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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의 재발견 ‘어프리(Appree)’ 남상우 대표

    “아이들이 바비인형 보면 생명력 있는 존재로 여기잖아요. 제 디자인도 그런 애틋함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3년 01월 10일

    자연의 재발견 ‘어프리(Appree)’ 남상우 대표

    그럴 때가 있다. 늘 보던 풍경이 다르게 다가오는 때가. 무심코 지나치던 길가의 은행나무가 물음표로 보이는가 하면 발에 차이던 돌멩이 하나가 근사한 오브제처럼 보인다. 평범하기만 하던 삶의 갈피에 신비가 깃드는 순간이다. 포스트잇 하나에 가슴이 촉촉해진 경험이 있는지? 잎맥까지 섬세하게 살아 있는 종이 나뭇잎을 보고 자연 속에 있는 듯 감성이 충만해졌다면 당신의 영혼은 아직 굳지 않았다는 증거이리. 우리가 어느 순간 같은 풍경을 다르게 보듯, 어프리는 자연을 모방한 제품을 통해 다시 자연을 재발견하게 한다.

    어프리라는 이름의 유래가 있나요?

    거창한 의미는 없어요(웃음). 영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애플부터 시작하잖아요. 거기에서부터 출발한 거예요. 중학교 3학년 땐가 아이디를 애플로 쓰려고 했더니 누가 벌써 등록했더라고요. 그래서 이리저리 해보다가 어프리가 된 거죠(웃음). 다행히 주변에선 어감이 좋다고 하세요. 특별한 정체성에 얽매이기보다 하나씩 해보면서 찾아가고 싶어요.

    어프리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인데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사무실이라는 딱딱한 공간에서 자연을 느끼고 감성을 되살리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사실은 자연 그 자체가 가장 좋은 거잖아요. 궁극적으로는 저희 제품을 통해 거꾸로 아,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 거였구나, 라고 자연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갖길 바라죠. 펜, 노트, 파일 등 사무용품을 만드는 것에 제한하지 않고 사람들이 기뻐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라면 전자제품도 가능하다고 보고요. 길게는 그런 아이덴티티를 갖고 싶어요.

    자연에서 배운다는 마인드를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식물을 좋아했어요. 마당에서 꽃 키우는 것도 좋아하고. 꽃집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거든요(웃음). 이런 생각들이 제품 디자인과 접목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단순히 자연을 모티브로 하기보다 사람들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다 보니 좀 더 리얼한 디자인이 나온 것 같아요.

    자연과 관련해 인상 깊은 경험이 있다면요?

    만화책인데(웃음).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라는 만화가 있어요.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가 뇌사상태에 빠졌는데 평소 식물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녀를 위해 열대우림 같은 식물원을 만들어 침대를 그 한가운데 놓고 극진하게 보살피죠. 그녀가 깨어났을 때 현실성을 떠나서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한 여자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을 받았죠. 내가 그 여자였더라도 깨어났겠다 싶었거든요(웃음).

    ▶ Leaf-it_Original
    ▶ Leaf-it_Ginko

    ▶ Leaf-it_Maple
    '마음을 움직인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람 마음은 실바람에도 찰랑이는 호수의 물결처럼 쉽게 흔들리지만 폭풍우에도 끄떡하지 않는 바위처럼 굳건한 면도 있다. 작은 물건 하나가 마음을 움직인다는 건 그런 의미에서 일상에서 경험하는 작은 기적이다. 어프리의 제품들은 한겨울 콘크리트 사무실 안에서도 벚꽃 잎이 하롱하롱 지는 봄날의 마음을 지니게 한다.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따뜻하게. 

    평소에도 자연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겠어요?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이 나이에 지나가다가 민들레 홀씨 따라가기도 하고(웃음). 자연현상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름다움이 있어요. 제 꿈이 사무실에서 기린을 키우는 건데 3층에서 기린 밥 주고(웃음). 그런데 가격을 알아보니 엄청 비싸더라고요(웃음). 최근 싱가포르로 출장을 갔는데 창이공항에 나비 생태 공간을 구성해놓았더라고요. 나비가 수백 마리가 날아다녀요. 부화하는 상태부터 다 볼 수 있고요. 정말 멋있었어요.

    디자인을 할 때 가장 가치를 두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단순히 유용하게 쓰는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애틋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바비인형이나 테드곰인형 보면 아이들이 생명력 있는 존재로 보잖아요. 포스트잇이 그렇게까지 되긴 힘들지만(웃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요. 제품을 개발할 때도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요. 처음 봤을 때 아, 좋다, 라는 마음이 들길 바라죠. 자기가 디자인해놓고 감동할 때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스스로 감동하지 않는데 남이 감동하긴 더 힘들지 않을까요?

    세계 27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제품으로 키우기까지 힘든 일도 많으셨겠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해외 유통 루트를 만들어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어요. 전시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특별한 아이템을 추구하기보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자고 생각했죠. 2009년 이탈리아에서 ‘꿈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라는 주제로 했던 아트마케팅이 반응이 좋았어요.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서 나뭇잎 포스트잇에 소망을 쓰게 했는데 다양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받았죠.

    현재 힘을 쏟고 있는 일은 어떤 건가요?

    올해는 내실을 튼튼하게 다지려고요. 직원들이 불안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복지에도 신경 쓰고 싶고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선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품으로 끝내지 않고 시리즈를 만들어서 라인업을 구축하고 다방면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고요.

    ▶ 이탈리아 ‘꿈의 메시지를 적어주세요’
    ▶ [좌] Leaf-it_Ivy  [우] Leaf-it_Cherry blossom
    주먹을 꼭 쥐고 움켜잡으려고 하기보다 허허롭게 손바닥을 편다. 비움이 채움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자기 것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만 하기보다 더 넓은 지평을 본다. 독식보다 공존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닮아간다 했던가, 해맑은 웃음이 풀 한 포기, 꽃 한 줄기조차 넉넉하게 품는 자연을 닮았다. 

    인기가 많은 만큼 유사품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대응하시나요?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어요(웃음). 저희가 독식하려는 마음도 없고요. 유사품이 나온다고 크게 망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웃음). 비슷한 모티브를 가진 물건들이 최근 많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오리지널리티를 뛰어넘지 못하거든요. 오히려 시장이 커질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오픈 마인드를 가지려고 해요.

    그래도 표절은 민감한 문제라 손에서 놓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프랑스에서 아트 토이를 만드는 분을 만난 적이 있어요. 유사품에 어떻게 대응 하느냐고 했더니 그분도 대응은 별로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거기에 들어가는 돈, 시간, 노력을 생각하면 제품 개발하는 돈보다 더 들고 게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잠 못 자고 분노하다가 망할 것 같더라고(웃음). 그러느니 차라리 제품에 더 집중하고 신경 쓰는 게 낫다는 말을 나누면서 굉장히 공감했어요. 방관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 편하게 생각하려고요.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힘이 될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제가 존경하는 분이 있는데 프랑스의 패트릭 블랑이에요. 식물학자이면서 조경에 조예가 깊은 분이죠. 수직 정원을 창안하셨는데 벽을 정원으로 만든 건 혁명이라고 생각해요. 수평인 정원을 수직으로 세움으로써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시스템을 만든 거잖아요. 이전에 없던 분야죠. 누가 어떤 걸 하면 잘 된다더라, 와아~ 하고 몰려가기보다 소신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가지면 좋겠어요.

    디자이너와 사업가, 두 가지 역할을 하는 자신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사업엔 소질이 없는 것 같긴 한데(웃음). 노력은 하고 있어요. 회계, 영업, 무역지식 등 공부할 게 많아요. 배워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디자인을 하다가도 엑셀로 정리하고 이런 게 스트레스였어요. 하지만 즐기면서 하려고 해요. 우리나라도 생활용품 분야에서 글로벌한 회사가 나올 때도 된 것 같고요. 그게 저희 회사가 되길 바랍니다(웃음).

    ▶ Leaf-tray
    ▶ [좌] Waterdrop magnet  
    [우] Sprout ma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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