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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박우혁과 진달래

    예술공동체 ‘진달래박우혁’은 홍대앞으로 돌아와 〈아카이브안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2년 01월 27일

    디자이너 박우혁과 진달래

    디자이너 박우혁의 작품은 '글자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디자인에 맞게 배열된 구조적 형태의 글자 안에 '글의 감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타이포그래피)을 두고 '글자를 그린다'고 표현한다. 박우혁과 협업하는 아티스트 진달래의 에너지는 '따스하다'. 눈과 귀와 마음이 사람과 세상을 향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글자에 실린 이것(따스한 에너지)을 새로운 통로를 통해 함께 나누려 한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예술공동체로 소개하며 ‘진달래박우혁’이라 칭하고 있다.
    2011 타이포잔치 출품작 <manifesto>
    박노해의 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발췌한 이 작품은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의 구절, “지금은 일어서야 할 때 / 풀이 일어서야 할 때”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타이포그래피적으로 표현했다. 자세히 보면 특정 자음들이 기울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누군가 이를 두고 “자음들의 봉기”라는 댓글을 남겼다고 한다. 작품의 제목이 manifesto인 이유는 『아카이브안녕』의 선언문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박우혁이 홍대앞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10년 만이다. 가회동에 이어 집과 가까운 서초동에 작업실을 차렸던 그가 이곳으로 온 이유는 한마디로 줄인다면 ‘회귀본능’쯤 될까.

    2011년 10월, 『스트리트 H』 중

    진달래와 박우혁에게 홍대앞은 어찌 보면 고향 같은 곳이다. 오랫동안 떠나 있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심심해서다.(웃음) 주변에 디자이너는 우리뿐이었으니까. 홍대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이곳이 전시도 하고, 워크숍도 하고, 동네 아는 사람들 모여 얘기도 하고, ··· 뭐든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아카이브안녕〉이라는 프로젝트이기도 하고.

    〈아카이브안녕〉? 이름이 굉장히 특이한데···.

    ‘안녕’은 인사말로 쓰이기도 하지만 ‘평화’라는 뜻이 있다. 〈아카이브안녕〉은 평화라는 의미의 ‘안녕’을 ‘아카이브’하고, 또 나누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공간이 바로 ‘아카이브안녕’이고 활동하는 팀의 이름 또한 ‘아카이브안녕’(진달래·박우혁)이다.

    지금껏 타이포그래피에 비추어 작업해온 그는 지금 타이포그래피 잡지 발간을 계획 중이다.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타이포그래피로 바라보는 사회를 담고 싶다고.

    2008년 12월, 월간 『정글』 중

    지난해 〈아카이브안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비정기 신문 『아카이브안녕』 1, 2호를 발행했다. 특히 ‘김진숙과 크레인 85호’의 내용을 격문처럼 표현한 2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박우혁과 진달래, 두 사람 다 환경오염에 약하다. 특히 화학물질이나 약품에 알러지가 있어 몸이 먼저 예민하게 반응한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디자이너 역시 환경오염을 양산하는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닌가. 디자이너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고,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문제는 대부분 ‘개인의 문제’에서 시작된다. 개인의 문제가 하나둘 쌓여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문제라는 건 우리 ‘주변의 안녕’, 즉 ‘삶’에 관한 문제다.

    예를 들어 글자를 글자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 의미 없이 장식적으로만 사용하려는 태도를 갖는다면 글자는 단순한 기호로 전락하게 된다.

    2008년 12월, 월간 『정글』 중

    “타이포그래피는 ‘글자로 그리는 것’이다. 글자로 ‘그린다’고 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글은 이성적으로 배열되지만, ‘그림’이라는 감정이 보여야 한다. (···) 타이포그래퍼는 화자 혹은 글쓴이와 독자 사이의 매개이다. 그러므로 관건은 타이포그래퍼가 화자 혹은 글쓴이가 풀어낸 말 혹은 글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텍스트에 담긴 비밀들을 얼마나 많이 찾아낼 수 있는가, 이다.”

    2011년 10월, 『지콜론』 중

    그렇다면 외부(사회)의 문제보다는 미적인 부분을 중시하는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당연히 미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 한다.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소통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면 분명히 미적인 의미의 소통도 있다. 나 역시 미에 집착하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은 디자이너로, 한 사람의 개인으로 소통의 방법을 고민 중이다. 어쩌면 소통하려는 과정일 수도 있고.

    『IDEA』에 주목할 만한 한국의 타이포그래퍼 중 한 명으로 소개된 바 있는 박우혁은 익히 알려진 대로 영화 〈파이란〉, 〈시월애〉, 〈죽어도 좋아〉 등의 감각적인 작업을 통해 타이포그래퍼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12월, 월간 『디자인』 중

    009년인가, 어느 블로거가 박우혁은 ‘얄밉도록 디자인을 잘하는 타이포그래퍼’라는 글을 올렸더라. 너무 잘해서 정말 얄밉다고(웃음). 홍대, 스위스 바젤 디자인대학교를 졸업한 학력은 차치하더라도 수상 경력과 그동안의 작업만으로도 이미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분명 보다 화려한 길이 있었을 텐데···.

    재미가 없으니까. 디자이너라면 자꾸 새로운 걸 시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을 보이기 위해 자기표현은 필요하다. 그런데, 디자이너답게 보여야 하는 자기표현에 있어서 본인은 빵점에 가깝다. 멋지게 꾸미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꾸밀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기에 본인이 불편하다. 본인이 불편하다면 그건 클라이언트도 불편해질 것이다.”

    2004년 2월, 『디자인 정글』

    요즘 디자이너의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약 7년이 지난 지금,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소통에 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지.

    일을 하다 보면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 사이에 충분한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건 두 사람의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상황이나 사람, 외적, 내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지만 일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문제 없다.

    박우혁은 “한글은 한글다워야 한다”고 말한다. 한글이 만들어진 이유와, 구조, 특징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에 적합한 디자인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12월, 월간 『정글』 중

    “이제 한글에 대해 정말 알아내야 한다. 한국의 디자인은 매우 ‘그럴싸’ 해졌지만, 모두 관세를 내고 들여온 수입품이다. 디자이너는 ‘그럴싸한’ 디자인이나 하고, 비평가는 열광한다. 나는 오랫동안 한국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한국적인 것’을 입에 올리는 순간, 내 ‘그럴싸함’은 삼류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자리도 시간도 없는 것 같다.”

    2011년 10월, 『지콜론』 중

    한국적인 것을 의도적으로 피해왔다고 했지만 한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분명해 보인다. 아카이브안녕, 특히 박우혁에게 한글 타이포그래피는 무엇인가?

    알파벳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성적, 논리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글에는 논리도, 이성도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글이니까. 요즘은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럴 때면 마치 글자가 말을 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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