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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식 너머를 두드리는 역설, <아니쉬 카푸어>전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별개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강렬한 인상만은 동일하게 다가오는데, 어떤 이는 작은 현기증조차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강렬한 시각적 충격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1월 29일

    인식 너머를 두드리는 역설, <아니쉬 카푸어>전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어떤 ‘강렬함’이다.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별개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강렬한 인상만은 동일하게 다가오는데, 어떤 이는 작은 현기증조차 느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강렬한 시각적 충격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시각 정보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것이 관객의 인식 너머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좌] Tall Tree and the Eye [우] Vertigo

    1954년 인도 봄베이(뭄바이)에서 유태인 어머니와 인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니쉬 카푸어는 1973년에 19살의 나이로 영국으로 이주하여 혼지미술대학(Hornsey College of Art)을 졸업하고 첼시미술학교(Chelsea School of Art)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영국의 미술은 모더니즘 조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아니쉬 카푸어는 비물질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추구한 작가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 이 때부터 작업 방향이 잡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 ‘젊은 영국 조각가 Young British Sculptors’로 불리며 크게 주목받았고, 이어 1991년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하였다.

    리움 미술관 야외 정원_[왼쪽부터] Vertigo Ⅴ & Ⅶ, Tall Tree and the Eye, Sky Mirror

    리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니쉬 카푸어> 전은 아니쉬 카푸어의 초기 작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핵심적인 작품 18점이 전시되어 있다. 총 세 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기획 전시실 내부의 그라운드 갤러리와 블랙박스 갤러리뿐 아니라 야외 정원까지 활용하고 있다. 미술관을 향해 올라가는 길에서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야외 정원 한가운데 세워진 <큰 나무와 눈 Tall Tree and the Eye>이다. 야외 정원에는 <큰 나무와 눈>을 포함한 총 세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을 재료로 거울처럼 비치도록 만든 작품이다. 반사(reflection)라는 특성을 통해 관객과 주변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는 이들 작품은 반사된 공간을 왜곡함으로써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현기증 Vertigo Ⅴ & Ⅶ>은 굽어있는 직사각형의 오목거울로, 이제까지는 단독으로 설치되어 있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두 점이 등을 맞대고 설치되어 있다. 아쉽게도 일정 거리 이상 다가갈 수 없어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도록 경험하기는 어렵다.

     [좌] Yellow [우] Untitled

    야외 정원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전시장이 그라운드 갤러리와 블랙박스 갤러리의 두 층으로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래층의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아니쉬 카푸어의 초기작과 보이드(void) 작업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보이드 작업인 <무제 Untitled>와 <노랑 Yellow>, <땅 Earth> 같은 작품들은 움푹 들어간 공간과 그 안을 채우는 안료로 말미암아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중에서도 <무제>에 발라진 검푸른 분말 안료는 내부를 칠흑 같은 어둠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실제 내부가 비어있음에도 마치 어둠으로 가득 찬 무한한 심연으로 착각하게 된다. <노랑> 역시 깊이감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노란 안료로 칠해지고 움푹 들어간 거대한 벽은 <무제>와는 다른 경이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이렇게 그라운드 갤러리에서는 건축과 동화된 형태의 조각 작품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조각이면서도 ‘비-오브제(non-object)’ 상태를 보여주는 형태적 역설로 볼 수 있다.

    My Red Homeland

    전시장 상층의 그라운드 갤러리에 올라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의 붉은 모국 My Red Homeland>으로, 거대한 망치가 시곗바늘처럼 천천히 회전하면서 붉은 왁스 덩어리를 긁고 지나가며 계속해서 변화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한 시간에 한 바퀴를 돌게 만들어진 이 망치가 긁고 지나가는 붉은 왁스 덩어리는 그 모습 그대로 형태의 파괴와 생성이 동시에 이뤄지는 대지를 은유하고 있다.

    <나의 붉은 모국>의 뒤편에 있는 <스택 Stack>과 <나의 몸 너의 몸 My Body Your Body>은 각각 남성성과 여성성을 암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스택>과 <나의 몸 너의 몸> 사이에서 <우주를 위한 새로운 모델 실험실 Laboratory for a New Model of the Universe>을 볼 수 있는데, 굳기 전의 아크릴 내부에 주사기로 공기를 불어넣어 만든 작품이다. 폭발과 탄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모습은 남성성을 상징하는 <스택>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나의 몸 너의 몸> 사이에서 마치 창조의 과정과도 같이 느껴진다.

    그라운드 갤러리_[왼쪽부터] Still Turned Upside Down, Cave, To Reflect an Intimate Part of the Red, When I am Pregnant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아니쉬 카푸어의 말은 어쩌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식 너머를 건드리려는 자신의 시도를 보아달라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전시 작품의 관람을 통해 그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겠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라운드 갤러리 옆의 강당에서 상영하는 아니쉬 카푸어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도 빼놓지 말 것.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곁들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정보

    아니쉬 카푸어 Anish Kapoor

    기간: 2012.10.25 ~ 2013.2.8

    장소: 삼성미술관 Leeum 기획전시장, 야외정원

    홈페이지

    입장요금

    일반 8,000원 청소년, 경로우대, 장애인, 국가유공자 5,000원

    Day Pass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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