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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준의 서(書) #1 캘리그래피는 무엇인가?

    서예가 오민준의 캘리그래피 시론 ― 무엇이 ‘캘리그래피’로 불릴 수 있는가


    글. 오민준

    발행일. 2012년 10월 16일

    오민준의 서(書) #1 캘리그래피는 무엇인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캘리그래피는 대세이다. 주위에서 캘리그래피, 캘리, 손글씨 하는데 캘리그래피란 무엇인지, 캘리그라피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지식이 여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감성적 정서와 사고가 부각되고 핸드메이드를 선호하는 현시대에 캘리그래피는 새로운 디자인장르의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으며, 그 활용범위는 광대하다. 기업의 이미지 로고(CI), 개별브랜드 상품의 로고(BI), 제품의 포장지(package), 방송프로그램과 공연, 영화, 축제 타이틀, 책의 제목(book design), 간판(sign) 등 폭넓은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캘리그래피 전시, 캘리그래피 관련 상품 등 한글문화의 전도사 역할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방대하다.

    캘리그래피는 캘리그래피, 손글씨, 손멋글씨, 멋짓글씨, 솜씨체, 서예, 붓글씨 등으로 불려지며, 2004년 국립국어원은 신어 중의 하나로 캘리그래피를 선정하였다. 캘리그래피의 용어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에서 각각 명명하여 불려지고 있으나 디자인과 소통이 쉬운 영문표기 그대로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개성적인 글씨, 아름다운 글씨를 뜻하는 캘리그래피는 획일적이며 기하학적(幾何學的)인 선의 표현이 아닌 디자인과 서예의 적절한 조화가 요구된다. 또한 유려(流麗)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농담, 여백의 균형미 등 순수서예가 갖는 조형미로서 사람이 쓴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씨체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육필(肉筆)의 무한한 표현을 여러 가지 도구를 통하여 디자인의 의도와 컨셉에 맞게 글자와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디자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나라 문화전반에 쓰여 지고 있는 캘리그래피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학습 그리고 한글서체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무분별한 캘리그래피를 방지할 수 있으며 질 높은 캘리그래피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캘리그라피의 어원과 기원

    캘리그래피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아름답다(kallos)’와 ‘필적(graphy)’의 합성어로 ‘글이 가지고 있는 뜻에 맞게 아름답게 쓰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아름다운 필적(筆跡)1), 달필(達筆), 능서(能書)를 의미하며, 특히 꽃 장식으로 쓴 글씨를 말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한자문화권에서는 서예2)를 말하며,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붓에 의한 예술적 가치가 높은 서(書)를 가리킨다.

    캘리그래피의 발생지는 한자문화권, 서양문화권, 아라비아문화권으로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진다. 각 발생지의 문화권은 독특한 필기도구와 방식으로 발전하였으며, 문자를 활용한 근본적인 목적은 같지만 그 형태는 각각 상이(相異)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글을 쓰는 방식3)과 사용되는 도구, 그것을 담아내는 미의식과 표현유형이 다르게 나타나며 캘리그래피에 대한 문화적, 종교적, 정치적 문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1) 필적(筆跡)
    아름다움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인위적인 서체가 아닌 육필(肉筆)을 말하며 사람이 쓴 글씨를 뜻한다. 서양문화권은 평필이나 갈대 펜으로 쓴 글씨를 말하며 동양문화권은 원형의 탄력을 가진 모필로 쓴 글씨를 말한다.

    2) 서예
    서양의 캘리그라피의 역사에 비해 동아시아,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한자문화권에서는 몇 천이나 앞선 서예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각기 다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서예, 중국은 서법, 일본은 서도라고 일컫어지고 있지만 그 원류는 모두 서(書)에서 출발하여 각 나라의 문화와 특징에 맞게 명명되어졌다. 하지만 그 근본정신은 법(法), 도(道), 예(藝)와 통하는 자연관을 기조로 한 것이다.

    3) 글을 쓰는 방식
    각 문화권의 문장 표기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한자문화권의 한자표기는 위에서 아래로 세로로 문자를 표기하고, 서양문화권의 알파벳 표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로표기를 하며, 아라비아 문화권의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로로 문자를 표기한다.

    중국 캘리그라피 (왼쪽부터) 갑골문, 모공정, 찬보자비, 왕희지 난정서, 왕탁초서
    서양 캘리그라피 (왼쪽부터) 8세기말 캘롤라인 미누스쿨체 필사본 (성서의 한 부분)
    1400년경 고딕 대문자 필사본 (고딕 알파벳 표본) 3세기 고딕체의 전형 (고딕 스크립트) 서양의 펜에 의한 캘리그라피
    아라비아 캘리그라피 – 1304년경 이집트에서 쓰여진 작품(코란의 한 부분)
    한국 캘리그라피(서예) (왼쪽 위부터) 광개토대왕비, 무녕왕릉지석, 단양적성비, 용비어천가, 조웅전, 낙성비룡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발달과정에서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중세시대 수많은 수도원에서 필경사들이 제작한 아름다운 책의 다수가 성서의 필사본이었고, 기하학적으로 조화된 아름다운 직선과 곡선,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운율을 지닌 아랍문자 역시 이슬람교의 코란의 전파와 번역에 그 발전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서예도 처음엔 불경의 전파와 역사기록에 주로 사용되었다.

    <표> 문화권에 따른 표현방식

    인쇄술의 발달과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제 각 캘리그래피의 문화권은 ‘서기’라는 대필자의 개념에서 벗어나 읽기 위한 글자가 아닌 보고 감상하는 글자로 변화되고 있으며, 옛 것에의 답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작적 실험을 통해 순수예술로 승화되고 있다.

    캘리그라피의 표현요소와 특징

    문자는 형태와 의미로 구성된다. 형태는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에 의해 정해지며 그 약속이 지켜져야 문자로서 통용될 수 있다. 글씨 또한 그러한 약속에 따라 표현되어야 한다. 캘리그래피는 문자를 매개로 표현되는 분야이다. 문자를 구성하는 글꼴에 대한 이해와 캘리그래피가 갖고 있는 표현요소, 특징들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성질을 숙지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곧 나만의 개성적이고 감성적인 글씨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캘리그라피의 표현요소

    형태(形, shape)
    문자의 서체적 기반을 토대로 다양한 문자조형을 연출한다. 일반적으로 대상의 재현적 표현을 벗어나 자유롭게 비구상적인 형상을 창조하는 추상형태이며 일정한 틀이나 규칙을 가지고 있지 않고 쓰는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에 의해 표현된다.

    레이아웃(layout)
    디자인, 광고, 편집에서 문자, 그림, 기호, 사진 등의 각 구성요소를 제한된 공간 안에 효과적으로 아름답게 배치하는 것이다. 각 구성요소의 독자적인 역할과 동시에 전체가 통일되고 목적에 알맞은 시각적인 효과를 고려해야 하며 새로운 공간이 형성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구성력과 조합능력이 요구된다.

    색상(color)
    색은 우리의 정서, 사상, 심리적 상태와 행동 그리고 건강까지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시각언어이자 우리의 감성적 감각을 자극하는 감각언어이다. 색상의 암시적인 힘은 메시지의 전달에 심대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잘못 응용된 경우는 색상의 미묘한 차이로 처음 의도한 것에서 빗나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선택된 각각의 색깔들은 모두 디자인에 적합되어야 한다.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로고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북타이틀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광고, 공연, 전시포스터

    캘리그래피의 특징

    가독성
    단어의 의미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서체의 선택과 자간ㆍ행간의 공간(여백) 조절을 통하여 내용이 쉽게 이해되고 잘 읽혀져야 한다. 또한 디자인과의 조합에 따른 글씨의 크기와 색깔 선택으로 글자의 형태가 쉽게 판독되어야 한다. 일반화된 서체로 표현하기 난해한 내용을 쉽게 읽히게 하고,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어야 한다.

    상징성
    상징성은 추상적인 사물이나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성질을 말한다. 캘리그래피의 사용은 브랜드를 기억을 하는데 있어 큰 영향을 미치며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을 둔 독창적 표현으로 시선을 잡을 수 있다. 기존 폰트에서 없는 독특함과 주목성을 창출하여 자연스럽게 연상되고 상징될 수 있는 독특한 시각적 조형성을 지닌 특징이 있다.

    주목성
    캘리그래피의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어떤 요소를 강조하거나 돋보이게 할 수 있다. 모필이 갖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필선의 강약과 다양한 선의 변화 그리고 농담표현은 자형의 변화와 주목성을 갖기에 충분하며 묘사적인 형태나 폰트와 달리 시선을 빨리 집중시킬 수 있다.

    즉흥성과 일회성
    캘리그래피는 도구의 사용과 표현방법에 의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 번 그은 선을 비슷하게 그을 수는 있지만 똑같이 긋지는 않으며, 단 한 번의 움직임이 다양한 실험적 방법으로 표현되는 일회성과 즉흥성을 띠게 된다. 캘리그래퍼가 디자인적 컨셉에 의해 표현하고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내포하여 일회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으로 만들어 개성을 연출한다.

    조형성과 추상성
    ‘선’(線)과 ‘획’(劃)에 의한 표현은 조형적인 형태와 추상성을 띠며 그 조형적 형태의 표현은 미적감정(美的感情)을 불러일으키며 형태감정(形態感情) 또는 공간미적감(空間美的感)을 가진다. ‘선’의 의한 표현은 리듬감과 여러 가지 감정표현이 용이하며 조형성과 추상성을 수반한다. 캘리그래피는 조형적으로 의미전달이라는 수단과 더불어 유연(柔軟)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농담표현, 여백의 균형미 등 추상성을 지닌다.

    적합성
    한글, 한자, 알파벳, 숫자 등 모든 문자의 활용이 가능하며, 주변에 자연스럽고 친근감을 주는 캘리그래피는 표현의 영역이 자유롭다. 다양한 도구 그 중에서도 붓은 다른 어떤 도구보다도 표현이 감성적이고 인간적이며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 현대 그래픽디자인에서 캘리그래피의 표현은 하나의 조형요소로서 우리의 정서와 미감에 적합하며 미적가치에 그 효용성이 있다.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드라마, 영화, 음반 타이틀
    캘리그래피를 사용한 패키지(면류) 타이틀

    한국 캘리그라피의 문제점과 전망

    문제점

    무분별한 손글씨의 남용
    최근 조형성이나 디자인 컨셉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캘리그래피가 단순히 손글씨라는 명목 아래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 단순히 붓으로 또는 손으로 쓴 것이라 하여 캘리그래피가 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은 또 하나의 글씨에 불과하다. 전통서예에 대한 이해부족은 캘리그래피의 특징인 상징성, 조형성, 예술성 등의 가치를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있다. 캘리그래피적 표현은 상징성과 조형미의 구성요소를 고려하여 견고함을 완화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디자인에 대한 이해 부족
    다양한 색채사용과 캘리그래피적 표현의 다양한 선과 표현도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기계적인 폰트와의 차별화, 서예적 감수성과 디자인의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조화가 필요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문자의 기능을 뛰어넘어 소비자와의 다정다감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문자표현과 개성적 표현의 필요성
    문자 하나하나가 지니고 있는 표정과 목소리를 조절하고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디지털과 조합하여 다양한 캘리그래피적 서체의 개발이 필요하며 시대적인 문화의 조형성과 유행을 내포하고 예술적인 새로운 캘리그래피적 표현을 통하여 새로운 디자인영역으로 부각시켜야 한다. 캘리그래피의 표현은 작가의 역량과 도구와 재료에 따라 글자의 멋스러움과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낼 수 있다.

    한글문자표현
     캘리그래피로 표현한 한자
     일본의 예술적 캘리그래피

    전망

    세계화, 정보화 시대가 되어버린 현재의 시장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하나의 트렌드가 소비자의 생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유행이 되어가는 단일화된 소비문화는 하나의 문화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대와 문화가 바뀌고 디지털 환경이 발달되면서 오늘날 디지털시대의 캘리그래피는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디자인에 있어서 글자는 ‘문자’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마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표정을 지닌 비쥬얼적인 요소를 지닌 캘리그레피는 시각적인 표현을 가능케 한다. 문자의 기능은 단순히 ‘읽히는 것’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기록하고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보편화되었다. 이런 문자의 기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캘리그래피이다. 캘리그래피의 표현은 작가의 역량과 도구와 재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상징을 표현함에 있어 매우 강력한 디자인적 소재이자 도구가 되고 있다. 오늘날 디자인 환경은 어떤 절대적 기준이 없는 다양성의 시대이며 그 다양함에는 디자인도 세분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최근 디지털과 조합을 이루며 다양한 캘리그래피적 서체의 개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그 특성을 함축하고 시대적인 문화의 조형성과 유행을 생성시켜 새로운 예술적 캘리그래피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히 ‘읽히는 것’과 ‘보는 것’이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인 수단으로 보편화된 현대디자인에서 현재와 과거가 함께 공존하는 디지로그적인 독특하고 독창적인 캘리그래피 디자인장르를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는 사회 추세에 맞는 유형과 형태를 지닌 독특한 캘리그래피 디자인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하다. 캘리그래피는 더 이상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보조수단이 아니며 새로운 디자인영역이다. 한글을 비롯한 문자의 구조와 자형, 그리고 다양한 도구 활용과 캘리그래피의 특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그 활용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겠다.

    * 이미지 출처
    서울시, 문화체육관광부, 전주시, 제주시, 전북비엔날레,
    지혜정원, 걷는나무, 열림원, 실천문학사, 나남,
    KBS, MBC, SBS, 네이버영화
    농심, 팔도, 풀무원, 네이버캐스트

    오민준
    현재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서 대학정통서예를 공부한 후 신고전주의 캘리그라피/서예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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