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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에브리리틀씽’ 김지빈·이주승

    “회사명과 아이덴티티를 일치시키려고 해요. 크든 작든 작업마다 생명력을 담고 싶어요.”


    인터뷰. 인현진

    발행일. 2013년 03월 14일

    스튜디오 ‘에브리리틀씽’ 김지빈·이주승

    매일 작은 것 하나씩,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에브리리틀씽(every.little.thing). 이름부터 참 다정하다. 이십 대 초반부터 삼십 대 중반이 되기까지 15년 동안 청춘의 물살을 함께 헤쳐 온 이주승, 김지빈 디자이너. 친구와 동업으로 일하는 건 도시락 싸고 다니면서 말려야 한다고? 천만의 말씀. 그런 건 선입견에 불과하다. 책상도 나란히 두고 앉아 일할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는 이 두 사람한테는.
    ▶ 김지빈, 이주승

    유명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스튜디오를 내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열심히 일하긴 했지만 아쉬움이 있었어요. 저희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싶은 욕구도 많았고요. 다행히 둘이 잘 맞아요. 아직 1년밖에 안 돼서 그런가?(웃음) 일이 많아도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해요. 제때 밥은 꼭 챙겨 먹고(웃음). 이태원에 사무실이 있어서 좋은 건 여긴 사람 냄새가 난다는 거예요. 핼러윈데이 때 야식 먹으러 나가면 애들이 호박 쓰고 다니고(웃음).

    어떠세요? 막상 창업을 하시니까?

    장단점이 있어요. 회사에 있을 때는 해야 하는 일을 하면 월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결정해야 하니까 어려울 때도 있죠. 특히 세금이라던가(웃음). 지금도 세법을 모르겠어요. 디자이너의 두뇌로는 이해 불가능한 영역인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그런 게 재미도 있어요. 클라이언트를 직접 찾아가서 만나고 자유롭게 일 이야기도 나누니까 성취감은 더 높죠.

    그런데 막막하잖아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게 어디서부터 해야 할 지도 어렵고요.

    그렇죠(웃음). 일단 사무실을 낼 때는 꾸미는 것부터 손수 했는데 막상 차리고 나니까 할 일이 없더라고요(웃음). 하나가 끝나면 다음 일로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틈이 생길 때가 있어요. 예전 같으면 마감 휴가 내고 마음 편하게 쉬었는데 이건 뭐, 재충전이 재충전이 아니더라고요. 내일까지만 쉬어야 하는데 모레까지 쉬게 되면 어떡하지(웃음). 이런 스트레스가 있었죠. 지금은 그렇진 않아요. 다행이죠(웃음).

    사무실 이름을 에브리리틀씽이라고 지으신 이유가 있나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작은 일도 완성도 있게 정성을 들이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소중함을 갖고 싶어서고요. 다른 하나는, 근데 이거 얘기해도 될까?(웃음) 예전에 쇼핑몰 하다가 반년 만에 정리한 적이 있는데 그 이름이 바로….(웃음) 이름이랑 저희가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잘 맞는 것 같아요. 거창하게 하려고 하기보다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 캠퍼스10 매거진 (client : 소셜네트워크 / 디자인 : 에브리리틀씽)
    ▶ 체게바라 타이포그라피 (client : 아레나매거진 / 디자인 : 에브리리틀씽)
    ▶ 분홍굴착기 (client : 김창완밴드 / 디자인&아트웍 : 이주승
    )
    태초에 동굴 벽에 손으로 그림을 그렸던 누군가처럼 우리 안에는 자신의 손으로 가슴 속 무언가를 꺼내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억겁의 시간이 흘러도 꺼지지 않는 그 DNA가 한국의 두 디자이너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걸까. 그들은 기꺼이 손을 쓰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다. 세련된 감각을 유지하되 다정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에브리리틀씽의 작업은 손마디가 굴절되고 움직이며 손끝이 사물에 닿는 순간, 그때에야 비로소 탄생하는 어떤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세련되고 감각적인데 인간적이랄까,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작업이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에 컴퓨터가 없을 때 나왔던 디자인 작업을 보면 지금 봐도 멋있다, 할 때가 있어요. 손작업의 가치랄까. 최근에 했던 타이포그래피 작업이 있는데 솔잎을 따다가 글씨를 만들었어요. 이틀 동안 막노동을 했죠(웃음). 똑같이 컴퓨터 작업으로 했어도 가능했겠지만 아무래도 느낌이 다르니까요. 김창완 밴드의 분홍 굴착기 작업도 다 손으로 그린 거고요.

    신발 끈이랑 테이프로 타이포그래피를 한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상업지라 제약이 많긴 했는데 창간할 때라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이런 때가 있었어요.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 작업들이 많죠(웃음). 전체 페이지의 통일 코드를 잡으려고도 했지만, 실험도 많이 했고요. 종이도 태우고 매니큐어를 흘려보기도 하고. 지금 상업지에서 그렇게 작업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양념 같은 걸까나. 기본 음식에 후추 한 번 뿌려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잖아요.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요. 굉장히 단순한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체 분위기나 완성도를 전혀 다르게 만들죠. 후추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고는 하던데(웃음). 무언가 가미했을 때 풍미가 달라지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아트 디렉팅을 맡은 잡지마다 성격이 다 다르네요.

    그런 고민을 많이 해요. 무조건 디자이너가 자기 아이덴티티를 녹이는 것도 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대상에 맞는 최고의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어요. 한 가지가 통했다고 모든 작업을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건 거기에서 최선이었으니까 새로운 것에선 새롭게 해야죠. 간혹 그때 방식이 좋았다는 분도 계시는데 그건 그걸로 의미가 있는 걸로 생각하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죠. 그게 더 재미있고요.

    ▶ 김장프로젝트2012 (디자인 : 김지빈
    )
    ▶ tob 매거진 (디자인 : 에브리리틀씽)
    ▶ 신시아 앨범 (디자인 : 이주승)
    ▶ [좌] 잔다리 페스타 브로셔 (디자인 : 에브리리틀씽)  [우] 오페라갤러리 표지 
    (디자인 : 에브리리틀씽) 
    창조성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점점 인색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디자인에 대한 비용도 1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디자인에 대한 가치와 비용에 대한 생각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그러나 돈에 얽매이기보다 일에 가치를 두고 정성을 담으려 한다. 이들에게 디자인은 정수를 담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60대 7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는 최연장 디자이너로 남기를 바란다. 

    영화 포스터 작업은 어떠세요?

    군더더기 빼고 사진과 타이포그래피, 두 가지만으로 보여준다는 게 매력이에요. 2시간 넘는 영화를 단 한 장으로 표현하니까요. 누군가 만나서 한두 시간 얘기했을 때 첫인상과 다를 때가 있잖아요. 포스터도 그런 점이 있어요. 영화 내용과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독립적이고 다른 느낌이 묻어나죠. 포스터 작업을 하면서 그전까지는 노란색을 쓴 적이 없었어요, 영화가 황 된다고(웃음). 대놓고 한 번 노란색 포스터 만들어보자, 라고 했는데 우연히 흥행이 잘되어서 다행이다 싶은 적도 있었죠.

    에브리리틀씽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회사 이름하고 아이덴티티는 같이 가져가려고 해요. 크든 작든 프로젝트마다 생명력을 담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뜻이 맞으면 재능기부도 하고요. 어떤 일이든 정성을 들이면 나중에 봐도 감정이입이 돼요. 저희 원칙 중의 하나가 절대로 그래픽 재활용은 하지 말자예요(웃음). 지금은 매거진에 비중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는 포스터를 많이 하고 싶어요. 이것저것 넣어서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걷어낼 것을 다 걷어냈을 때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정수를 보여주는 게 좋아요.

    디자이너로서 인생의 주제가 있다면요?

    없었는데 이제부터 생각해봐야겠네요(웃음). 오히려 그런 걸 배제하는 것 같아요. 틀을 정해두면 갇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계절마다 음식이 다른 것처럼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느낌에 맞게 가려고 하죠. 20대에 했던 작업과 30대에 하는 작업의 느낌은 확실히 달라졌고요. 이거다, 라고 정해두고 죽으면 자서전 같은 책이라도 나오려나?(웃음) 그래서 굳이 정해두지 않는 걸로(웃음).

    지금까지 안 해본 것 중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저희 브랜드를 만들어서 가죽세공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게 우리가 가진 걸로. 1년 단위로 프로젝트 개념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가죽은 시간이 지날수록 멋이 드러나잖아요. 시간이 담겨 있다는 게 디자인의 가치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좋은 가죽 보고 다니고 있어요. 만드는 법은 이제 배워야 해요(웃음).

    ▶ 딜라이트 포스터 (client : 삼성딜라이트 / 디자인&아트웍 : 이주승)
    ▶ 전기뱀장어 최고의연애(client : 사운드홀릭 / 디자인&아트웍 : 에브리리틀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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