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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와 경계를 넘어, 스튜디오 ‘4월’ 김제형

    “학생들에게 직장생활 경험을 권하고 싶어요. 한 분야에서 5년 이상 일하면 소위 전문가가 될 수 있거든요.”


    인터뷰. 인현진 / 사진. 김태범

    발행일. 2014년 11월 20일

    한계와 경계를 넘어, 스튜디오 ‘4월’ 김제형

    4월은 다채롭다. 겨울이 끝나고 봄빛이 다사로워지는 때, 손끝을 스치는 바람결은 보드랍고 나뭇가지에 연둣빛 물이 오른다. 알에서 막 깨어나온 병아리처럼,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설렘이 탄생하는 시간이다. 스튜디오 4월(홈페이지)의 작업도 그렇다. 변화무쌍한 봄 날씨처럼 때론 화려하고, 때론 아련하다. 자신만의 색깔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는 스튜디오 4월의 대표 김제형 디자이너를 만났다.

    4월이라는 이름이 참 정감 있어요.

    감사합니다(웃음). 4월이라고 이름을 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말하자면 봄인데, 봄을 4월이라고 한 거에요. 처음엔 작업실 이름이었고요. 추운 계절이 끝나고,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꽃도 피고 설레는 때잖아요. 그런 생각이 4월이라는 이름에 담긴 것 같아요. 친근한 봄의 이미지처럼 저희 작업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봐요. 보는 분들은 화려하고 재미있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그렇게 화려하다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초반의 화려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화려함을 덜 보여주셨다고 했는데 화려함의 끝판을 보여주신다면 어떤 게 나올지 궁금하네요(웃음).

    그래픽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작업을 계속 하고 싶죠. 다양한 브랜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좀 더 화려함을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나면 저희 색깔을 더 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저희랑 잘 맞는 코스메틱이나 주류 쪽 일은 그런 점이 비치고 있는 것 같고요. 평소엔 영화나 연극을 보거나 미술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올 때가 많아요. 특히 그림은 어렸을 때부터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스튜디오 4월은 빠른 시간 안에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비결이 있으신가요?

    이제 6년 정도 됐는데 무리하게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영업이나 비딩도 안 하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저희 색깔이 필요하신 분들이 연락을 해주시는 일이 많았어요. 디자인 회사지만 아트웍을 기반으로 하니까 화려하게 보이는 점도 차별되는 지점이었던 것 같고요. 아트웍 쪽으로 하는 회사도 많지만, 저희만의 특성을 살려서 보여줬던 게 인상적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다 보니 디자인 회사인데 공간을 부탁받는 경우도 많이 생겼어요. 4월이 하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으신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어렵지 않게 풀려고 해요. 대중적으로 쉽게 접근하고 싶고요.

    대표님의 성향이 4월의 작업에도 아무래도 많이 묻어나올 것 같은데요.

    초반엔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으니까요. 졸업하고 처음 접했던 회사는 브랜드 회사였어요. CI, BI 만들면서 적성에도 맞고 좋았는데 아무래도 제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시작을 해서 그런지 그쪽에 관심이 계속 남더라고요. 꾸준히 관심을 갖고 일하는 분야도 있지만, 영역이 확대되기도 해요. 그래서 최근에는 그래픽 작업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과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일도 하게 되네요.

     CES2014 삼성 전시 그래픽 가이드라인
    학교환경개선 컬러 컨설팅 우신초등학교
    보기에 좋은 작업은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그러나 스튜디오 4월은 단순히 아름다움과 화려함만을 추구하진 않는다. 디자인의 의미와 가치를 시간의 흔적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왔기에 머리가 아닌 가슴에 남는다. 디자인은 산업사회를 기반으로 발달했지만, 일회용 접시와는 다르다. 시대와 함께 숨 쉬고 움직이는 대중예술이다. 아트웍을 기반으로 하는 4월의 작업들이 눈에 띄는 이유이기도 하다. 

    4월 만의 강점이랄까,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보통은 일러스트레이션과 편집, 그래픽이 다 따로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학교 수업 때도 비중 있게 배우는 과목인데 분리되어 있다 보니까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희 작업은 디자인에 아트웍이 잘 결합한 모습이어서 그게 특징일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외주를 주기보다 시안부터 내부에서 제안하니까 그것도 강점일 것 같아요. 많은 분이 이거 다 안에서 한 거냐 물어보시는데 네, 저희가 다 한 거 맞습니다(웃음).

    다들 일당백이시네요(웃음).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2008년에 했던 SK브로드밴드 광고에요. 텔레비전 CF는 처음이었는데 작업의 퀄리티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많죠. 광고대행사에서 의뢰가 와서 급하게 작업을 했던 건데 그것과 관련한 인터뷰도 생각보다 많았고, 저한테는 일종의 전환점이 되는 일이었어요. 텔레비전 광고도 하고 싶었던 시기였는데 첫 번째 광고가 매체에 많이 노출되는 큰 광고여서 화려한 스타일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일이기도 했고요. 물론 저 혼자 한 작업은 아니지만, 일면에선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갔던 작업인 것 같네요.

    최근에 했던 작업 중에서 어떤 게 마음에 남으세요?

    우신 초등학교 작업이에요. 서울시에서 학교환경개선 컬러컨설팅 의뢰를 받아서 시작했는데 설득의 과정이 너무 길었고 많은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애들이 지금 무척 좋아 한다고 들어서 저도 기쁩니다. 학교 주변 환경도 어렵고, 학교에서 가슴 아픈 사건도 있어서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은 상태였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 연결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관계자도 너무 많고 협의하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되네요.

    단순히 화려하거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넘어서서 비전이 투영된 가치와 의미를 찾는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디자인에 대한 4월의 생각은 어떤 건가요?

    처음 4월을 만들 때부터 제가 슬로건처럼 갖고 있던 생각이 있어요. 디자인에 대한 해석을 개인적으로 해본 건데 ‘디자인이란 그 시대 대중을 위한 예술의 실현이다.’라고 보거든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요. 현대는 예술과 디자인이 섞이는 시대잖아요. 말하자면 예술은 재해석될 수 있고 디자인은 지금 시대의 예술이지요. 다만 갤러리 벽에 걸려 있는 작품들과 디자인이 다른 점은 예술을 ‘실현’한다는 거죠. 대중 매체에 녹아 있는, 일상적인 예술을 추구하는 동시에, 요즘 시대의 예술의 실현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파인아트를 하시는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저는 디자인과 예술을 따로 보지 않아요.

    삼성 갤럭시 노트3 소치 올림픽 에디션
    GS E&C 종로 아트펜스
    검은 새가 흰 새가 되는 에셔(Escher)의 그림처럼, 파란 낮의 하늘 아래 불 켜진 밤의 집이 있는 마그리트(Magritte)의 그림처럼, 4월의 작업은 친근한 소재이면서도 낯설고 동시에 실험적이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고 끝없이 경계를 넘어서는 디자인 스튜디오 4월. 앞으로도 그래픽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공간, 패션 등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뻗어 가기를 기대해본다. 

    예술에 대한 애호가 특별하신 것 같아요.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것 같기도 하고요.

    주제를 잡고 콘셉트를 잡을 때마다 생각하는 게 새로운 건 없는 것 같아요. 이미 누군가에게서 다 나온 거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과거의 흔적들을 많이 찾아봐요. 옛날 영화나, 아르누보 시절의 이름 모를 공방들이 남겼던 작업들을 통해서 느낌을 재해석하려고 하죠. 저희 작업들이 생각보다 새로운 아트의 느낌보다 과거의 느낌을 살려서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많이 나요.

    초현실적인 것을 좋아하시나 봐요. 현실에 기반을 둔 판타지를 보여주는 느낌도 나고요.

    좋아해요(웃음). 무섭진 않지만 평범하진 않은 것을 좋아해요. 친근하면서도 낯선 느낌으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이 가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래도 작업을 하고 나면 아쉬움이 늘 남죠. 2년에 한 번 워크북을 만들고 있어요. 되도록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하고, 2년 근무하면 한 달 유급휴가에 유럽여행을 가게끔 안식 월 제도도 두고 있고. 리프레시를 하려면 확실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

    좀 더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으세요?

    아주 단순한, 기본적인 제품부터 해보고 싶긴 해요. 4월에서 몇 가지 아이템 정도는 만들고 싶어요. 아직 디자인 콘텐츠나 캐릭터가 없는 게 아쉬워요. 그것에 대한 갈증도 크고요. 그리고 공간이나 패션도 계속 도전하고 있고. 개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프로젝트에 대한 결과물보다는 순수 창작물로 전시회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죠.

    스튜디오 창업을 하고 싶은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만약 학생들이라면 직장생활 경험을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한 분야에서 5년 이상 일을 하다 보면 소위 말하는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자신만의 무기를 확실하게 잡고 나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스튜디오가 많이 생기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봐요. 훌륭하게 잘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고요. 한 작업으로 이름을 날리려고 하기보다 넓게 보면서 큰 흐름을 타고 전체적으로 좋은 작업을 꾸준히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2011 서울디자인페스티벌 – 디자이너스 랩 X 김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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