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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131WATT’ & 책방 ‘NOrmal A’

    디자인 스튜디오, 출판사, 책방을 동시에 운영하는 두 디자이너 김진영·서지애


    인터뷰. 스토리베리

    발행일. 2016년 08월 19일

    스튜디오 ‘131WATT’ & 책방 ‘NOrmal A’

    만남의 장소는 책방 NOrmal A(노말에이, 웹사이트). 을지로 3가 조명가게와 가구점들이 늘어선 거리에 작은 틈새처럼 나 있는 계단을 오르면 재미있는 책들과 문구류가 산뜻하게 놓여 있는 책방이 나온다. 입추와 칠석 지나, 마지막 무더위가 엿가락처럼 달라붙던 여름날, 시원한 탄산수 같은 청량감이 가득한 131WATT의 디자이너, 김진영과 서지애를 만났다.

    스튜디오와 독립출판, 그리고 책방까지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데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책방 NOrmal A를 운영하고 있고, NOrmal A를 작업실로 삼고 있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131WATT입니다. 세 명이 같이 하고 있는데 오늘 한 친구(제임스 정)는 사정이 있어서 자리를 비웠네요. 책방 운영과 디자인 업무를 함께 하고 있어요(지애 씨가 마케팅과 웹 디자인을 주로 맡고 진영 씨, 제임스 씨는 그래픽 작업을 담당하는 구조라고 했다).

    디자인 작업과 별개로 책방 운영은 또 다른 경험일 것 같은데요.

    이미지나 작업으로서의 책뿐만 아니라, 유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출판물을 만들고 유통을 경험하게 되면서 낯설고 새로운 일들을 많이 겪었거든요. 또 작가 분들이 저희에게 책을 맡길 때는 어떤 빈 부분을 채워주길 바라는 면도 있고요. 독서광이라고 할 만큼 책을 많이 보진 못하지만 책 보관에 대해서만은 애착이 있어요(웃음). 정성껏 만들어지는 책이니만큼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그런 시각에서 유통을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죠.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성을 다해 꼼꼼히 하려고 노력해요.

    일부러 찾아서 오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고객층의 성향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깊게 나누거나 하진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책에 대해 어느 정도 주관적인 견해는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공통점은 책을 더 조심이 만져준다고나 할까, 정말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함부로 대하질 않으세요.

    NOrmal A의 기준이랄까, 독특한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근 독립 출판물 자체가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는 않아요. 그래서 선택한다기보다 제외하고 선별하는 쪽인데 저희가 골라서 들여오고 있어요. 독립이냐 기성이냐를 떠나서 저희 책방에 잘 맞는 책들을 고르려고 노력하고요. 처음엔 책을 어떻게 노출시키느냐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우리가 고른 책이 어떻게 읽히느냐가 문제죠.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들이지만, 그런 기준도 지극히 주관적이고. 그냥 저희가 봤을 때 좀 더 읽고 싶은 책을 골라요.

    콘트롤러 사용 설명서(Controller Instructuion), 2014, 친구가 없어 외로운 마법사 리모가 어느 날 직접 최상의 마법 재료로 친구를 만들게되는 내용
     [좌] 안녕, 헬로-서울의 창(Hello! Seoul, Window), 2014, PLAY IN THE WORLD가 촬영한 서울 건물들의 창문을 모은 사진집 [우] 안녕, 헬로-서울의 어느 곳(Hello! Seoul, Somewhere), 2014, PLAY IN THE WORLD가 촬영한 서울 장소들의 사진을 모은 사진집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에는 화려한 액션도 엄청난 괴물도 나오지 않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디테일한 일상’이 있다. 신은 디테일에 깃든다고 했던가, 그와 비슷하게 신은 일상에 깃드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의 질문과 대답을 진지하게 하고 듣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인지도 모른다. 

    131WATT 와 NOrmal A는 어떻게 만들어진 이름인가요?

    131WATT는 열의에 불타서 친구들이 모였는데 그때 나이를 다 합치니깐 131이었어요. 전기처럼 뻥튀기 시켜보자, 새로운 그룹을 만들어보자, 이런 기세로 지었죠(웃음). NOrmal A는 일상에서의 대답이라는 의미도 있고, A만이 정답은 아니다, 라는 의미도 있어요. 스튜디오가 질문이라면, 이 공간에서는 대답을 얻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두 개가 연결이 되길 바라기도 하고요. 지금 멤버들은 각자 일을 하다가 합류하게 되었는데 연말이면 2년이 되가네요.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독립을 하신 건데 막상 시작하니 어떠세요?

    공간을 책임져야 하니깐, 생각만큼 자유롭진 못해요(웃음). 하루 종일 책방에 있는 날이 많죠. 책방만 해도 책방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책방 때문에 일부 포기하는 게 생기죠. 하지만 역시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침마다 이곳으로 출근했을 때 느끼는 기분을 저희 공간에 오시는 분들도 느끼시면 좋겠어요.

    특히 어떤 걸 공유하고 싶으세요?

    음, 그게 좀 아이러니한데, 책을 보면서 작업을 쉽게 생각하는 분도 계세요. 이 정도면 나도 하겠다(웃음). 그게 꼭 나쁘다고만 보진 않아요. 독립출판이 뭔지 잘 몰라도, 자기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해보고 싶다는 기운이 나길 바라죠. 나도 뭔가 만들어볼 수 있겠구나, 나의 취미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겠구나, 이 정도라도 좋아요. 책을 통해서 나도 뭘 시작할 수 있겠다, 뭘 해볼 수 있겠다,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거든요. 특히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저희도 그런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스튜디오와 책방을 함께 하는 건 작업에 영향을 주고받는 면이 강하겠네요?

    확실히 책방을 하게 된 일이 스튜디오에도 영감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작가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극이 되죠. 작업을 하다가도 지금보다 좀 더 잘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나 할까, 어떤 물건을 볼 때 사소한 소품이더라도 와, 이걸 이렇게 생각했구나! 할 때가 있어요. 같은 물건을 기존엔 이런 방식으로밖에 생각 못하고 이렇게만 썼는데 이 사람은 다르게 생각했네, 나도 이렇게 해봐야지, 하는 의욕이 들죠. 매일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자! 하지만 사실은 1주일마다 한 번씩 되돌아봐요(웃음).

    서울 24절기 Seoul 24 Seasonal Divisions, 2014, 절기만 표시한 아코디언 만년달력, 서울에서 느낄 수 있는 절기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고, 서울의 가볼만한 장소를 일러스트로 함게 표현하였다.
    서울 24절기-제철음식(Seoul 24 Seasonal Divisions Foods), 2016, 절기에 잘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한다. 절기와 제철음식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메모리 게임을 접목하였고, 현재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신당동 떡볶이, 장충동 족발과 같은 음식도 함께 보여주었다. 서울의 특정 동네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에는 서울의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현재 놓인 상황을 정확히 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좋아서 선택한 일이더라도 때로는 버거울 때가 있는 법일 텐데 하루 일과와 관련해 두런두런 풀어내는 말들 속에 일상적인 감각이 차 있다. 압도적인 풍경보다 때로는 일상의 풍경이 심금을 울리듯, 할 일을 담담하게 해내는 그들에게서 균형 잡힌 일상의 감각과 창조적 감수성의 조화로움을 보는 듯 했다. 

    했던 작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건가요?

    작업하면서 함께 팀워크를 느낀 일이 있었어요. 입춘, 입추 이런 절기에 관련된 말뜻이 굉장히 예쁘잖아요. 그래서 그걸 테마로 만년 달력을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절기를 메인 테마로 해서 그 절기에 먹던 음식을 카드 게임으로 만들었어요. 외국 스튜디오 보면 아, 저 나라엔 저런 게 있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걸 느끼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책방 운영하면서 특별히 생각나는 일이 있다면요?

    피드백을 듣게 된 일이 특히 좋아요.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구매 평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써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보고 놀란 적도 있고. 또 하나는 단골손님들이 생긴 것. 이런 일들이 참 기쁘죠. 얼마 전에, 배송 사고가 생겨 책이 분실된 적 있었는데, 주문하신 분이 1주일이나 기다렸다가 연락을 주신 거예요. 분실사고는 저희도 처음이라 택배회사에 전화도 하고 고객센터에도 물어보고 대답을 듣는 과정이 오래 걸렸는데도 전혀 화를 내지 않고 기다려주셨어요. 저희를 믿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원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내신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만족스러우세요?

    서점을 직접 안 가도 책을 많이 보게 되는 것(웃음). 예전에 찾아가서 많이 봐야지, 배우는 게 있으니까 이런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책을 만든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도 좋네요. 다양한 분들이 작업에 대해 생각한 것을 들으며 많이 배워요. 저희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욕도 생기고요. 지금 준비 중인 게 있는데 올해 안에는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스튜디오와 책방 운영하면서 자리 잡기까지 여유가 좀 없었는데, 이젠 우리 것을 다시 만들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해보고 싶으세요?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서 하는 일이라 저희가 표현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요. 표현이나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열어두고 있는 단체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기회가 닿는다면 영화 쪽 일을 꼭 해보고 싶어요. 인상 깊었던 장면들에 대해 그래픽 작업을 한 책들도 만들고 싶고요.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스튜디오와 책방을 함께 잘 운영해야겠지요.

     메시지프레임(Message Frame), 2015, 책과 일상에 관한 일러스트 메시지 카드
    Normal A(노말에이) 웹사이트, 2015(바로 가기)
     I’m so tired, 2015, 예효승 안무작 무용 I’m so tired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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