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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원의 한글 이야기 #1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글, 그 까닭은?

    앞으로 몇백 년 후 지구가 고도산업사회에 접어들고, 외계 생명체와도 교류를 활발히 하게 되어 지구의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너도나도 다 지구의 대표를 하고자 하는바 무엇을 기준으로 대표를 선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인류는 고민하게 되었다.


    글. 박창원

    발행일. 2013년 06월 03일

    박창원의 한글 이야기 #1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글, 그 까닭은?

    앞으로 몇백 년 후 지구가 고도산업사회에 접어들고, 외계 생명체와도 교류를 활발히 하게 되어 지구의 대표를 선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너도나도 다 지구의 대표를 하고자 하는바 무엇을 기준으로 대표를 선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인류는 고민하게 되었다. 그때 어느 종족인가가 제안하기를, “인류가 문명을 일으켜 만물의 영장으로 살고 있는 것은 ‘언어와 문자’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인류에게 보편적이고 천부적인 것이니까 문자로써 지구의 대표를 선출하자.”고 하였다. 이에 특별히 반대할 명분이 없기에 다들 동의하였다. 그래서 첫 번째 기준 “스스로 만든 문자를 사용하는 종족을 대표로 뽑자.”고 하자 지구의 수천의 종족 중 단 두 종족만 남게 되었다. 중국의 한족과 한국의 한족. 다시 두 번째 기준 “사용하는 문자를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종족을 대표로 하자.” 이에 한국인은 지구를 대표하는 종족이 되었다.

    21세기 현재 지구상에는 수많은 문자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중 널리 사용되고 있는 문자는 로마 문자와 키릴 문자이다. 아랍과 인도 그리고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독자적인 문자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UNESCO)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1990년부터 문맹 퇴치에 공헌한 이들에게 수여하는 상의 이름을 세종문맹퇴치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라 하고, 세계적인 언어학자 매콜리(J. McCawley) 교수는 20여 년 동안이나 한글날을 손수 기념하고 있고, 세계적인 문자학자인 영국의 샘슨(G. Sampson) 교수는 “한글이 과학적으로 볼 때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라고 하는 등 세계적인 학자들이 한글을 찬양하고 부러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알기 때문이다.’

    한글(만들 당시의 이름은 ‘훈민정음’이었다.)은 조선의 제4대 임금이었던 세종이 재위 25년 12월에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문자 ‘훈민정음’을 창제하였다. 그리고, 정인지, 성삼문 등 당시 집현전 학사들을 시켜 훈민정음을 창제한 근거와 원리를 성리학적인 원리와 연관시켜 〈훈민정음〉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세종 28년 9월에 반포한 것이다.

     세종대왕 동상(플리커 rreckoner CC BY-NC-SA)

    둘째,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기 때문이다.’

    세종은 인간이 내는 소리를 관찰하고 그 이치를 밝히는 동시에, 당시의 성리학적인 지식을 동원하여 만든 것이다. 한국인이 외국어를 배울 수 있고,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든 인간이 비슷한 발음을 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입술과 혀를 이용해서 소리를 낸다. 아래쪽에 있는 입술과 혀를 움직여서 위에 있는 입술, 이. 잇몸, 앞쪽 입천장, 뒤쪽 입천장 등에 접근하여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세종은 이것을 정확하게 관찰하여 소리를 만든다.

    셋째, ‘제자원리에 의해 문자를 보면 소리의 관계를 예측할 수 있다.’

    초성 중 ‘ㅁ’의 소리는 두 입술이 붙어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이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입술에서 소리가 나되 ‘ㅁ’보다 센소리는 ‘ㅂ’으로 만들고, 이보다 센소리는 또 획을 더하여 ‘ㅍ’을 만들었다. 혀가 위의 잇몸에 닿는 모양으로 ‘ㄴ’을 만들고 여기에서 나되 이보다 센소리는 획을 더하여 ‘ㄷ’으로 만들고, 이보다 더 센소리는 또 획을 더하여 ‘ㅌ’을 만들었다. 혀의 뒷부분이 연구개에 닿는 모양으로 ‘ㄱ’을 만들고, 이보다 센소리는 획을 더하여 ‘ㅋ’을 만들었다. ‘ㅅ’은 이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 모양에서 소리에 따라 획을 ‘ㅈ’과 ‘ㅊ’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ㅇ’은 목구멍의 둥근 모양을 본뜬 것이다. 이 모양에서 ‘ㆆ’, ‘ㅎ’ 등을 만들었다.

     ‘ㄴ, ㄷ, ㅌ’의 제자 과정

    이러한 제자 원리 때문에 같은 모양을 공유하고 있으면 같은 위치에서 발음되고, 소리의 모양이 복잡하면 소리가 세다. ‘ㄴ, ㄷ, ㅌ’의 제자 과정을 보이면 ‘ㅇ’과 같다.

    모음은 기본적으로 하늘(ㆍ), 땅(ㅡ), 사람(ㅣ)을 상형한 것이다. 이 세 글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간다. 기본자 중 점의 형태인 ‘ㆍ’가, 서 있는 모양인 ‘ㅣ’의 좌우에 결합하여 ‘ㅏ, ㅓ’를 만들고, 누워 있는 모양인 ‘ㅡ’의 아래위에 결합하여 ‘ㅗ, ㅜ’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다시 점을 하나씩 더 더하여 ‘ㅑ, ㅕ, ㅛ, ㅠ’ 등이 만들어진다. 이와 달리 선을 한 번씩 더하여 만든 것이 ‘ㅐ, ㅔ, ㅚ, ㅟ’가 된다. 이렇게 이미 만들 글자들을 다시 조합하여 합하여 모음 글자들이 완성되는 것이다. 모음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모음을 만드는 과정

    넷째, ‘현대의 정보화에 아주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휴대폰에서 문자를 입력하는 과정은 훈민정음의 창제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자음과 모음을 구분하여 오른손과 왼손으로 번갈아가며 입력하는 것은 입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된소리의 입력을 평음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기억과 효율성을 높여 주고, 모음의 중복된 조합에 의해 복잡한 모양의 모음을 입력할 수 있는 것도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 그 자체를 응용한 것이다. 이렇듯 문자를 만든 원리가 현대의 정보화에 그대로 활용되는 것은 한글밖에 없다.

    다섯째, ‘한글 창제는 세계 문자사를 새롭게 쓰게 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든 문자의 역사에서 한글 창제의 의의는 각별하다. 한글의 창제는 일차적으로 고유한 문자가 없던 우리 민족이 독자적인 문자를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이차적으로는 인류의 만든 문자의 역사가 음소문자의 단계를 넘어 자질문자에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로마 문자나 키릴 문자(그리스 문자) 등의 음소 문자의 단계를 넘어 자질 문자를 인류가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훈민정음이라는 책은, 인류의 역사상 문자를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들었는지 기록해 놓은 유일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문자 제자의 원리를 기록해 놓은 인류의 유일한 보물이다.

    (좌) 사진 출처: 플리커 sunflower chocolate CC BY-NC-SA  / (우) 한글 조형물(플리커 sunflowerchocolate CC BY-NC-SA)
    박창원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학을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으며, 
    한국어세계화재단 운영이사, 국립국어원 어문규범연구부장을 지냈다. 
    〈훈민정음〉, 〈중세국어자음연구〉 등 100편 내외의 연구업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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