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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리트 H』 7주년 그리고 홍대앞 ‘팩토리’

    홍대앞 동네 문화 잡지 『스트리트 H』 창간 7주년 × 홍대앞 아날로그 인쇄 공간 ‘팩토리(Pactory)’


    글·사진. 임재훈

    발행일. 2016년 07월 19일

    『스트리트 H』 7주년 그리고 홍대앞 ‘팩토리’

    2009년 6월 창간한 『스트리트 H』(홈페이지)는 지난해 6주년을 맞아 기념호를 발행했다. 1년이 지난 올해는 7주년을 맞아 기념호 발간과 더불어 특별전을 열었다. 이리카페 상수점 지하에 새로 생긴 ‘팩토리(PACTORY)’라는 공간에서, 7월 7일부터 17일까지 열흘간 일곱 살 생일을 자축했다. 2014년 5주년 기념 특별전 이후 3년 만이다. 7주년 행사는 좀 더 특별했다. 이 매거진의 잔치이기도 하면서, 발행인 장성환(아트디렉터, 203인포그래픽연구소 대표)이 정식 오픈을 준비 중인 아날로그 인쇄 공간 ‘팩토리’를 소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로컬 매거진의 7년은 ‘로컬’의 7년

    ‘홍대 앞’이라고 쓴다면 홍익대학교의 앞을 이르는 것일 텐데, 이 ‘홍대’와 ‘앞’을 붙여 쓰면 다르다. ‘홍대앞’은 일종의 지시대명사처럼 통하는 말로서, 서교동, 동교동, 상수동, 망원동 등 서울 마포구 일대를 칭한다. 홍대앞 로컬 매거진을 표방하는 『스트리트 H』가 다루는 권역 또한 마포구를 아우른다. 홍대앞(Hongdae-ap), 홍대앞 사람(Human), 홍대앞 역사(History)라는 3H의 편집 방향성을 준수해오고 있다. 

    매달 나오는 이 매거진은 홍대앞 소식들, 사람들, 사물들, 장소들, 사건들을 싣는다. 특히 매 호마다 실리는 홍대앞 지도는, 편집진이 직접 손과 발과 머리를 움직여 다달이 그리고 기록하여 디자인한 것이다. 발행인 장성환부터가 근 30년 이곳 토박이다. 홍대앞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생성과 소멸, 지속과 변형이 반복되는 곳일진대, 이 공간의 변천사를 월간 단위로 기록해두려는 이유가 외지인(?)으로서는 궁금할 만하다. 장성환은 4년 전 기자와의 대화에서 “뭔가를 저지르려 하고 만들려 하고 영향을 끼치려 하는 ‘뭔가’가 일어나는 장소”라고 홍대앞을 정의했다. 또 그는 『스트리트 H』에 수록되는 지도들은 그냥 지도가 아니라 ‘존재 지도’라는 수식도 덧붙였다. 뭔가가 일어나는 이 특수한 장소성에 대하여, 그 뭔가의 일어남을 차곡차곡 데이터화하는 일을 자처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요컨대, 장소성을 역사성으로 매달 갱신하는 일, 그것이 장성환과 『스트리트 H』의 동인일 것이다. 

    ‘홍대앞 로컬 매거진’이 7주년을 기념한다는 것은, 자축과 반추에 대한 자리가 마련됐음을 기대하게 한다. 전자는 일곱 살 된 이 매거진의 성장과 특기를 확인하는 일이며, 후자는 그것이 귀속된 ‘로컬’의 7년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번 특별전은 이 두 가지를 성실히 챙겼다. 

    『스트리트 H』는 2014년 신년호(통권 56호)를 기점으로 태와 꼴을 대폭 바꿨다. 변신의 열쇳말은 ‘인포그래픽’이다. 장성환은 다양한 기업, 매거진, 시사지 등의 인포그래픽 작업을 오랜 시간 해왔던 인물로, 이 분야의 국내 전문가로 꼽힌다. 그가 오랜 시간 천착해온 인포그래픽이 2년 전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스트리트 H』에 본격적으로 녹아들게 된 것이다. 7주년 특별전을 채운 전시작들 또한 인포그래픽이 주를 이루었다. 홍대앞 골목지도,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인물 인터뷰 등 매거진의 주요 콘텐츠 제작 과정을 큼직한 인포그래픽 포스터들로 설명해놓았다. 특히, ‘7년 전과 현재의 골목길 풍경 비교하기’라는 작업은 2009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의 독막로9길 상권 변화를 이미지 한 장으로 나타냈다. 14곳이었던 영업 가게가 일곱 해를 지나며 27곳으로 늘어난 풍경이 선명하다. 한 공간의 7년 역사를 반듯하게 잘라, 말 그대로 단면을 보여주었다. 평면의 이미지가 오히려 더 입체적으로 시각화된 모습이다. 인포그래픽의 효용일 것이며, 장성환이 말했던 ‘존재 지도’로서의 기능일 것이다. 

    출력이 아닌, 인쇄의 공간 ‘팩토리’

    전시장에서 장성환은 분주했다. 이곳은 전시 공간이기도 하면서, 그가 최근 터를 잡은 ‘팩토리’라는 작업 공간이기 때문이다. PACTORY라는 이름에는 Paper와 Press Factory가 들어 있다. 영문 로고는 레터프레스기의 톱니바퀴, 금속활자의 구조, 활자 조판 부품 등을 표현한 요소들을 담았다. 서체는 활판 시대의 마지막 세대라 할 수 있는 헬베티카(Helvetica)다. “2천 종의 종이와 레터프레스, 실크프린팅, 리소그래프 등의 작업과 제본까지 가능한 문화 콘텐츠 생산 공장이 될 것”이라고 장성환은 소개했다. 

    그는 『스트리트 H』 전시를 보러 온 이들에게 팩토리의 구석구석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직접 들여왔다는 아다나(ADANA) 같은 레터프레스기들부터, 레터프레스 작업 시 알아두어야 할 ‘조판면’ 개념, 레터프레스에 사용되는 각종 도구들에 이르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을 관람객들과 공유하며 도슨트를 자처했다. 

    현장에서 그는 “인쇄와 출력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출력(output)은 말 그대로 입력(input)에 조응하는 것이며, 입출력 과정에 필요한 기본 설정(setting)과 체계(system)는 모두 디지털화되어 있다. 이를 생각해볼 때, 인쇄는 보다 ‘원형’에 가까운 어떤 것이라는 바가 장성환의 요다. 손으로 활자(글자)를 만지는, 손끝 또는 온몸을 써서 힘과 조절을 가해야 하는, 이 같은 작업 방식으로부터 근원한 디자인 원리를 머리보다 먼저 손과 전신으로 체득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자의 배태가 본래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실체적으로 인지한 뒤 타이포그래피를 이해해야 한다는 맥락으로도 들렸다. 그의 지론은 곧 팩토리에서 교육 프로그램의 형태로 구체화될 계획이다. 

    팩토리에는 또 한 사람의 전문가가 ‘공장장’으로 있다. 최병호 전 두성종이 이사다. 종이 전문가인 그는 종이 제작물(팩토리는 ‘출력물’, ‘인쇄물’보다 ‘종이 제작물’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 듯했다.)의 지질(紙質)을 검수하고, 공동 운영자인 장성환과 함께 인쇄기를 엄선해 들여오는 등의 중책을 맡고 있다. 

    팩토리가 들어선 이리카페 상수점 건물 지하는 오래전 공장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 또 다른 ‘공장’을 차린 20여 년 홍대앞 토박이는, “디지털과 전자가 아닌 기계와 손으로 작업하는 공간, 종이와 아날로그 인쇄가 만나는 공간, 생산과 교육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을 꿈꾼다. 『스트리트 H』가 기록할 또 다른 홍대앞 지도에, 과연 팩토리는 어떤 ‘존재’로서 기억되어갈까. 

    ∙ 『스트리트 H』 홈페이지 → http://street-h.com/
    ∙ 팩토리 홈페이지 → http://pactory-h.com/
    ∙ 팩토리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Pactory-155372230161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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