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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철의 저작권 일상 #1 음악 틀며 걸어도 저작권 위반일까?

    법학박사 하동철과 함께 알아보는 우리 일상 속 저작권 ― 음악 저작권법 바로 알기


    글. 하동철

    발행일. 2019년 12월 27일

    하동철의 저작권 일상 #1 음악 틀며 걸어도 저작권 위반일까?

    정부는 이달 초 인터넷 사이트 ‘공유마당’을 통해 ‘징글벨’, ‘오 거룩한 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14개의 캐럴 음원을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공개된 음원은 저작권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 공짜 음원이다. 사이트에 올라온 음원만이 무료이므로 같은 곡이라도 다른 음원이라면 소규모 매장이 아닌 한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12월이 되면 주변 사람들은 어느 해 전부터인가 거리에서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필자가 저작권을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인은 “저작권 때문에 캐럴을 못 듣는 것이죠?”라고 단정해서 묻는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12월 초순부터 거리 곳곳에서는 캐럴이 울리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거리에 물씬 풍겼다. 전등으로 장식된 사슴 조형물의 일루미네이션을 보며 팔짱 끼고 걷는 연인들의 모습은 낭만과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무렵,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가 이름 모를 서점에 들어가 아름답게 전시된 빨간 카드를 고르며 누구에게 보낼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지 크리스마스 캐럴을 트는 매장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이유로 12월이 되어도 캐럴이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크리스마스 용품을 파는 곳이 줄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지만, 음악 저작권도 한몫을 한다.

    “내 휴대전화에 있는 음악을 틀 때도 돈을 내야 하나요?”

    며칠 전, 그러니까 크리스마스를 맞기 전 필자는 점심을 먹고 식당 옆에 있는 작은 커피숍에 들렀다. 문을 열자마자 캐럴이 흘러나와 귀를 감쌌다. 크리스마스 느낌이 커피숍을 살려주고 있었다. 안을 둘러보니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주인이 ‘멜론’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로 음악을 트는지, 아니면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악을 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음악을 트는 데도 돈을 내야 한다” 말하면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내 휴대전화에 있는 음악을 틀 때도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좀 더 설명을 해줘야 한다. “음악을 공개된 장소에서 틀어줄 때 그렇습니다” 대답하면,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그럴 수는 있겠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인다.

    음악을 창작하면 작곡자나 작사가인 아티스트는 저작권을 갖게 되는데, 그중에서 음악을 재생할 권리가 ‘공연권’이다. 여기서 ‘공연’은 ‘공개 연주’, ‘공개 실연’, ‘공개 재생’을 말한다. 공개에 반대되는 말은 ‘사적(개인적)’인 이용이다. 내가 유료로 가입한 음악 서비스 사이트에 접속하여 음악 틀고 거리를 걷더라도 그것은 개인적인 감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공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휴대전화에 별도 스피커를 연결하여 매장에서 음악을 틀어줄 때는 개인 감상이 아니라 매장을 방문한 사람에게 들려주는 ‘공개 재생(공연)’이 된다.

    저작권법은 기본적으로 공개적 이용만을 규율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내가 멜론에서 산 음원을 이메일로 친구에게 보내주는 것은 사적인 이용에 해당하기에 저작권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내가 구매한 음원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를 하면 사적인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소셜미디어(SNS)는 불특정 다수가 접속할 수 있기에 공개된 장소와 같이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공개된 블로그나 웹사이트도 공개된 공간에 해당한다.

    가끔은 “개인 블로그에 음악을 올렸는데요, 아무도 조회하지 않거나 조회수가 몇 회에 불과한데 괜찮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공개된 장소이면 조회수가 몇 번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가 언제든지 방문해 들을 수 있게 놓아두었다는 자체만으로 공개 이용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소규모 매장에서 트는 음악은 저작권 위반 아니다’라는 헌재 판결

    매장에서 음악을 왜 틀어주는 걸까? 노래를 영업의 주된 수단으로 하는 노래방, 가라오케, 나이트클럽이라면 물어볼 필요가 없겠지만 스키장, 카페, 헬스장과 같은 곳에도 틀어주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적으로 음악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서 매출에 기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음악은 영업장의 분위기를 좋게 해 고객을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 커피숍 매장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는 스타벅스에 가면 뉴욕의 도심을 느끼게 하는 60년대 재즈음악이 흐른다. 적막감이 흐르는 것보다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대형마트에 가면 신나는 음악이 나와 쇼핑하는 시간 동안 흥이 나기도 한다. 영업주 입장에서는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뭐든지 시도 할 것 같다. 매출에 도움도 되지 않는데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서 음악을 틀 이유가 없지 않을까? 얼마 전 ‘소규모 매장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틀 수 있도록 한 저작권법 규정은 저작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헌법재판소 결정을 소개하는 기사가 여러 언론사에서 소개됐다.

    소규모 매장에서 상업용 음반을 틀어도 그 저작권자에게 사용료를 내지 않도록 규정한 저작권법 관련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저작권법 29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5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공중이 저작물의 이용을 통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일정한 요건 아래 누구든지 상업용 음반 등을 재생, 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상업용 음반 등에 대한 공중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입법 목적의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인용 출처: 「헌재 “소규모 매장서 트는 음악, 저작권 침해 아냐”」, 동아일보, 2019. 12. 6.

    위 기사를 읽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왜냐하면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너무 이해하기 어렵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규모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법원 판결이 났으니 소규모 매장에서는 음악을 공짜로 틀 수 있다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음악을 공개적으로 틀 때에는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저작권법은 음악 재생을 이유로 반대급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음악 저작권이 제한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이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다. 음악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음악이 공개 재생되더라도 대가 관계가 없다면 공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 시행령은 호텔, 대형마트, 유원지 등의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저작권료를 내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저작물을 이용하면 사용료를 내야 하고 일부 예외적인 경우만 면제된다는 저작권법의 원칙과 정반대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음악저작권 단체가 제29조 제2항은 음악 저작권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매장에서 공짜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이 규정은 살아남았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공개 장소에서의 음악 재생에 너그러운 이유

    학자들은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이 음악 저작권자의 권리를 너무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와 같이 공개 재생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가는 극소수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에는 우리와 같은 규정이 없다.

    우리 저작권법이 음악 재생을 너그럽게 허용하는 이유는 뭘까? 단적으로 말하면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우리 저작권법을 개정할 때 일본 저작권법의 원문과 형식을 참고하였는데, 당시에 일본 저작권법은 소비자가 산 CD는 공개 장소에 틀 때에 공연 저작권료를 면제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다. 1999년에 와서야 공연 저작권료 지급을 면제하던 규정이 폐지되었다. 일본 저작권 단체는 일정 기간 계도기간을 거치다가 2002년부터 영리 목적으로 배경음악을 이용하는 매장에 사용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우리와 차이가 있는 점은 영업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매장에 대해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는 일본 음악저작권단체가 공연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매장에 대해 법적조치(민사조정)를 취하기 시작했고, 2017년 7월에는 훗카이도에 있는 이발소와 카가와현에 있는 음식점을 상대로 저작물 사용금지 및 손해배상(30만원~70만원)을 청구하는 소를 법 개정 후 처음으로 제기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작년에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를 개정해서 커피전문점, 생맥주 전문점 등의 일부 업종에서 50㎡ 이상의 규모에 대해서는 음악 저작권료를 납부하도록 하였다. 이것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연 저작권료 대상을 확대하는 시행령을 고치는 데도 몇 년이 걸렸다. 매장 업주들은 공연 저작권료 징수를 반대했고 음악 저작권단체는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법 개정을 요구했다.

    2018년 8월 23일부터 새롭게 저작권료 납부 대상에 포함된 업종은 커피전문점, 생맥주전문점, 체력단련장 등이다. 저작권료는 음료점업 및 주점의 경우 월 4,000원~20,000원, 체력단련장은 월 11,400원~59,600 원 수준이다. 그래도 여전히 일반음식점, 의류 및 화장품 판매점, 전통시장 등은 ‘저작권법’ 시행령 제11조에서 정하고 있는 저작권료 납부 대상이 아니므로, 캐럴을 포함한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틀 수 있다. 물론 정당하게 구입하거나 유료로 가입한 음원이어야 한다.

    저작권료, 노래 틀 때는 내고 부를 때는 안 내도 된다?

    음악 재생할 때 저작권료를 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 하면 음악을 노래하거나 연주하면 비영리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공연 사용료를 낸다. 매장의 종류나 규모에 관계가 없다. 요즘에도 음악 카페가 성행하는지 모르겠지만, 음악 카페에서 음악을 부르고 연주할 때에는 공연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물론 영업주가 대부분 낼 것이다). 음악 부를 때는 내야 하고 음악을 틀 때는 원칙적으로 내지 않는 법체계가 일관되지 못한 측면은 있다.

    내가 음악을 구입했으니까(디지털 음원이든 CD든 상관없다), 재생할 권리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음반회사가 음원을 소비자에게 파는 것은 개인적 이용을 전제로 한다. 콘텐츠를 사서 원래의 목적과 다른 형태로 이용하는 것을 2차 이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음원을 사서 사적인 범위 내에서 이용하면 1차 이용이고, 그 범위를 넘어서 공중을 상대로 이용을 하면 2차 이용인 셈이다.

    2차 이용의 사례는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흔하게 일어난다. 방송사가 CD를 구매하여 방송 프로그램에 입혀 방송을 할 때에도 저작권료를 별도로 지급한다. 영상물도 마찬가지다. 웹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영화를 구매하여 그 영화를 공개 장소에서 틀어 준다고 하면 개인적으로 감상할 때까지는 대가를 지급했지만, 공개 재생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저작권법 중 특히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음악공연권 규정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수십 년 전 CD나 테이프를 팔던 레코드 가게가 성행하던 시절엔 가게 앞에 둔 스피커를 통해 하루 종일 캐럴이 울렸었다. 디지털 플랫폼으로 음원이 유통되고 나서는 이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저작권법 규정을 떠나 음악을 틀어주는 매장 자체도 많이 사라지기도 했다.

    ‘앞으로도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을 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었더라도 일부 규모를 넘는 업종만 공연 저작권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캐럴을 자유롭게 틀 수 있다는 사실에는 큰 변화가 없다. 현행법상 일반음식점, 의류 및 화장품 판매점, 전통시장은 매장 규모에 관계없이 음악재생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럴의 분위기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커피전문점는 50㎡ 이하라면 공짜로 틀 수 있을 것이고 그 이상을 넘는 매장만 저작권료를 내고 틀어야 한다.

    아무래도 돈을 내라고 하면 음악을 틀지 않는 매장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한 달에 몇 만 원 정도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장에서 내는 저작권료가 아티스트의 생계를 돕고 좋은 음악 창작에 토대가 된다면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현재 KBS 공영미디어 연구소 연구원(법학박사)이자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등에서 강의 활동을 하였다. 동 대학원에서 「공연권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음악 저작권』 등 저작권과 관련한 다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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