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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입레코드[Type Record] #9 딜라일라

    〈Top Tune Show〉 시리즈는 1960년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국내 음악 팬들을 겨냥한 팝 히트곡 모음집이라고 한다. 제작사는 신진레코드, Vol. 37은 1968년 발매됐다.


    글. 이학수

    발행일. 2020년 04월 16일

    타입레코드[Type Record] #9 딜라일라

    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레코드 가게에서 낡은 앨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커버 앞면에 큼직하게 적힌 ‘딜라일라’와 ‘헤이 쥬디’라는 한글 레터링이 눈에 띄었다. 톰 존스의 ‘딜라일라(Delilah)’, 비틀즈의 ‘헤이 주드(Hey Jude)’ 같은 유명 외국곡들이 담긴 앨범이었다. 

    앨범명이 〈Top Tune Show Vol. 37〉이다. 레코드 가게 사장님에게 조언을 구했다. 〈Top Tune Show〉 시리즈는 1960년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국내 음악 팬들을 겨냥한 팝 히트곡 모음집이라고 한다. 제작사는 신진레코드, Vol. 37은 1968년 발매됐다. 이 앨범에선 톰 존스의 ‘딜라일라’가 아닌 조영남이 부른 번안곡이 담겨 있다. 1절은 영어, 2절은 우리말 가사인 점이 특징이다.

    2번 트랙에 실린 ‘헤이 쥬디’는 우리가 잘 아는, ‘헤이 주드! 돈 메이킷 배드~’로 시작되는 폴 매카트니가 작곡한 그 곡이 맞다. 당시 우리나라에선 이 곡이 ‘헤이 쥬디’로 불렸나보다. ‘딜라일라’와 ‘헤이 쥬디’ 외에도 여러 팝 히트곡들이 수록돼 있는데, 커버 뒷면 트랙 리스트에 영어 곡명과 우리말 번역 곡명이 함께 표기돼 있다. 꽤나 신선했고, 음악 팬들을 위한 배려로 느껴졌다. 요즘엔 보기 드문 모습이다. 1960년대보다 영어 교육 수준이 높아져서 이제 이런 친절함(?)은 사라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딜라일라’ 레터링을 보자. 붓으로 쓴 듯 강약이 느껴지는 굵기 대비와 날카로운 질감이 인상적이다. 그녀(딜라일라)를 향한 뾰족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녹아 있는 모습이랄까? 특히 ‘ㄹ’의 끝맺음 부분이 모두 다음 글자와 이어지기 전에 끊어져 있는데, 그녀와 단절된 남자의 마음을 글자의 분절로 표현한 듯하다. 곡명은 이국적인데, 레터링은 붓글씨인 점도 독특하다. 동양적 이미지를 심어 원곡이 아닌 번안곡임을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추측도 해본다.

    ‘헤이 쥬디’ 레터링은 세로쓰기로 돼 있다. 모든 획의 단면이 날카로운데도 전체적으로 부드러워 보인다. 모음 세로획이 휘어 있는 덕분이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의 공존이 어색하지 않고 리듬감을 형성한다. 마치 파도를 타는 듯한 이미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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