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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미술 기자 정인성

    언론사 미술 전문 기자가 ‘인포그래픽 디자이너’까지 겸직하는 이유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2년 08월 03일

    조선일보 미술 기자 정인성

    왼쪽으로 비스듬히, 초승달처럼 휘어진 골목 끝에 그가 서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매일 걷는 이 길을 어떻게 느끼며 맛보고 있을까. 현장에서 갓 수확된 생생한 정보를 시각이라는 비언어적 수단으로 요리해서 보기 좋게 내놓는 그라면 평범한 길에서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내지 않을까. 무더위가 한창인 여름날, 조선일보 미술 기자 정인성을 만났다.

    정보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유기적으로 존재하며 우리는 정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디지털과 미디어의 발달은 송신자와 수신자의 경계를 없애고, 오감을 통한 정보 전달이 가능케 할 것이다.

    『정보 디자인 교과서』(안그라픽스, 2008)에 실린 정인성 인터뷰 중

    최근 인포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이란 무엇인가요?

    ‘맛있는 요리’입니다(웃음). 신문에 실리는 인포그래픽은 취재-편집-디자인이라는 조리 과정을 거쳐 독자에게 제공됩니다. 단순하게는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변환하는 것이지만, 분석과 해석이라는 과정을 통해 보기(시각)도 좋고 맛(의미)도 좋은, 일품요리(인포그래픽)로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같은 재료라도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동일한 자료라도 분석하고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각 신문사들의 2012년 런던올림픽 경기 일정 캘린더를 보면, 정말로 각양각색이죠.

    인포그래픽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1997년 10월 문화일보 입사 직후, 뉴욕타임스(NYT) 과학면을 번역 게재하는 지면이 있었는데 NYT 인포그래픽을 똑같이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디테일을 경험하며 매력을 느끼게 됐죠. 그 후 동아일보에 근무하면서 좀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인포그래픽 전 과정(취재-편집-디자인)을 직접 경험했고(램브란트展, 서울역, 대치동 등), 정보공학연구소와 함께 실험적인 작업(시간축 지도)을 진행했습니다

    ▲ 인포그래픽 형식의 기사들 (좌측부터, 동아일보 weekend 11면, 조선일보 C1면, 조선일보 C1면
    ▲ (좌) 시간축 지도  (중간) ‘램브란트 展’ 관람객을 위한 지면  (우) 베이징올림픽 섹션 1면
    좌) 동아일보 2004년 9월 24일자  Weekend 1면
    평상시 대중교통으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거리로 환산해 만든 ‘시간거리 지도’. 
    스기우라 고헤이가 디자인한 ‘시간축지도’와 같은 개념을 적용했다. 정보공학연구소와 공동작업.

    언론사에서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시각적으로 시대를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주얼 저널리즘의 시작과 끝은 ‘읽기’입니다. 먼저 원고를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할 수 있죠. 독자는 관련 기사를 읽기 전에 인포그래픽을 먼저 본 후 관심이 생기면 기사를 읽습니다. 신문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문 열독시간은 2006년 평균 34.2분에서 2010년 평균 42.9분으로 증가했다고 해요. 그 시기 각 신문사들은 리디자인을 통해 지면의 시각적인 문제를 고민했고,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기사를 싣는 데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신문 디자인의 발전이 열독률 증가와 관련이 있다면 억지일까요?.

    어려운 기사를 쉽게 보여주는 일이 녹록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지 늘 생각합니다. 취재기자나 편집 기자에게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제목은 어떤 방향인지 묻기도 하고요. 온전히 이해하고 몰입하는 단계를 거쳐야 시각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쉽기 때문이죠. 섹션 1면의 이미지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사의 방향이 바뀌거나 시각적 이해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전면 수정을 하는 경우도 있죠. 더 쉽게 보여주기 위해 단순화하려고 노력합니다.

    ▲ 인포그래픽 형식의 기사들 (조선일보 C1면 들)
    ▲ 조선일보 weekly BIZ C1면. 마감 1시간을 남겨두고 왼쪽이미지에서 오른쪽으로 메인 비주얼이 바뀌었다. 
    이유는 시각적인 메시지가 불분명하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

    남들이 갖추지 못한 또 다른 비장의 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이 비장의 무기가 바로 디자인 의식입니다.

    2007년 3월, 정인성이 개인 블로그 ‘IS’에 쓴 글

    어떤 그래픽을 봐도 스토리텔링이 능숙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 또한 신문 애독자니까요(웃음. 주- 평소 5개 정도의 신문을 읽는다). 그림책을 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림책은 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공간적 배경, 발생하는 사건, 인물들의 관계 등 반드시 어떤 스토리가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어렵고 멋있어야 좋은 것은 아닙니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담는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죠.

    인포그래픽의 특성상 팩트 전달이 중요할 텐데 거기에 자신만의 개성까지 입히기가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인포그래픽이라는 거대한 세계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지요?

    초등학생 아들이 보는 그림책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들과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 열람실에 들어가 함께 작은 의자에 앉죠(웃음). 특히 에릭 칼(Eric Carle)의 그림책을 자주 봅니다. 특징을 살린 형태의 단순함, 콜라주 기법, 질감, 색상 등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단순한 일러스트레이션에 어우러진 이야기는 주목도가 굉장히 높아서 참고가 많이 되죠.

    무엇이든 찾아(주는) 먹어치우는 네이버를 다룬 그래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목에 대한 고민도 직접 하는지?

    물론이죠. 인포그래픽 구성 요소에서 제목은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한 가지를 예를 들면 <무엇이든 찾아(주는) 먹어치우는 네이버>의 경우 인포그래픽 제목을 보고 편집기자가 아이디어를 얻어 뽑아낸 것입니다. 신문사에는 기사에 제목을 붙이는 편집기자가 있지만 그래픽을 담당하는 미술기자들도 제목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죠. 디자인 과정에서 콘셉트를 설정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1년 이상 편집기자로 트레이닝을 받았던 경험이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 에릭칼의 그림
    ▲ 조선일보 B1면

    정보디자인은 이성적이고 객관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대로 정보이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오류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정보 디자인 교과서』(안그라픽스, 2008)에 실린 정인성 인터뷰 중

    정보디자인 교과서 인터뷰 중에 즉각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디자인은 정보의 생명력을 잃은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있던데…

    좋은 인포그래픽은 정확도에서 나옵니다. 초년병 시절 단순한 실수로 인쇄 후 발송을 기다리던 특집 섹션 10만부를 폐기한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독자에게 배달되기 전에 오류를 발견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죠. 정보에 대한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지만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라 말하고 싶은지요?

    빅데이터 시대, SNS를 통한 정보의 확산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통계와 수치 등을 포함한 자료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데이터를 활용한 그래픽, 해석이 어려운 그래픽은 시각적 공해를 유발합니다. 자료를 읽고 데이터를 다루는 일에 더욱 능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

    신문을 활용한 디자인교육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학기 국립한경대학교 이상선교수님의 멀티미디어 수업 중 정보디자인 특강을 했었고, 오는 2학기특강도 준비하고 있고요. 더불어 오는 10월, 인포그래픽 실무 전무가들과 관련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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