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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딩동’ 장이현

    “독립 초기엔 ‘잘만 하면 월급보다 낫겠다’ 싶었는데 통장에 찍힌 돈을 보면서 쉽지 않구나 깨달았죠.”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5년 01월 09일

    스튜디오 ‘딩동’ 장이현

    그 사람이 내 운명의 상대인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키스를 하면 머릿속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고 한다.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가슴속에서 딩동! 소리가 난다. 캐러멜 지우개, 티켓 잇 메모지, 카세트 북마크 등 선보이는 제품마다 딩동, 딩동, 딩동! 스튜디오 ‘딩동’ 장이현 대표를 만났다.

    2014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셨죠?

    2013년에도 신예 디자이너로 참여했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제품들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신제품 제작에 차질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기존 제품 위주로 전시하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도 저희 제품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이 많아서 반응은 좋았던 것 같아요. 아날로그를 모티브로 한 제품들이어서 향수를 느끼신다고 하는데 제게도 90년대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거든요. 디자인할 때는 제가 좋아했던 물건들을 기억하기도 하고 사진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디자인부터 제작 유통까지 모두 하다 보니 정신이 좀 없긴 해요(웃음). 온전히 디자인만 할 시간이 없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디자인도 어려운 일이지만 유통과 제작도 어려울 것 같아요.

    정말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제작 과정도 모르고 인쇄도 모르고. 디자인해서 갖다 주면 그냥 그렇게 그대로 나오는 줄 알았어요(웃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버린 물건도 많고 몇천만 원 손해를 보기도 했죠. 그러면서 배워나간 것 같아요. 열심히 현장에 다니면서 모르는 건 물어보고 하다 보니 조금씩 아는 분도 생기고 도움도 많이 받고요.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간 셈이죠.

    개인적으로는 캐러멜 지우개가 참 좋아요.

    캐러멜 포장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해야 해서 식구들이 수공예품 만들 듯 도와주고 있어요(웃음).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지우개가 뭐 이렇게 비싸, 이럴 수 있잖아요. 포장 과정은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점이 조금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가족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못할 일이었죠. 가족들이 처음엔 1~2년 하면 잘 될 줄 알았는데 도대체 언제 잘 되냐고(웃음). 초반엔 국내시장에 의존했는데 지금은 해외 수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요. 해외 수출은 주문 규모가 커서 덕분에 힘든 시기도 잘 넘겨왔던 것 같아요. 주로 일본이나 유럽 지역에 수출하고 있고 미국 수출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외국에서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아요. 처음 제품을 구상할 때 한국적인 정서가 강한 것보다는 외국에서도 공통으로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거든요. 생각보다 빨리 중국에서 ‘짝퉁’이 나오는 게 좀 문제이긴 한데 품질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떨어져요. 중국 문제는 저희만 그런 게 아니고 국내 디자인 제품 업체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문제예요. 마땅히 대처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서, 되도록 따라 하기 힘들 정도로 제작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려고 하는 편이에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2014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항상 성공만 한 건 아니다. 어렵게 만든 물건을 모두 다 버려야 했던 일도 있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돈보다 딩동의 제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신뢰를 더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실수는 실패가 아니다. 단지 쓰린 경험일 뿐. 그러나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성공에서 얻은 것만큼이나 많은 것을 배우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회사에 다니다가 독립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졸업 후 취직해서 웹디자인을 했는데 적성엔 맞지 않더라고요. 아이디어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여러 아이템을 생각해놓고 있다가 독립을 했죠. 처음엔 아는 게 없어도 잘만 하면 월급보다 낫겠다 싶었는데 통장에 찍힌 돈을 보면서 이게 쉽지 않구나 깨달았죠(웃음). 만들 때 천만 원 주고 만들었는데 불량이 나온 물건이 있었어요. 백 퍼센트 공장 쪽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려워서 그냥 제가 감당하기로 하고 폐지처분을 했는데 2만 원 주시더라고요. 천만 원을 2만으로 바꾼 거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는데 나중에 또 실수하게 되고.

    아이고, 안타까워라. 그럴 경우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팝콘 지우개가 있는데 제작단계부터 어려웠어요. 원래 모양이 있는 지우개는 사출하는 과정에서 열이 가해지고 딱딱해지면서 잘 안 지워져요. 저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막상 물건이 나온 후 그렇게 심할 줄은 몰랐던 거예요. 안 지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연필 자국이 까맣게 번지면서 엄청 지저분해지니까. 이걸 정말 팔아야 할지 고민을 하면서 1년 동안 갖고만 있었죠. 품질에 대한 고민을 공장과 계속 해봤는데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 버렸어요. 20만 개 정도 됐나? 정말 큰 맘 먹고 도전했던 물건이었고 투자를 했던 거라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어요. 배운 것도 있어요. 아,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구나(웃음).

    팝콘 지우개는 전시나 사진을 통해서도 많이 본 것 같아요.

    전시에만 내보냈어요.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았지만, 뉴욕 전시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면서 이거 살 수 있느냐고 특히 많이 물어보신 물건이었고요. 그런데 품질이 안 되는 물건을 시장에 내보낼 수는 없었어요. 지우개 소재를 변경해서 제작해보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아직은 모색 중이에요. 개인적으로 아끼는 디자인이고 반응도 좋았던 거라 안타깝죠. 제작 과정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또 나오더라고요.

    제작 과정을 잘 알고 있는 게 큰 강점일 것 같아요.

    저처럼 공장마다 쫓아다니면서까지 하는 분은 드문 것 같아요. 보통 중간 업체에 맡겨서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안 하니까 가끔 조언을 구하시는 분도 있어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알아야 제 안에서 좀 더 독특한 제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지뢰 찾기 엽서가 있는데 지뢰 찾기 게임 화면을 스크래치로 제작하는 방법을 고안할 수 있었던 것도 현장을 많이 다녔기 때문이었거든요. 처음 제품을 구상할 때 지뢰 찾기 게임으로 엽서를 만든다고 하니 주변에선 그게 팔리겠느냐고 다 반대했는데,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여서 이건 그냥 주변 말 안 듣고 밀어붙여서 만들었어요. 다행히 반응이 좋더라고요. 주변의 의견도 듣지만, 자신의 감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팝콘 지우개
    지뢰 찾기 엽서
    카라멜 지우개
    카세트 북마크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포장을 한 캐러멜 지우개를 보면 감탄부터 나온다. 디테일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카세트 북마크는 또 어떤가. 장이현 대표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쉽게 제품화하지 않는다. 표절할 수 없을 정도의 섬세함과 꼼꼼함으로 전 과정을 감수하고 정성을 기울인다. 지치고 피곤한 일상, 때론 지우개 하나로 위로를 얻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이유는 이런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보면 정성이 엄청나게 깃들어 있는 것을 느껴요. 손이 정말 많이 가죠?

    저희 제품들은 거의 다 그런 것 같아요. 모티브가 되는 원형이 있고, 그 원형이 주는 느낌과 질감을 최대한 살리고 싶으니까 완성도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단순화하고 쉽게 할 길도 있을 텐데 제가 집착을 못 버리는 거죠. 좀 더 까다롭게 만들면 힘들어도 완성도가 올라가니까 소비자분들도 좋아하시고, 저도 만드는 보람이 있어요. 취미로 하는 일도 아닌데 허술하게 하고 싶진 않거든요. 물건을 만들 땐 돈을 안 아끼게 되고요. 그런데 소비자가는 올리기 힘들더라고요. 가격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튜디오 이름이 재미있어요.

    기억하고 싶고, 발랄한 느낌이 나는 이름으로 하고 싶었어요.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데 전 세계 사람들이 알 것 같은. 전화하셔서 딩동댕이죠? 띵동이죠? 이러기도 하시는데 아니라고 하기도 뭐하고(웃음). 이제 5년 차가 되어 가는데 스튜디오 이름엔 만족하고 있어요. 처음엔 힘든 일도 많았고 실수도 여러 번 했어요. 아이디어는 좋지만, 제품화하기 힘든 것도 있었고, 팝콘 지우개처럼 제품으로 나와도 문제에 부딪히기도 하고. 하지만 이젠 그런 일도 경험과 노하우로 쌓이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는 게 맞는구나, 생각도 하게 되고요.

    어떤 피드백이 가장 인상에 남으세요?

    작년 디자인 페스티벌 때 한 아이가 와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말 들었을 때. 정말 귀여웠어요. 아날로그를 모티브로 하는 제품이 많은데 신기하게 요즘 어린아이들도 알더라고요. 카세트테이프는 물론이고 전시 동안 TV 화면조정 모양 배지를 선물로 나눠줬었는데 초등학교 아이들도 알아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페스티벌이나 전시회에 참가하면 직접 현장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안 듣는 척하면서 다 귀담아듣고(웃음).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요?

    신제품을 곧 내놓을 생각이에요. 오랜만에 선보이는 제품이라 저도 기대돼요.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거든요. 보통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제가 할 수 있는 한 자료조사를 최대한 많이 해서 원형을 살리려고 해요. 해외 수출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요. 디자인을 생각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품 판로까지 생각하게 되니까요. 일상의 즐거움을 주는 물건들을 만들고 싶어요.

    에러 메모잇
    열쇠 메모잇
    트럼프 메모잇
    티켓 메모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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