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Why not? 그래픽 디자이너 강문식

    “외로움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인터뷰. 스토리베리

    발행일. 2016년 12월 02일

    Why not? 그래픽 디자이너 강문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보드를 타던 소년은 커서 디자이너가 되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던지다시피 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그는 준비가 되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행동하고 준비하는 사람이다. 한국-네덜란드-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 강문식의 이야기를 들었다.
    ©Biba Kosmerl

    뉴욕 생활은 어떠세요?

    처음엔 거부감이 심했어요. 큰 도시를 좋아하질 않아서요. 뉴욕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데다 개인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을 선호하는데 어느 곳이든 도시는 사람을 바쁘게 하는 만큼 외롭게도 하잖아요. 여기 말고 다른 곳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접근성도 좋고 친구들도 많아서 결정을 하게 됐어요. 일을 하러 갈 땐 주로 맨해튼으로 나가지만 사는 곳은 브루클린이라 건물도 낮고 복잡하지 않고 게다가 집 근처에 공원도 있어서 괜찮아요.

    네덜란드에서도 공부하셨지요?

    한국에서 졸업하고 네덜란드에 있는 학교에 편입했어요. 2년 공부하고 한국에서 잠깐 일을 하다가 미국에 있는 대학원에 지원하게 됐어요. 처음 유학을 결정할 때 네덜란드를 선택한 계기는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전혀 연계성이 없는 데도 네덜란드의 한 학교를 추천해주셨어요. 저랑 잘 맞을 것 같다면서. 각기 다른 곳에서 만난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동시에 한 학교를 추천했다는 것도 신기하고 궁금해서 알아보게 되었는데 호감이 가더라고요. 여행에서 돌아오니 한국에 마침 네덜란드 붐이 불기도 했고요.

    한국, 네덜란드, 뉴욕에 이르기까지 동경은 해도 행동으로 움직이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 그런 동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뉴욕에 올 줄은 진짜 몰랐어요. 한 번 정도 관광을 가게 되면 좋겠다고만 여겼지 진짜 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심지어 살게 될 거라는 생각도 안 했었거든요. 의도치 않게 학교를 세 군데나 다니긴 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요, 미대였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미국(뉴헤이븐)에서 공부를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학위가 작업을 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용이나 시간에 대한 부담이 없으면 고민 없이 올 수 있었겠지만,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고요. 계획을 하고 그것을 쫓아서 가는 것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는 타입이기도 해요.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지 않는 대신 주어진 상황을 열심히 해결하려는 편이고요. 미국에 오게 된 것도 지원 날짜가 코앞에 왔을 때 10년 후에 후회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을 많이 하고 인생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진로도 삶에 대해서도요.

    외국에서 혼자 있다 보면 그런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 놓이니까 생각할 시간도 많고, 한국이 아니라 외국에선 동양인 남성으로 위상이 확 떨어지는(웃음) 경험도 하고. 외국인 학생, 외국인 노동자 같은 약자 내지 소수자가 되는 상황인데, 대놓고 불리함이 적용되는 건 아닐지라도 가끔 어떤 사건이 발생해요. 그럴 땐 내가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죠. 정체성은 유학생이라면 대부분 갖는 고민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작업에 녹여내더라도 직접적인 방식보다는 개인적,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것이에요.

    ©Biba Kosmerl
    〈Mom, I have to say…〉, 포스터
    그는 자신에게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고 말한다. 뻔히 이렇게 할 것 같다거나 틀림없이 이게 맞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거기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왜 꼭 그래야 하나? 이렇게 안 하면 안 되나? 반드시 그래야 좋은 건가? 묻고 또 물으면서 자신 안으로 파고든다. 적당히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던 문이 활짝 열리고 새 길이 보일 때까지. 

    작업 과정 자체가 자신과의 대결이기도 할 것 같아요. 때로는 내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이 되기도 할 것 같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이 있는데 그 이상을 생각한다는 얘기로 들리거든요. 그랬을 때 내게 인상에 남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괴로워질 때가 있는데, 그건 즐거운 고통이라고 생각해요. 필요 없는 고통이 아니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려고 오는 데서 오는 고통이니까. 그 진통이 심할수록 괴롭다가 마음에 드는 것들이 가끔 나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014년에 했던 페스티벌 봄 포스터가 기억에 남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나요?

    당시 총 예술 감독이 바뀌면서 일본에서 동시에 행사를 하기로 결정이 되고 일본 디자이너와 한국 디자이너가 같이 작업을 하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기본적으로 합의한 것은 왔다 갔다 하면서 디자인을 발전시키자, 라는 것이었어요. 진행을 하다가 코앞에 마감날짜가 다가왔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그냥 보기에 좋은 디자인이다. 여기에 뭔가 더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괴로웠어요.

    흥미롭네요. 새로운 방법에 대한 실험도 가능했을 것 같고요.

    좀 더 극단적으로 진행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의 방식을 복싱 게임처럼 해보자고 제안을 했죠. 더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면 예상하지 못한 재미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면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나는 왜 싫을까를 생각하게 됐어요. 이유를 보면, 다양한 요소가 있는데 취향의 문제도 있고, 선호하는 방식, 받았던 교육 배경 등이 합쳐져서 이도 저도 아닌 디자인이 된 것 같았어요. 마감 직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감독님께 전화를 해서 이것을 라운드를 정하고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는 제안을 했는데 바로 받아들여져서 다음날 세부적인 규칙 리스트를 만들어서 진행했어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요. 감독님은 참여 디자이너도 작가처럼 대우를 해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일부러 스포츠 혹은 게임의 형식을 차용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5분 12라운드를 정한 건 느슨하게 복싱의 형식을 빌려온 것도 있지만 5분이라는 시간은 짧기 때문에 취향이나 부가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최소화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감각에 의존해서 작업하게 되니까. 12라운드를 한 이유는 딱 1시간에 맞추려고 했어요. 6번씩밖에 못하니까. 스포츠 형식을 갖춰 작업을 할 때 각 라운드를 따로 저장을 했어요. 완성된 작업 자체도 있지만 그 라운드 자체가 페스티벌에서 과정이 되어 결과물로 이어지게끔 진행을 했어요. 지금 스카이프로 인터뷰하는 것처럼 사무실 직원들이 관객으로 지켜봐 주셨었어요. 긴박하고 재미있었어요. 한 시간만 하면 모든 아이덴티티가 끝나버리니까요.

    〈페스티벌 봄 2014〉, 포스터, 야마노 히데유키와 협업
    〈2016 Yale School of Art Sculpture MFA Thesis Show〉, 포스터
    〈Laura Fox Magazine〉, 책, 두가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글자를 만들어 사용했다.

    〈Paprika!〉, 신문, 클라이언트: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
    [좌] 〈MORE〉, 포스터 [우] 〈UTOPIA〉, 책
    그와의 인터뷰가 있던 날은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던 날이었다. 놀라운 일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세상을 보는 폭이 그만큼 좁았는지도 모른다. 안목이 커지는 만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으며 인생은 재미있는 일로 가득 찬 서프라이징 박스가 되는 것은 아닐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도, 디자이너 강문식의 이름 석 자를 자주 접할 날을 기다려본다. 

    한 가지를 경험하면 그것은 반드시 나의 자산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는데 기억에 남는 작업들이 어떤 영향을 미친 것 같나요?

    경험이 즐거우면 확실히 오래 영향을 받죠. 예상되는 결과를 보면서 만든 게 아니라 위험요소를 안고 작업을 한 것이니까요. 그런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고요. 사실 제가 하는 것들이 굉장히 새롭고 이전에 보지 못했던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어떤 범위 안에서 매칭하는 것이라 남들에게 새로운 것을 선사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디자이너로서 클라이언트와 인터랙션 하는 관계가 될 때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도 그 사람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죠.

    두 가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뿌리를 내리고 싶은 마음과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 그 사이의 갈등에서 오는 긴장이 삶의 동력이 될 것도 같은 데요.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표를 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낯선 환경으로 저를 내모는 면이 있어요. 생활환경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지고 자극도 받게 되죠.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어서 노인이 되면 뭘 할까 이런 생각을 했고, 중학생 때는 부모가 되면 어떨까, 내가 나를 바라봐도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도 하고. 이제야 신체 나이와 정신 나이가 좀 들어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웃음).

    혼자 생각하고 외로워하면서 곱씹었던 시간이 많았나 봐요.

    ‘외로움’ 또한 필요한 것이라는 걸 최근 들어 생각하게 되었어요. 외로움을 잊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거나 이런 걸 잘 못 해요. 외로움도 에너지고 필요하니까 오는 것이겠죠. 불안과 걱정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요. 지금은 불안하고 힘들고 어디로 나아갈지 잘 모르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기대가 되거든요. 내 것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으니까 상상하는 즐거움도 있어요. 한쪽으로 치우쳐서 좋은 것만 갖기보다 긴장이나 불안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기분도 들고요. 행동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작업을 즐겁고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 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Yale Shool of Art Commencement 2015〉, 졸업식 행사 인쇄물, 클라이언트: 예일대학교 미술대학원
    〈Retrospecta 38〉 책, 로라 폭스그로버와 협업, 클라이언트: 예일대학교 건축대학원
    〈The Fountains〉 신문, ‘Everything Is DADA’ 전시의 일환으로 제작 됐다, 클라이언트: 예일대학교 미술관
    〈Zonkey〉, 타입페이스, 최석훈과 협업, 글자의 절반을 각각 직선과 곡선으로 나누어 맡아 디자인 했다.
    〈Century Bruce〉, 타입페이스, Century에 문장부호를 새로 만들었다.
    [좌] 〈Push, Pull, Drag〉, 포스터, 클라이언트: 플랫폼 엘 [중] 〈Moving / Image〉, 포스터, 클라이언트: 김해주 [우] 〈MAGAZINE I〉, 책, 클라이언트: 강정석

    Popular Interview

    인기 인터뷰

    New Interview

    최신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