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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읽자이너 #11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변수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다양성을 한껏 허용하는 사고 체계 혹은 태도 기르기


    글. 임재훈

    발행일. 2022년 01월 18일

    123 읽자이너 #11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한 달 한 권
    1 제목 | 2 차례 | 3 서문
    딱 세 가지만 속성 소개

    일단은 1, 2, 3만 읽어보는 디자이너
    “ 123 읽자이너 ”

     열한 번째 책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 · · 이드리스 무티 지음, 현호영 옮김, 유엑스리뷰, 초판 2019, 2판 2021 · · ·

    1  제목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은 제목 그대로 하버드 디자인 스쿨의 ‘기업의 창조성을 위한 디자인 씽킹 프로그램’이라는 수업 내용을 엮은 책이다. 단행본 형태로 재구성된 강의록인 셈이다. 해당 수업을 기획·진행한 저자 이드리스 무티(Idris Mootee)는 경영 컨설턴트다. 세계 곳곳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하는 인물이다. 그가 주창하는 경영 혁신의 열쇳말이 이른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영어 독음 ‘디자인 씽킹’을 우리말로 표기한다면 ‘디자인적 사고’가 될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독자들이나 경영인들이라면 이 용어가 익숙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명칭도 의미도 조금은 모호하게 다가올 듯하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디터 또한 (경영인도 아니거니와 경영학을 공부해본 적도 없으므로) 그랬다. 그래서 예비 독자들의 수월한 독서를 위해 디자인 씽킹에 대한 이 책의 정의를 요약해본다.

    낯선 단어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단어의 반의어를 찾아보는 것이다.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본문을 참고해보건대, 디자인 씽킹(디자인적 사고)의 반의어로 시스템 씽킹(systems thinking, 시스템적 사고)을 삼아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하다.

    시스템적 사고의 언어에서 현대적 경영의 문제와 그에 따른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탐색의 문제점은 다양성을 제외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 진정한 혁신은 운이 좋은 변수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므로 혁신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 수용한다. 이렇듯 약간의 목적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어느 정도의 다양성이 허용되어야 한다.”

    ―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97쪽, 강조색 표시는 『타이포그래피 서울』

    위 인용문을 참고하여 디자인 씽킹을 이렇게 이해해볼 수도 있겠다. ‘변수의 가능성을 최대화하고 다양성을 허용하는 사고 체계’. 이렇게 요행(?)으로나마 디자인 씽킹의 의미를 정리해본다면, 디자인 씽킹이라는 경영 전략의 파격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왜 파격인가. 어떤 전략이든 ‘변수’와 ‘다양성’은 최소화하는 것을 과제로 정한다. 선거 전략을 생각해보자. 어떤 선거 캠프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변수와 다양성에 관대하다면 낭패를 볼 공산이 크다. 잦은 변수는 후보의 지지율 널뛰기를 부르고,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 조직 구성이든 캠페인 메시지든 다양성만 좇다 보면 핵심 지지층 결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보수 성향의 선거 캠프가 진보층·중도층 공략을 위해 다양성 전략만 내세운다면 ‘텃밭’ 표심이 요동칠 것이다.)

    요컨대 디자인 씽킹은 기존의 전략적 사고, 그러니까 변수와 다양성의 리스크를 제거해나가는 체제를 전복함으로써 성립되는 경영 전략이다. 이것이 아마도 디자인 씽킹의 파격성일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은 변수와 다양성이라는 허들을 끊임없이 뛰어넘어야 하는 스포츠 경기와도 같다. 프로젝트마다 디자이너가 맞닥뜨리는 변수와 다양성이란 일일이 사례를 열거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상수(常數)로 존재하는 과업이다. 언제나 최종 산출물은 ‘최종의 최종의 최종의 진짜 최종의 최종-3’ 같은 기나긴 변수와 다양성을 품으며 완성되지 않나. 디자이너에게 변수와 다양성은 상수다. 디자이너처럼 사고하는 것, 디자인적 사고 혹은 디자인 씽킹이란, 변수와 다양성을 상수로 두는 태도인 것이다.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은 이 ‘불완전한 상수’가 경영의 휴머니즘을 발현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얘기는 아래 [3 서문] 챕터에서 후술하기로 한다.

    “디자인 씽킹은 사업가가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도록 만들고, 디자이너는 사업가처럼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63쪽


    © typography seoul

    2  차례

    들어가며

    옮긴이 서문: 혁신적 비즈니스를 디자인하는 과정, 디자인 씽킹

    1장. 변화하는 시대를 위한 디자인 씽킹
    나비효과와 장기적 기획
    디자인 씽킹의 응용은 곧 전략적 혁신을 위한 것이다
    위기 상태를 넘어서 생각할 시간이다

    2장. 디자인 씽킹 제대로 이해하기
    디자인 씽킹은 과학인가, 예술인가?

    3장. 경영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씽킹
    구원을 위한 디자인 씽킹
    사람들은 주위와 접촉이 끊기게 되었다
    미래의 모든 비즈니스 리더가 훌륭한 디자인 씽커가 되어야 한다
    비즈니스 관리를 재정의하는 10가지 디자인 씽킹 원칙

    4장. 디자인 씽킹 MBA의 핵심 주제들
    비즈니스 도전 과제 01. 성장
    디자인 씽킹 접근법 01. 스토리텔링
    비즈니스 도전 과제 02. 예측 가능성
    디자인 씽킹 접근법 02. 전략적 예측
    비즈니스 도전 과제 03. 변화
    디자인 씽킹 접근법 03. 센스메이킹
    비즈니스 도전 과제 04. 연관성 유지하기
    디자인 씽킹 접근법 04. 가치 재정의
    비즈니스 도전 과제 05. 극심한 경쟁
    디자인 씽킹 접근법 05. 경험 디자인
    비즈니스 도전 과제 06. 표준화
    디자인 씽킹 접근법 06. 인간화
    비즈니스 도전 과제 07. 창조적 문화
    디자인 씽킹 접근법 07. 래피드 프로토타이핑
    비즈니스 도전 과제 08. 전략과 조직
    디자인 씽킹 접근법 08.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
    비즈니스 모델 디자인을 위해 적용된 디자인 씽킹

    ‘변수와 다양성을 리스크가 아니라 창의적 재료로 허용하고 활용하는, 마치 디자이너의 디자인 작업 과정과도 같은 경영 전략, 디자인 씽킹.’ 이 요약문을 3D 영화관의 3D 안경처럼 착용한 상태로 위 차례를 하나하나 읽어 나가기를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자의 메시지들이 입체적으로 포착되기 어려울 수 있다. 앞서 인용했던 “사업가가 디자이너처럼 (…) 디자이너는 사업가처럼 생각하도록 만든다”라는 문장도 계속 소지하는 것이 좋다.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은 한마디로 여가를 즐기며 일독할 만한 책은 아니다. ‘자세’를 잡고 읽어야 할 일종의 학습서다. 공부하듯 읽어볼 책으로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을 권한다.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디자이너라면, 이 책을 이용하여 ‘디자인 작업에 적합한 사고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해볼 수도 있겠다. 또한, 디자이너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스튜디오 운영/경영 방식을 고안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3  서문

    이 책에는 저자 서문이 없다. 「들어가며」는 사실상 추천사라 할 수 있고, 「옮긴이 서문」은 이름 그대로다. 두 글 모두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의 인트로*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저자의 세계적 명성, 디자인 씽킹의 경영학적 위상과 효용성을 ‘보증’하는 데 대부분 분량을 할애한 소개문이라 그럴 것이다. 저자와 저자의 주장(저자가 앞으로 이 책 안에서 이야기할 것들)이 갖는 매력을 알려주지는 않는 것이다.

    예비 독자들에게 ‘서문’을 대신하여 보여주고 싶은 본문 구절을 인용해보려 한다. 변수와 다양성을 허용/활용한다는 건, 불완전성을 기본 상수로 포용한다는 의미다. 인간의 삶처럼 말이다. 경영 전략으로서 디자인 씽킹이 갖는 최고의 매력 아닐까. 이러한 매력, 그러니까 ‘인간적인 경영 전략’―인적자산(human resource)이라는 용어에서 엿볼 수 있듯, 전통적인 경영의 관점에서 임직원은 인간 자체가 아니라 ‘자원’으로 다루어진다.―에 대하여 저자가 서술한 부분을 옮겨 적어본다.

    “인간다움의 본질은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조지 오웰)

    더 나은 인간화로 가는 경로 중에는 조직이 소비자에 대한 조사를 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방식, 혹은 어떻게 그들을 대변하는지를 재평가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의 연구 동향에서, 인간의 문화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을 고려해보라.
    사회학자나 인류학자, 그리고 직접 포커스 그룹 시설에 들어가서
    추적 관찰을 하지 않고도 인간을 이해하는 데 전문성이 있는 사회과학자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
    모든 고객, 직원,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은 스토리 네트워크의 일원이며
    인간화 디자인의 일부가 될 것이다.
    해당 브랜드 또는 조직에 그들의 인간성을 가져오게 한다면
    그 브랜드 또한 그들의 네트워크 및 삶에 가져가게 될 것이다.
    인간화된 브랜드는 실존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의 관심을 끌고 이를 유지하며,
    조직이 실수를 했을 때 고객들이 더욱 너그럽게 반응하도록 해준다.

    ― 『하버드 디자인 씽킹 수업』 243, 245쪽 ―

    © typography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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