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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피티 아티스트 ‘홍삼’

    거리를 넘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스트리트 보이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5월 09일

    그래피티 아티스트 ‘홍삼’

    참으로 순수하다. 소년에서 청년이 되는 과도기. 예술가에게 과도기란 슬럼프가 될 수도, 끊임없는 도약이 될 수도 있다. 거리의 먼지가 맛있다고 표현하는 아티스트 홍삼. 그는 지금 '그래피티 아티스트'란 한계를 뛰어 넘어 '아티스트'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를 부정하거나 터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를 기억하며 확장하고 다른 작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고 있을 뿐. 지금 홍삼의 모습은 나의 모습, 혹은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

    홍삼의 뜻

    2002년 대학 새내기 시절, 동아리 선배들이 지어준 별명이에요. 당시 홍삼이 건강식품으로 유행이었는데, 저의 이미지와 본명(김홍식)이 홍삼이라는 명사와 재미있게 매칭이 되었나 봐요.

    홍삼이 소개하는 홍삼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시작했지만, 그동안 그래피티라는 이름에 묶여 한계가 설정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지금은 아티스트 홍삼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활동

    2006년 군 제대 후 휴학을 하고 ‘스트리트 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대도시를 살아가는 소년의 외로움, 일종의 페르소나였고 그것을 통해 세상과 대화하고 싶었지요. 이후 그래피티에 대해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체험하고자 노력했는데요, 2010년에는 ‘스트리트 보이’로 첫 개인전을, 한글과 전통문양에 대한 관심을 풀어낸 것으로 자체 기획전을 치렀습니다. 2012년에는 그래피티 초창기 멤버이자 저의 예술적 스승이었던 찰스 장을 만나 1년을 동고동락하며 개인전, 단체전을 열었어요. 그분은 숨어 있던 저를 세상으로 끌어내 준 존재이자 저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이에요. 그리고 지금은 그래피티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 Street Boys
    ▶ [왼쪽부터] 스트릿보이_세월의 흔적(2006)  ㅣ  도쿄-롯본기(2007)  ㅣ  서교동 골목(2011)
    ▶ graffiti wizard (캔버스에 스프레이페인트 / 2012)
    ▶ [좌] Party 1999 poster  [우] Soul of street (패널에 스프레이 / 76x106cm / 2011)
    ▶ 스트릿보이 제품들 (2011) [왼쪽부터] 스트릿노트  ㅣ  스티커세트 패키지ㅣ  티셔츠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2009년, 저와 저의 그래피티 크루 맴버들은 한국의 온건한 분위기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있었어요. 그래피티의 기본 핵심인 ‘바밍(Bombing)’, 즉 불법적이며 위험을 무릅쓴 작업을 중요하게 인식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봉고를 한 대 빌려 낮에는 모두 모여 자고 밤엔 그것을 타고 나가 서울 곳곳에 그래피티를 남겼지요. 무려 한 달 동안이요.(웃음) 특히 구로역에서의 그래피티. 그곳은 전철 고압선 위를 지나는 구름다리가 여러 개 있는데, 높이와 전선도 위험 요소였지만, 역무원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역사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작업이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유치할 수 있는데, 그때는 “이래야 진짜 예술이고 진짜 남자다~!”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거리’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나

    2006년 군 제대 후 처음 맞이한 여름이 그래피티에 가장 열중하던 때였어요. 당시 작업을 하며 벽 앞에서 사발면을 먹던 순간이 정말 행복했죠. 비록 길바닥에 앉아 있었지만 매우 편한 느낌. ‘길거리 갤러리’라는 말을 제가 만들었는데요, 그 자체가 자유로움이에요. 저에게 길거리는 생활에서 벗어난 것, 서민적인 것, 젊은 것, 어린애들이 노는 곳이에요. 힙합 문화의 근원지이기도 하고요. 정말 좋죠. 먼지가 맛있고. 하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들어가고 싶어요.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요.

    ▶ 구로역 그래피티 (2008)
    ▶ [왼쪽위부터 반시계 방향]
    압구정 토끼굴 (2008)  ㅣ  Hong3 (스프레이페인트 / 2008)  ㅣ  길거리갤러리 (스프레이페인트 / 2009)  ㅣ  길거리 (합판에 스프레이페인트 / 2010)

    요즘 최고의 관심사

    그래피티가 내포한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해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여러 가지로 모색하고 있어요. 그 속엔 한글 스타일에 관한 연구나 행위로서의 그래피티와 예술성의 접점에 대한 실험, 예술에서의 철학 혹은 이론적인 측면과 이윤 추구의 상호 작용 여부도 연구하고 있고요. 이렇게 끊임없이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을 제 예술의 근간으로 삼고 싶어요. 뿌리가 깊어지도록요.

    홍삼이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은?

    반대되거나 상호 이질감이 있는 개념의 공존을 담고자 해요. 아이러니 혹은 블랙 코미디 같은. 모든 작업에 투영시킬 수는 없지만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사실 그동안 전천후의 작업을 해왔어요, 영상, 조각, 편집 디자인, 만화, 심지어 기자 생활까지도요. 이런 다양한 경험의 융합은 새로운 작업의 시작이기도 해요.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이디어에 대한 굳건한 믿음.

    ▶ [좌] 홍삼  [우] 2013 전주비보이그랑프리 기념티셔츠 디자인
    ▶ 스트릿라이프 (스프레이페인트 / 2013)
    ▶ 레드불F1 Art Show (2012)

    그 아이디어는 어디로에서 시작되나

    과거의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고대 문양, 신전, 단청에서 영감을 받죠. 또, 인문학이나 역사책을 좋아하는데요, 결국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이야기잖아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서 관찰하고 때론 꿰뚫어 보기도 하죠. 저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지만 반대로 사람들에게 의견 물어보는 것도 좋아해요. 보수적이지만 유연할 때도 있고. 이런 반대되는 내면의 공존이 아이디어에도 반영되는 거예요.

    타이포그래피나 한글에 대한 생각

    현재 스트리트 아트의 개념과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래피티는 타이포그래피의 변형된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어릴 땐 한글이 디자인적으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제 경우엔 미학적인 면보다는 생활적인 측면으로 설득됐죠.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거니까.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 문물에 대한 무차별적인 신봉의 때가 씻겨 나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단청 한글의 경우 우리에게 있어 결국 너무 고루한 것이잖아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송출 방식이 새로워지면 그걸 보는 시각도 분명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시도하고 있고 계속할 예정이에요.

    앞으로의 계획

    오는 6월 한 달 동안 서래마을 카페 더 페이지에서 개인전을 열어요. 계속 말씀드렸지만 그래피티에서 좀 더 확장된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준비하고 있죠. 길거리를 갤러리로 떼어온 것처럼 여러 조각의 벽을 파편처럼 모아서 유물처럼 전시할 예정이에요. 그래피티는 그동안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미련을 버리겠다는 의지, 하지만 극도로 사랑한다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죠. 아티스트로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해요. 그리고 8월경에는 스트리트 보이 모바일 게임이 출시될 예정이에요. 나의 분신이 거리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 확장된 느낌이죠. 정리와 시도가 점철되는 전환점의 한 해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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