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문의





    검색

    닫기
    t mode
    s mode
    지금 읽고 계신 글

    NHN UI 디자이너 송병용

    “제일 존경하는 디자이너이자 가장 큰 자극제는 제 동료들입니다.”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2년 03월 19일

    NHN UI 디자이너 송병용

    디자인을 전공한 예비 디자이너들의 대부분이 삼성이나 NHN 같은 대기업 디자이너를 꿈꾼다고 한다. 안정적일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NHN UI디자이너 송병용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그는 ‘야생’을 강조하는 디자이너다. 송병용을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대기업의 울타리도, 안정적인 환경도 아닌 부딪쳐 깨지고 상처 입으며 온몸으로 배운 경험이라고.

    2012년 3월, 월간 『디자인』 중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NHN BXUI 2팀에서 UI 디자인을 맡고 있는 송병용입니다.

    NHN에 입사하게 된 동기가 있다면?

    처음엔 관심도 없었어요. 지금의 아내가 먼저 NHN에 입사했는데, 그때까지도요(웃음). 마음이 바뀐 건 2007년 10월, 네이버에서 블로그 시즌2를 선보이면서부터예요. 서비스를 지켜봤는데, 너무 멋진 겁니다. 게다가 모든 걸 내부의 서비스팀에서 진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작 놀랐죠.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요.

    NHN은 많은 예비 디자인들이 일하고 싶은 곳으로 꼽는 곳입니다. 송병용이 생각하는 NHN 디자이너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내부에서는 국가대표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이 큽니다. 성별과 연령, 지역 등을 떠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라는 점이 매력적이죠. 실제로도 디자인이나 웹을 모르는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제가 만든 작업물을 알아봐줄 때 뿌듯합니다(웃음). 게다가 제가 속한 팀은 NHN CMD(Creative Marketing & Design division) 내 마케팅 센터에 속해 있어 마케터들과 함께 있어요. 덕분에 배우는 것이 아주 많습니다. 카피나 기획은 물론 생각하는 방법부터 자연스럽게 달라지더라고요. 실력이 상당한 동료를 비롯해 선후배, 막 입사한 수퍼 루키 디자이너 등 그들과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한 단계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기획자, 마케터와 원활히 소통하는 방법이 있나요?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 모두 직군은 다르지만 커다란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거죠. 업무를 의뢰(부탁)하고, 자연스럽게 공유(해결)하는 과정은 어누 누구와의 관계라 해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더욱 좋겠죠. 여기에 ‘공감’을 더하면 금상첨화고요. 나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에 공감한다면 박수를 쳐주고, 분발해야죠.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를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해요. 이런 경우엔 보통 비하인드 스토리나 배경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분위기가 됩니다. 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말이죠.

    NHN 디자이너로서의 단점도 궁금한데요

    전체가 하나처럼 움직여야 하는 규모, 일관성, 그리고 큰 부담감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색을 내기엔 어려움이 있지요. 특히 ‘green’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고요. 가끔 닫혀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디자인을 정말 잘해서 깨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료들의 실력이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견제하거나 의식할 경우 느껴지는 심리적 압박은 피하기가 쉽지 않죠.

    “가수에게는 무대가 있고, 운동 선수에게는 경기장이 있듯이 제가 지금 활동하고 있는 NHN은 디자이너로서 경험하기 어려운 굉장히 넓은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전국민에게 보여지는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요?”

    2011년 11월, 『디자인 정글』 중

    그동안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NHN의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약 1년간은 네이버의 스페셜 로고를 디자인 했고, 네이버 뮤직, 모바일 앱, DA(Display AD, 배너광고), 프로모션 및 캠페인 사이트, 디자털 사이니지 등 웹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그래픽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그린팩토리 투어를 위한 도슨트앱 디자인을 맡아 마무리 지었고요. 앱스토어에 등록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다음에 할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란 마음으로 업무를 시작합니다. 어제가 제일 좋았다면 내일은 어떻겠어요?(웃음) 디자이너들 사이에 소위 ‘사골디자인’이라는 말이 있어요. 예전 작업의 소스를 활용해 새로 만드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작업 속도는 빨라지겠지만··· 이건 정말 어제로 오늘을 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밑천이 드러나죠. 그래서 가능하면 예전 작업물보다는 개인적으로 꾸준히 정리하는 레퍼런스 자료들을 참고합니다. 저는 자기 전에 내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시나리오를 짜는 편이에요. 항상 부족하고, 항상 아쉬운 것 같아요. 아마 대부분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막연히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는 것 외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어느 대학을 가야 하는지, 어떻게 준비를야 하는지, 모른 채 진학을 했던 제게 웹 디자인은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2011년 11월, 『디자인 정글』 중

    UI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 분야에서 일을 한 지도 벌써 13년째가 되는데요. 처음에는 그렇게 큰 목적을 갖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다만 ‘컴퓨터’와 ‘나’만 있으면 된다는 웹의 속성이 좋았어요. 여기에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고요. 사실 미술학도를 꿈꾸던, 보통의 아이들보다 미술을 좀 더 잘하는 평범한 학창시절에, 형편상 부모님께 비싼 학원비와 재료비 부담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 웹디자인에 더욱 반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UI 디자인에 있어 타이포는 어떤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 읽히는 그림입니다. 원래 문자 자체가 생각을 도식화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과 상대방이 이해하는 말이 일치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해요. 다만 UI디자이너는 타이포를 글자만이 아닌 픽토그램, 아이콘, 인포그래픽 등 넓은 의미로 사용해 설득력을 높이는 재주를 가진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글자를 그림으로 보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요.

    선호하는 서체가 있다면?

    딱히 선호하는 서체는 없습니다. 다만 프로젝트에 적합한 폰트를 찾으려 노력할 뿐이죠. 캐주얼한지 이성적인지, 손맛이 나야 하는지, 덩어리감이 좋은 산세리프체인지, 디지털 느낌의 미래지향적 서체인지 등 프로젝트에 맞춰 서체를 찾습니다. 마치 이미지 소스를 찾는 것처럼.

    송병용이 말하는 UI 디자인은?

    디자인정글과의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라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식스센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가로운 주말 TV 앞에 누워 주섬주섬 리모콘을 찾잖아요? 과거 조상님들이 이걸 본다면 초능력이라며 깜짝 놀라겠죠(웃음). 최근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음성인식 기술이 실용화 단계에 와 있잖아요? 아이폰의 시리(Siri)도 그렇고. 어떤 광고에서는 만지지 않고도 동작을 인식하는 스마트폰도 있더군요. 이렇듯 UI는 게이트, 즉 접점이에요. 나와 무언가를 이어주는 컨텍 포인트. 이걸 잘 만들어야 여섯 번째 감각이 살아나지 않겠어요? 최근 안구인식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 기술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건 10여 년 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 나왔던 이야기더라고요.

    ▲ 송병용이 디자인 작업을 맡은 iOS용 ‘GreenFactory Docent’ 앱. 
    NHN 사옥인 그린팩토리 투어를 위한 앱이다. 

    어느 날부터 무얼해도 지루하고, 무언가를 얻어도, 해내도 채워지지 않는 가슴 속에 구멍같은 것이 생긴 것 같았다. 어제의 나는 기억나지 않고, 오늘의 나는 비어 있으며 내일의 나는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2010년 5월, 개인 블로그 ‘The Haze’에 게재한 송병용의 첫 글 「Big Empty」 중

    블로그 The Haze는 ‘Big Empty’라는 제목의 포스트로 시작됩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Big empty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작업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졌던 시기였어요. 그저 업무로 매번 쌓이고, 버려지는 식으로는 디자인을 대하기가 어려웠던 거죠. 야생에서 경험했던 긴장감에 대한 향수가 있다고 할까요? 디자이너라는 직군 자체가 집시 같아서··· 정착한다는 게 쉽진 않은 듯 해요. 가슴 속에 커다란 공허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도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100퍼센트 답을 찾진 못했지만 블로그는 ‘나’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직접적으로는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요(웃음). 내외부적으로는 네이버의 디자인과 ‘송병용’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상담을 요쳥하는 분들도 많고요. 특히 이제 막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예비 디자이너와 진로상담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진로상담이라면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야생에서 부딪치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죠(웃음). 보통, 대학을 졸업한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이 많아요. NHN 인턴에 관한 질문도 많고요. 솔직히 저는, 에이전시를 비롯해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NHN과 같은 대기업 인턴쉽은 뭐랄까요, 엘리트로 클 수 있는 기회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온실 속 화초와 같죠.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컨펌의 연속인데··· 이 과정에서 크게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고요. 전 야생에서 직접 부딪쳐보라고 말합니다. 그 경험이 결국 큰 자산이 될테니까요.

    유찬아, 니가 있어 너무너무 행복하다. 오늘도 아빠가 자기 전에 인디안밥 놀이 해줄께. 조금만 기다려줘, 얼른 갈게.

    2010년 12월 22일, 개인 블로그 ‘The Haze’에 쓴 글 중

    디자이너이기 전에 유찬, 유민 두 아이의 아빠인데요. 송병용은 어떤 아빠인가요?

    몸으로 놀아주는 젊은 아빠? 아이들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있다면?

    뻔한 대답일지 모르지만, 생계입니다(웃음). 먹고사는 문제는 정말··· 매일 일어나니까요. 많이 벌고 적게 벌고의 문제라기보다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투명함, 육아에 대한 부담감, 가장의 책임감 등. 요즘은 큰 아들이 말을 알아들어서 말 한마디도 함부로 내뱉어선 안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육아휴직 중이던 아내가 다음 달 복직합니다. 많이 부담스러워하는데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아내는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여전사 디자이너랍니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은?

    일하는 시간에는 일을 할 때, 하루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놀아줄 때. 큰 아들을 껴안고 누워서 장난치며 잠들 때. 매 순간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 책상에는 휴대하기 편한 작은 노트와 연필, 몇 권의 디자인 서적과 잡지, WESC 헤드셋,
    2010년 연말에 받은 우수사원(People of Creative Mind) 상패 등이 놓여 있다.

    “언젠가 제가 배운 것을 나눠줘야 할 때, 저 역시 누군가에게 배운 것을 갚아야 할 때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발전하고 싶습니다. 자랑스런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도 그렇고요.”

    2011년 1월, 『디자인 정글』 중

    존경하는 디자이너와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무엇인지?

    저에겐 동료들이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가장 큰 자극제이기도 하고요. 그중에서도 같은 일을 하는 아내가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이자 자극제네요(웃음). 거장들을 존경할 수도 있지만, 너무 멀리 있으면 오히려 체감도가 떨어지잖아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고,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조건이라고 할까요, 디자이너에게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 절심함이라고 생각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일에 대한 적응력과 순발력, 경험 등이 섞였을 때, 여기에 ‘나’라는 사람이 가진 절심함이 더해진다면 나중에 꼭 한번 꺼내보고 싶은 작업물이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송병용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

    부끄럽지 않은 디자이너, 아빠, 남편, 아들이고 싶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잘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응원해주고 싶어요.

    Popular Interview

    인기 인터뷰

    New Interview

    최신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