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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의 호리틱 #11 강릉시 BI

    기존의 한글 디자인을 호리틱[이호+critic]하게 바라보기 ― 강원도 강릉시 BI


    글. 이호

    발행일. 2021년 04월 23일

    이호의 호리틱 #11 강릉시 BI

    열한 번째 호리틱은 해안 및 산악 지역을 겸비한, 입지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로 가보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강릉시는 한반도의 허리라 할 수 있는 태백산맥 동쪽 중앙에 위치하고 있죠. 동쪽은 동해, 서쪽은 홍천군 내면, 평창군 진부면과 대관령면에 각각 접해 있으며, 남쪽으로는 동해시 일원, 정선군 임계면을, 북쪽으로는 양양군 현북면과 현남면 등 도내 5개 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강릉의 상징물은 호랑이와 고니, 그리고 소나무와 목백일홍이라고 하네요. 저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답니다.

    강릉시의 한글 BI는 직사각형 네모틀에 꽉 찬 스타일로 모던함과 날카로움이 느껴지네요. 날카로운 느낌은 아마도 중성 ‘ㅣ’의 세리프나 초성 ‘ㅅ’의 꺾임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글자 수가 많진 않지만, 이번 호리틱에서 살펴볼 부분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자소 크기.
    초성 ‘ㄱ, ㄹ, ㅅ’의 글자 크기는, 순서와는 반대로 ‘ㅅ, ㄹ, ㄱ’ 순으로 크게 보이고 있어요. 특히 초성 ‘ㄱ, ㅅ’은 한쪽 방향이 열려 있는 자소인데요. 자소의 크기는 속공간의 크기와도 관련이 있답니다.

    두 번째는 곁줄기 위치.
    ‘강’에서 보면 ‘ㄱ’과 ‘ㅏ’의 사이가 조금 멀어져 보이는데요. 이는 ‘ㄱ’의 세로획이 직선이 아닌 왼쪽 아래로 흐르는 사선의 형태이기 때문이에요. 여기에서는 중성 ‘ㅏ’의 가로 곁줄기가 시각적으로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자소 통일감.
    초성 ‘ㄱ, ㄹ, ㅅ’에는 위치는 다르지만 꺾임 부분이 있는데요. ‘ㄱ, ㄹ’은 꺾임이 라운드로 되어 있고, ‘ㅅ’은 직선으로 되어 있어 초성만 본다면 조금 다른 느낌이 드네요.

    마지막 네 번째는 세 글자의 자간.
    BI를 보면 ‘강’의 중성 ‘ㅏ’의 가로 곁줄기가 조금 길어 보이는데요. 이 경우 다음 글자와의 간격이 떨어져 보일 수 있어요. ‘시’의 초성 ‘ㅅ’의 경우 형태적으로 사선으로 되어 있어 속 공간이 다른 글자보다 커 보일 수 있답니다. 그럼 하나하나 살펴볼게요.


    자소 크기

    필자는 한글의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초성·종성의 크기나 중성의 길이 등을 비교적 균일하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레터링이나 BI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는 있어요. 강릉시 BI에서 ‘릉’의 초성 ‘ㄹ’을 기준으로 보면, ‘강’의 ‘ㄱ’은 세로로 길어 보이고, ‘시’의 ‘ㅅ’은 가로로 넓어 보이는데요. ‘시’는 조금 과장하면 평체로 보이기도 해요.

    필자는 ‘릉’의 초성 ‘ㄹ’을 기준으로 두고 ‘강’의 ‘ㄱ’은 오른쪽으로 넓히고, ‘시’의 ‘ㅅ’은 가로폭을 조금 좁혀서 초성 ‘ㄱ, ㄹ, ㅅ’이 시각적으로 비슷해 보이도록 해 보았어요. 특히 ‘강’에서는 초성 ‘ㄱ’이 오른쪽으로 넓어지면서 중성 ‘ㅏ’와의 속 공간도 조정되어 전체적으로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곁줄기 위치

    강릉시 BI에서는 곁줄기가 ‘강’의 ‘ㅏ’에서만 보이는데요. 필자는 한글에서 곁줄기의 길이와 위치는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중성 ‘ㅏ, ㅑ, ㅓ, ㅕ’ 계열은 초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초성이 위, 오른쪽, 아래 부분이 어떻게 열려 있는가에 따라 길이와 위치가 바뀔 수 있어요.

    ‘강’에서는 ‘ㄱ’의 세로획이 왼쪽 아래로 떨어지는 사선의 형태인데요. 사선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중성 ‘ㅏ’와 멀어져 속 공간이 더 커지는 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경우 중성 ‘ㅏ’의 가로 곁줄기가 커 보이는 속 공간을 시각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기둥 ‘ㅣ’의 중간이나 조금 아래 부분에 위치하는 것이 더 안정적으로 보일 것 같아요. 필자는 중간보다 더 아래로 조정해 보았어요.

    강릉시 BI ‘호리틱’ 버전

    자소 통일감

    글자 수도 많지 않고 복잡한 자소가 없는 강릉시 BI의 특징을 찾아본다면, 중성 세로기둥의 세리프와 초성의 꺾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미지를 보면 초성 ‘ㄱ, ㄹ’의 꺾임은 라운드로 되어 있고, ‘ㅅ’의 꺾임은 직선으로 되어 있어요. ‘ㄱ, ㄹ’의 라운드를 비교하면 ‘ㄱ’의 라운드가 조금 커 보이는 느낌이에요.

    필자는 좀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초성 ‘ㄱ, ㄹ, ㅅ’의 꺾임에 비슷한 크기의 라운드를 적용해 보았어요. 특히 ‘시’의 초성 ‘ㅅ’의 꺾임을 라운드로 표현했더니 날카로운 이미지에서 부드러운 이미지로 바뀌었어요.

    자간

    강릉시 BI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글자 수가 많지 않고, 복잡한 자소들도 없어서 필자는 상대적으로 한 덩어리로 보이도록 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첫 번째로 얘기했던 ‘자소의 크기’와도 연관이 있는 내용인데요. ‘ㄱ’의 폭을 넓히고 ‘ㅅ’의 폭은 조금 줄인 후,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이 글자의 간격인 ‘자간’이었어요.

    필자의 생각에는 초성 ‘ㄱ, ㅅ’이 사선으로 되어 있고, 속 공간의 크기도 달라 보여 시각적으로 분산이 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자간을 좁혀 한 덩어리로 보이도록 해 보았는데, 어때요?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강릉시 BI 원본(위)과 ‘호리틱’ 버전(아래) 비교

    지금까지 강원도 강릉시 BI를 살펴보았는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자 수가 많거나 복잡한 자소들이 많은 경우가 오히려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도 필자의 관점에서 나름대로 자세하게 주관적으로 호리틱 해 보았습니다. 다음 호리틱에서는 다른 분야의 BI로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BI 이미지 출처: 강릉시 홈페이지)

    윤디자인그룹, 산돌 등 다수의 폰트 회사를 거쳐 현재는 닥터폰트(DOCTORFONT) 대표로 있는 28년차 폰트 디자이너다. 폰트 제작, 한글 교육, 브랜드 개발 등 한글을 기본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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