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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입레코드[Type Record] #6 송골매

    1980년대 초 우리나라 가요계엔 하늘을 나는 하드록 밴드가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송골매’다. 송골매의 전신은 배철수가 중심이었던 ‘활주로’다.


    글. 이학수

    발행일. 2020년 03월 04일

    타입레코드[Type Record] #6 송골매

    Type Record _ intro

    버튼 하나만 누르면(터치하면) 듣고 싶은 음악을 장소와 상관없이 들을 수 있는 시대. 음악은 친구 못지않은 정신적 건강과 위로를 가져다주는 좋은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더욱이 뉴트로(new-tro) 열풍을 통해 바이닐(LP), 턴테이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아날로그 감성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이템들이 20~30대층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바이닐 앨범들을 보면 레트로한 분위기의 타입, 레터링, 디자인 덕에 더 눈이 가고,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긴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명반―레코드판들. 그리고 그 타입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한 장 한 장, 한 자 한 자 모아보려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는 말했다. 자신의 책을 ‘독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 듣듯이’ 읽어달라고. 『타이포그래피 서울』 독자들께도 청한다. 우리가 기록해 나갈 이 타입들을 ‘청음’하듯 감상해보시라고.

    1980년대 초 우리나라 가요계엔 하늘을 나는 하드록 밴드가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송골매’다. 송골매의 전신은 배철수가 중심이었던 ‘활주로’다. 활주로는 한국항공대학교 전속 밴드였기에, 멤버들은 송골매라는 새 이름으로 1979년 데뷔했다.

    송골매 1집은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1집 멤버였던 지덕엽이 입대한 뒤, 송골매는 한 차례 재편을 거쳤다. 홍익대학교 밴드 ‘블랙테트라’(1975년 결성된 이래 2020년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 오고 있다) 출신 구창모(보컬)를 비롯해 김정선(기타)과 오승동(드럼)을 영입하여 6인조 밴드로 거듭난 것이다.

    그리하여 1982년 세상에 나온 앨범이 송골매 2집이다. 이 음반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오를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활주로의 하드록, 블랙테트라의 감성적 팝 스타일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지금껏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2집 수록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단연, 지금까지도 송골매를 기억하게 해주는 곡이다. 김정선의 기타 솔로 도입부는 너무나 강렬한데, 국내 음악 중 역대급 도입부로 손꼽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펑크를 기반으로 한 디스코 록이다. 약 40년 전 대중음악 지형을 생각해볼 때, 펑크와 디스코 록 장르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생소한 음악이 ‘빅히트’를 기록했으니, 우리 음악사에 기록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가요톱10’ 5주 연속 1위, 연말 가요 시상식 4년 연속 수상, 그리고 송골매 멤버들이 주연한 청춘 영화가 무려 두 편이나 제작되기까지! 실로 당시 송골매는 하늘을 훨훨 날았던 것이다.

    1983년 발매된 3집 또한 ‘빗물’, ‘아가에게’, ‘한 줄기 빛’ 등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82년 2집에 83년 3집까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송골매는 전성기를 굳혀 나갔다. 1집과 비교하면 배철수만의 하드록 느낌이 다소 절제된 감이 없지 않지만, 구창모와 배철수의 시너지 효과로 송골매의 음악 폭이 보다 확장되지 않았나 싶다.

    4집을 끝으로 구창모가 탈퇴한 뒤, 5집부터는 배철수가 보컬을 담당했다. 구창모가 빠진 송골매가 과연 가능할까, 라는 의문을 당시 많은 팬들이 품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론 기우였다. 5집은 초창기 송골매만의 거친 느낌을 가감 없이 폭발시키며 또 한 번 팬들을 만족시켜줬다. 그 대표곡이 ‘하늘나라 우리 님’이라 할 수 있겠다.

    송골매 앨범들 중에서도 2집, 3집, 5집의 레터링은 독보적이라 생각한다. 2집의 경우, 의도적으로 글자들을 밀접하게 붙여놓은 듯하다. 맹금류의 매끈한 부리를 연상시키는 ㅅ 형태를 보시라! 어디 그뿐인가. ‘매’에 나타난 세리프는 마치 매의 발톱처럼 보인다. 송, 골, 매, 세 글자는 오로지 라인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가시성이 높은 주황색을 사용하여 오묘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3집에 이르러 송골매의 레터링은 날개를 달았다. 중앙에 배치된 밴드명 양옆으로 날개가 펼쳐진 형상이다. 밴드 송골매의 비상을 표현한 듯하다. 2집 레터링보다 좀 더 단단해진 고딕 계열 레터링인데, ㅅ과 ㅁ의 획이 떨어진 부분이나 ㄱ의 세로획 형태와 ㅐ의 중간 획 형태가 유사성을 보인다. 당시 작업자가 시각 통일성을 부여하려 했음을 짐작하게 되는 대목이다.

    송골매의 ‘날개’는 5집에서도 이어진다. 이번엔 좀 더 강렬한 날갯짓을 보여준다. ㅅ은 번개처럼 날카롭고 날렵하며, ㅇ은 타이어의 형상이다. ㄱ은 새의 부리를 표현한 듯 보이는데, ‘매’의 ㅐ로부터 돋아난 날개와 더불어 거대한 맹금류의 몸체를 완성한다. 이 모든 표현들을 하나로 합쳐놓고 보면, 거침없이 질주하는 스포츠카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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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thanks to 음반 사진을 제공해준 레코드숍 ‘곽엘피’(경기 파주 지목로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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