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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정 기술과 모기 퇴치 기구 ‘사운드 스프레이’

    제3세계의 적정 기술 적용을 위한 두 가지 ―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위(Natural Behavior)를 적용한 직관적 사용법


    글. 배상민

    발행일. 2013년 11월 13일

    적정 기술과 모기 퇴치 기구 ‘사운드 스프레이’

    지난 시간에 이어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제3세계 디자인의 기본원칙은 3가지 – 현지문화(Local Culture)에 대한 이해,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의 활용, 진정성 있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추구 중 적정기술의 활용에 대해서 필자의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드 프로젝트(seed project)의 제품 중 하나를 사례로 그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제3세계의 적정 기술을 적용하는 데 중요한 요소 두 가지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위(Natural Behavior)를 적용한 직관적인 사용법이다. 적정기술에 있어 지속가능성은 기술의 효율적 보급과 사용을 위함일 뿐만 아니라 기술을 수혜받는 이들의 자립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한 제품이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한다 할지라도, 그 기술이 이용될 때마다 원자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면 그들의 삶은 더 이상 독립성을 잃고 의존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고, 교육 수준이 모두 다른 다양한 사용자들이 평등하게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람의 본능적인 인지와 연결된 직관적인 사용법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하여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우리의 특별한 노력 없이도 제품과 시스템이 그들의 생활에 안착될 수 있다. 제3세계 현지의 문제를 잘 인지하고 좋은 의도로 시스템 및 제품을 기부하고서도 이 두 가지의 결여 때문에 그 모든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말라리아로 인한 피해를 막기는 방법에서도 마찬가지의 양상이 나타난다.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질병 중 모기를 통한 말라리아 감염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30초에 한 생명이 말라리아로 죽어간다. 세계 보건 복지 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2006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2.5억 명가량이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발표했으며 백만여 명이 이를 통하여 사망하였다고 했다. 그중 90%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발생하였으며 대부분이 5세 미만의 신생아들이었다고 보고했다. 1892년 모기를 통해서 말라리아에 감염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후 말라리아는 더 이상 선진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질병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모기로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제3세계의 어린이들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NGO 및 여러 선교단체 그리고 기업들이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기 살충제, 모기향, 모기장 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은 해결책을 끊임없이 공급해야 하는 ‘지속가능성 결여’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일정 기간 사용하면 버려져야 하고, 다시 부족의 상태에서 구걸해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는 사람들을 점점 더 NGO의 원조에 의지하게 하고 자립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와 ID+IM 연구원들은 “어떻게 하면 한 번의 공급으로 지속가능성을 가지는 모기 퇴치제를 만들어 공급할 수 있을까?”에 목표를 두고 사운드 스프레이(Sound Spray)라는 초음파 모기 퇴치기기를 개발하였다.

    사운드 스프레이 개발 배경

    사운드스프레이는 친환경적인 자가발전식 초음파 모기퇴치기로, 모기가 싫어하는 모기의 천적이 발생시키는 특정 주파수의 초음파를 발생하여 모기를 쫓는 장치이다. 공기 중에 분사되었을 때 사람들의 호흡을 통해 흡수되어 건강에 위험할 수 있는 화학적 성분을 분사하는 다른 모기퇴치기와 달리 초음파를 사용하여 친환경적이며 유해하지 않다. 이때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는 캔을 흔드는 행위를 통하여 자가발전을 통해 얻는데, 스프레이를 흔들 때에 솔레노이드가 자석의 주변을 움직이면 자기장의 변화에 의하여 전기를 발생되고, 발생된 전기는 축전지에 저장된다. 사운드스프레이를 1분동안 흔들어서 충전하면 1~8시간동안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 추가적인 배터리나 전기가 따로 필요 없이 사용될 수 있으므로, 한번 공급하면 평생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사운드 스프레이 개념도와 사진

    또한 사운드 스프레이의 형태는 전세계적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반 DDT 살충제 스프레이의 형태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스프레이 깡통을 들면 내용물이 잘 섞이라고 흔들어댄다. 이것을 디자인에서는 사람의 ‘자연적 행동(natural behavior)’라고 하는데 교육하거나 숙지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뇌의 활동(Automotive Brain System) 이라고 정리한다. 사용자가 사운드 스프레이 잡고 이렇게 흔들 때 그 움직임으로 전자기장은 자가 충전하게 되고 노즐을 누르면 살충제 대신 초음파가 나오게 되는 구조로, 이 초음파로 사방 5m 안에 모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 사용자는 모기 걱정 없이 편하게 잠들 수 있다. 이러한 작동방법의 흐름이 익숙하게 사용해오던 스프레이 살충제와 일치하기 때문에 사용방법에 대한 특별한 교육이나 숙지 없이 어린 아이들까지도 쉽게 사용 할 수 있다. 실제로 케냐에서 사운드스프레이의 프로토타입(prototype)으로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하였을 때, 처음 본 사람들도 캔을 흔드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관찰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사람의 행위에 대해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은 낯섦에서 오는 이질감과 거부감을 없애고 그들에게 편안하게 받아 드려지며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을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개선 시킬 수 있다.

    케냐에서의 사운드 스프레이 프로토타입 테스트

    적정 기술은 쉬운 기술이 아니다. 초창기에 ‘중간기술(Medium Technology)’이라는 이름 때문에 하이테크놀로지(High Technology)가 아닌 쉽고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오히려 사용자의 인지 능력과 환경의 인프라까지 고려하여 한번의 도움으로 지속적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 적정기술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 기능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특별한 훈련 없이도 사용하게 만들어야 하는 ‘섬김 기술’이다.

    배상민

    현재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디자인 랩 ID+IM 연구소장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 제품 디자인과 교수 등을 역임했고,

    World Vision ‘나눔 프로젝트’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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