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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이하 ‘시대를 보는 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상설전이다. 2020년 7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했고, 2022년 7월 3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글. 임재훈

    발행일. 2021년 03월 15일

    전시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

    시대와 시대의 선명한 대비, 한국근현대미술사 120년 정주행
    전시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이하 ‘시대를 보는 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상설전이다. 2020년 7월 21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했고, 2022년 7월 31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소개문에 따르면 〈시대를 보는 눈〉은 “한국미술의 흐름을 미술 내적인 면모보다는 시대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한 전시다. ‘미술 사조’가 아닌 그냥 ‘사조(思潮, 어떤 시대나 계층에 나타나는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사상의 흐름)’를 배경으로 제시한 뒤, 그 통시성으로서 특정 타임라인의 한국미술을 살펴보는 기획이다.

    3층에서 2층으로, 이윽고 지상으로 이어지는 관람 동선

    〈시대를 보는 눈〉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들 중 한국근현대미술 120년(1900~2020)을 대표하는 작가 250여 명의 작품(회화, 조각, 설치, 비디오아트 등) 300여 점을 모았다.* 전시작들은 아래와 같이 15개 섹션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15개 섹션이란 곧 15개 타임라인이다. 이 구간들은 전시 소개문이 밝힌 대로 “시대 사회적” 기준에 따라 분류된 것이다.

    섹션 ① 1900년대 초 | 전통미술의 변화와 유화의 도입
    섹션 ② 1920~1940년대 | 관전(官展, 관청 등 국가 기관이 주최하는 전시) 미술과 새로운 표현의 출현
    섹션 ③ 1940~1950년대 | 해방과 전후(戰後) 미술
    섹션 ④ 1960년대 | 현대미술의 서막, 앵포르멜(informel)
    섹션 ⑤ 1960년~1970년대 | 미술 표현 양식의 다양한 실험들
    섹션 ⑥ 1970년대 | 1970년대 단색조 경향의 작품들
    섹션 ⑦ 1970년대 후반~1980년대 | 새로운 형상 회화의 등장, 한국 극사실회화
    섹션 ⑧ 1980년대 이후 | 1980년대 이후 한국화
    섹션 ⑨ 1980년대 | 민중미술
    섹션 ⑩ 1980년대 | 1980년대 다양한 소그룹 활동, 1990년대 이후 한국미술
    섹션 ⑪ 1990년대 이후 | 세계화의 시작
    섹션 ⑫ 1990년대 이후 | 개념적 태도
    섹션 ⑬ 1990년대 말 | 비판적 현실인식
    섹션 ⑭ 2000년대 이후 | 일상과 대중문화
    섹션 ⑮ 2000년대 중반 이후 | 다원예술과 표현의 확장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 전시투어

    ― 영상 구간별 설명 섹션 ―
    ① 1900년대 초 ➲ 1:46
    ② 1920~1940년대 ➲ 4:19
    ③ 1940~1950년대 ➲ 6:57
    ④ 1960년대 ➲ 10:10
    ⑤ 1960~1970년대 ➲ 13:21
    ⑥ 1970년대 ➲ 16:11
    ⑦ 1970년대 후반~1980년대 ➲ 20:05
    ⑧ 1980년대 이후 ➲ 22:26
    ⑨ 1980년대 민중미술 ➲ 24:39
    ⑩ 1980년대 다양한 소그룹 활동 ➲ 27:05
    ⑪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시작 ➲ 31:07
    ⑫ 1990년대 이후 개념적 태도 ➲ 32:22
    ⑬ 1990년대 말 비판적 현실인식 ➲ 35:29
    ⑭ 2000년대 이후 ➲ 37:16
    ⑮ 2000년대 중반 이후 ➲ 38:43

    1900년대 초부터 1970년대 초중반까지(섹션 ①~⑥)는 3층 5·6 전시실, 19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섹션 ⑦~⑮)는 2층 회랑 및 3·4 전시실에 각각 펼쳐진다. 이렇듯 15개 타임라인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관람객들은 3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며 한국근현대미술 120여 년을 정주행하는 셈이다. 관람을 마친 뒤 1층 지상으로 내려오면 다시 본래-현재의 시간대다. 이러한 동선 구성은 한국근현대미술사 혹은 한국근현대사를 ‘오늘’이라는 시간대에 자연스럽게 접합하는 데 일조한다. 센시티브한 관람객이라면, 3층-2층-1층을 통과하여 이윽고 미술관을 나설 때 얼마간 뭉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시대와 시대, 경향과 경향, … ‘대비’를 찾으면 더 흥미롭다

    〈시대를 보는 눈〉은 제목처럼 ‘시대’를 전면에 배치한 전시다. 저 시대와 이 시대, 저때의 경향과 이때의 경향 사이의  ‘대비’를 찾고 느낀다면 관람의 재미와 의미가 배가될 것이다. 이를테면 섹션 ⑥ ‘1970년대 단색조 경향의 작품들’과 섹션 ⑦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새로운 형상 회화의 등장, 한국 극사실회화’, 이 두 섹션의 대비는 도드라진다.

    1970년대 단색조(모노크롬, monochrome) 경향 작품들이 등장한 배경에는 일본이 있다. 1975년 도쿄에서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 백색〉이라는 전시가 열렸다. 다분히 일본적 관점에서 한국미술을 소개한 행사였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박수진 학예연구관은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 민족은 백색을 좋아한다는 (일본의) 시각에서 한국 작가 5인의 ‘백색으로 구성된 작품들’을 전시한 것이다. 이게 역으로 한국미술계에 담론화되고 크게 부각되면서 단색조 경향이 대두됐다.”* 단색조 경향의 특징은 말 그대로 ‘단색조’인데, 이는 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품이 표현하는 이미지와 주제 의식도 얼마간 모노톤을 유지한다. 선명하고 확연하기보다 모호하고 비유적인 태도를 취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일종의 ‘안티 모노크롬’이라 이를 만한 경향이 전개된다. 다시 ‘형상’이 등장하고, 이른바 ‘극사실주의’가 태동하게 된 것이다. 박수진 학예연구관의 해설은 이렇다. “단색조 회화가 갖고 있는 ‘형상과 서술성 없는’ 것에 대한 반동으로서, 즉 ‘이미지의 회복’ 차원에서 (극사실주의가) 진행된 것이다.”

    1970년대 중반 단색조 경향과 1970년대 후반 극사실주의 경향. 동일한 ‘1970년대’임에도 대비가 이처럼 극명하다. 문화 예술 사조에서 ‘초반·중반·후반’의 구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섹션 ⑥ ‘1970년대 단색조 경향의 작품들’ 전시작
    최병소 작가의 ‘무제’
    (해설: 국립현대미술관 박수진 학예연구관 / 앞의 출처와 동일)
    ※ 영상을 재생하시면 해당 구간부터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섹션 ⑦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새로운 형상 회화의 등장, 한국 극사실회화’ 전시작
    고영훈 작가의 ‘돌’
    (해설: 국립현대미술관 박수진 학예연구관 / 앞의 출처와 동일)
    ※ 영상을 재생하시면 해당 구간부터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시대를 보는 눈〉에는 또 하나 거대한 대비가 있다. 분기점은 섹션 ⑪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시작’이다. 섹션 ①~⑩을 한 묶음으로, 섹션 ⑪~⑮를 또 다른 묶음으로 보면 양쪽(1900년대 초~1980년대 / 1990년대 이후~현재)의 대비가 흥미롭다. 섹션 ⑪부터 주요 키워드로 대두되는 것이 ‘다원주의’다. 이 낱말의 사전적 정의는 ‘개인이나 여러 집단이 기본으로 삼는 원칙이나 목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다. 그러니까, 1990년대 이후 세계화의 시작을 기점으로 한국미술계는 차츰 적극적으로 다원주의를 수용하게 된 것이다.

    1905년 을사늑약, 1910년부터 시작된 일제 강점기와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 전쟁, 1960년 4.19 혁명, 1972년 유신체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1987년 6월 민주 항쟁, …. 한국근현대사는 그야말로 질곡의 역사다. 민중의 단합과 단결이 강력히 도모된 이 시간대―〈시대를 보는 눈〉 섹션 ①~⑩―에서, ‘나’와 ‘너(타자)’의 분리가 전제돼야만 하는 다원주의는 일종의 사유적 사치였을지 모르겠다. 1990년대 문민정부(직업 군인이 아닌 일반 국민이 세운 정부)가 들어서고 세계화 바람이 불고 나서야 다원주의는 일반의 가치로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미술계의 변화가 〈시대를 보는 눈〉 소개문에는 이렇게 요약돼 있다. “이전 시기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약화되고 다원화와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한국의 동시대 미술이 본격화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집단주의가 힘을 잃고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개인이 부상하고 일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 시대 미술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였다.”

    요컨대 한국근현대미술 120년 역사 안에서, 미술의 시선은 ‘집단’과 ‘시대’에서 ‘개인’과 ‘일상’으로 서서히 옮겨 간 셈이다. 이 거대한 대비를 전시장에서 체감할 때 관람객은 비로소 ‘시대를 보는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대를 보는 눈〉을 한국근현대미술사 전시가 아니라 ‘한국근현대사 전시’로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Exhibition Info.
    전시일정  2020. 7. 21. ~ 2022. 7. [2년 예정]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4·5·6 전시실 및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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