년 AI 변호사 프로그램 ‘로스(ROSS)’가 미국 로펌의 기업파산 분양에 쓰였다. IBM이 개발한 AI ‘왓슨(Watson)’은 2018년 파키슨병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주식과 같은 금융투자 분야에도 AI는 쓰이고 있다. 아마도 AI는 인간이 독점한 거의 모든 전문 영역에 활용될 전망이다.

    AI는 인간의 독보적 창조 영역으로 여겨져 왔던 문학, 미술 분야에도 손길을 뻗치고 있다. 구글은 ‘딥드림(DeepDream)’을 만들었다. 딥드림은 꿈과 같은 환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컴퓨터 비전 프로그램으로, 사람 및 동물의 얼굴과 이미지 패턴을 인식한다. 인식한 이미지를 반복하고 특징적 부분을 삭제해 환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도록 하는 알고리즘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딥드림의 그림 29점은 2016년 2월 샌프란시스코 미술 경매에서 1억 원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그림 1은 딥드림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을 인식하여 새로 만든 작품이다. 생레미의 요양원에 머물던 고흐가 바깥 풍경을 소용돌이로 묘사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면(그림 2), 딥드림은 이 원작을 좀 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마을로 그려냈다. 원작과 일 대 일로 비교해야만 고흐의 작품을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림 1 / 출처: reddit.com
    그림 2 / 출처: Wikipedia

    음악 분야에서도 AI 기반의 딥러링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분석하고 음을 추출한 다음 화성, 템포, 길이나 멜로디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창작물은 MIDI 혹은 악곡이나 음악을 만들어내는 코드가 될 수도 있다. AI의 음악 창작 기술이 축적될수록 작곡 수준도 높아질 것이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시켜 “신나는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면, AI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 들려 줄 날도 그리 멀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AI는 글도 쓴다. AI가 쓰는 보도 기사나 증권 관련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일본에서는 2016년 말 AI가 쓴 <현인강림(賢人降臨)>이란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다. 독일에서 2015년 설립된 인키트(Inkitt) 출판사는 책의 성공 가능성을 AI에 맡겨 많은 베스트셀러를 선보이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AI가 사람, 특히 예술가를 대체하기는 힘들겠지만 인간이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이다. AI가 인간의 창작 활동을 얼마나 대체할지는 사회나 기업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가장 문제는,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을 법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이다.

    AI가 그린 그림의 저작권자는 누구?

    지금 기술 환경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저작물이 생성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클릭한 사람을 저작권자로 봐야 하는지는 미지수다. 인간은 알고리즘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AI는 데이터를 찾아 반복 학습을 통해 창작물을 생산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를 창작자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카메라나 붓을 소유한 사람 모두가 창작자로 간주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기계가 만든 결과물의 경우 그 창작 과정에 인간이 관여하지 않았다면, 현행법상 사람에게 저작권이 부여될 수는 없다.

    AI가 창작을 위해 기존 저작물을 이용했다면 누가 저작권 책임을 져야 하느냐도 문제가 된다. 구글 딥드림이 그린 몽상적 그림은 저작권이 소멸된 고흐의 작품을 원도로 한 터라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는 벗어난다. 하지만, 저작권이 있는 피카소의 작품을 AI가 변형한다면? 원본을 전혀 인식할 수 없을 정도라면 저작권 침해와 관련이 없겠으나, AI가 만든 작품을 보고 누구라도 원작을 떠올리게 된다면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원숭이 나루토의 사례를 보듯, 현재 저작권법은 인간 이외의 동물이나 기계에 저작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이 아니기에 저작권 침해자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피카소 풍의 그림을 그리는 알고리즘을 만든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할까? 원본 이미지를 AI에게 입력시키는 것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알고리즘 개발자를 저작권 침해자로 규정짓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AI가 저작물을 베껴 다른 창작물을 만드는 데 이용하는 것이 합법화되고 저작권 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

    AI가 만든 렘브란트 풍의 초상화들 / 출처: The Next Rembrandt

    아직은 AI를 저작권자로 인정하는 데 부정적 의견이 많다. 저작권은 일종의 ‘창작 인센티브’라 할 수 있다. 더 많은 창작물들을 진작시킴으로써 공중에게 지식과 문화의 접근을 진작시키는 것, 이것이 저작권의 존재 목적이다. 하지만 AI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창작물이 더 많이 만들어지거나 더 수준 높은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누군가가 투자해 만든 AI에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AI의 창작물이 공공의 영역에 속하도록 계속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누구도 AI 알고리즘 개발에 선뜻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딥드림의 그림을 방송이든 영화든 마음껏 공짜로 쓸 수 있다고 가정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인센티브가 사라진 AI 기술은 쇠퇴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인간이 어느 정도 관여를 해야 AI의 창작물이 ‘저작물’로 보호 받을 수 있을까? 프로그래머 혹은 AI 중 누가 저작권자가 되도록 해야 할까? 학자들은 저작물의 저작권자를 ‘인간’과 ‘인간 이외의 저작자’로 규정짓자고 제안한다. 이 방책이 AI의 성장과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한다. 학자들의 제안대로라면, AI 소유자는 구매자·제조업자·운영자가 되고, 알고리즘을 개발한 프로그래머만이 소유권과 더불어 책임 있는 자가 된다.

    어떤 이는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저작물의 저작권을 인간에게 부여하자는 주장도 한다. 마치 인간은 컴퓨터에게 일을 시키는 ‘고용주’이고 컴퓨터는 명령을 받아 저작물을 만들어 내는 ‘피용자’와 같은 모델을 생각한 것이다. ‘업무상저작물’ 이론을 AI에 적용한 셈이다. 실제로 유럽의회가 로봇에 ‘특수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전자인간’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한 바 있어 이런 주장은 탄력을 받고 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저작물에 독점권을 주는 것은 혁신과 창작성을 진작시키기 위함이다. 인간 개발자와 달리 AI 프로그램 자체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없다. 그들의 성과는 유형적 보상이 아니라 AI 프로그래머의 시간과 기술, 그 작업에 돈을 대는 회사의 지원 및 투자에 달려 있다. AI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는 프로그래머, 그리고 고용·투자 주체인 회사이다. 현재 피용인은 사람으로 규정되어 있으나 앞으로 법을 개정해 사람 이외의 어떤 일을 수행하는 사물이나 프로세스까지 포함시킨다면, AI가 만든 창작물이 법으로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KBS 공영미디어 연구소 연구원(법학박사)이자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강의 활동을 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공연권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음악 저작권』 등 저작권과 관련한 다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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