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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체 이야기] 종로구 한글특화거리 ‘영문 간판, 한글 간판’ 비교

    길을 걷다 보면 영문으로 써있는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안국역 근처는 조금 다르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5년 12월 11일

    [서체 이야기] 종로구 한글특화거리 ‘영문 간판, 한글 간판’ 비교

    길을 걷다 보면 영문으로 써있는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안국역 근처는 조금 다르다. 지난번 소개했던 것과 같이, 종로구에서 인사동을 중심으로 한글특화거리를 조성하는 방침을 따라 시행했기 때문인데, 간판은 한글로 표시해야 하고 외국 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한글과 병기해야 한다고 한다.(참고 기사 바로 가기) 그래서 종로구 안국역 근처를 둘러보면 특히나 한글로 된 간판들이 많다. 

    → 관련 기사: 인사동에서 발견한 한글과 영문 간판의 차이(바로 가기)

    안국역 2번 출구, 출처: 다음지도 로드뷰 2015년 8월 촬영

    자 한번 볼까?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이런 거리가 펼쳐진다. 2, 3층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가게들이 길을 따라 양쪽으로 쭉 늘어서있는데, 낯익은 상점들이 보인다. 사진 왼쪽 한 켠에 24시간 열려있는 편의점이 보인다. 좀더 가까이 가서 볼까?

    GS25 한글 간판

    아닛! 한글로 ‘지에스25’라고 적혀있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습이 아니다! 원래 작년 이맘때에는 우리가 아는 그 영문 간판 그대로였었는데, 올해 새로 한글간판으로 바꾼 것 같다. 한글화된 간판에는 영어 발음 그대로 ‘지에스’라고 간단하게 써있고, 글자 형태는 제목용 고딕체(산세리프) 형태이다. 원래 로고의 알파벳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산세리프 형태이기 때문에, 한글도 깔끔한 고딕체를 쓴 것으로 보인다. 숫자는 기존 숫자를 그대로 썼다.

    [좌] 기존 영문 간판 [우] 한글 간판의 모습

    그런데 위 이미지에서 살펴볼 수 있다시피 한글 글자들의 사이 공간이 알파벳에 비해 굉장히 좁다. 그리고 글자의 속공간도 굉장히 좁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글자 ‘에’가 다른 두 글자에 비해 획수도 많아서 더 좁아 보이기도 하다. 이 간판은 돌출간판으로 글자의 외곽선을 따라 재단되어 있다. 그래서 ‘에’와 같은 경우에는 중성(모음)의 곁줄기 부분이 너무 가늘어서 외곽선 그대로 재단할 수 없어서 하얀 공간을 곁줄기 위아래로 더한 후 재단한 것으로 보인다. 간판을 좀더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하얀 공간을 줌으로 인해서 멀리서 보았을 때 ‘에’가 아닌 ‘예’로 잘못 읽힐 가능성이 있었다. (필자는 실제로 ‘지예스’라고 써있는 줄로 알았다. 가뜩이나 한글로 되어있는 것도 낯설었는데 글자도 ‘예’라고 읽히니…. 무슨 ‘GS25’의 아류 상점, ‘지예스25’인 줄 알았다)

    배스킨라빈스31 한글 간판

    자, 이 지에스25를 지나치면 서른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 가게, 배스킨라빈스31이 보입니다. 하얀 간판에 배스킨라빈스 고유의 색이 보입니다. 배스킨 씨와 라빈스 씨의 앞머리 글자를 따서 만든 ‘BR’ 로고에 31을 표현한 센스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런데 이곳 역시 영어가 아닌, 한글로 변신했네!

    [좌] 기존 영문 간판 [우] 한글 간판의 모습

    기존의 배스킨라빈스 로고와 한글 로고를 살펴볼까? 기존 로고에 쓰인 영문(라틴 알파벳) 서체는 에미그레(émigré)가 만든 Variex(1996)라는 폰트와 매우 유사해 보인다.(http://www.myfonts.com에서 판매 중) Variex는 라이트(Light), 레귤러(Regular), 볼드(Bold) 이렇게 세 가지 굵기로 되어 있는데, 굵기 상으로 보아 레귤러가 로고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Variex를 보게 되면 S가 마치 인테그랄 기호(∫)처럼 보이는데, 아마도 식별성을 좀더 높이기 위해서 배스킨라빈스 로고에서는 s의 형태를 기존 우리의 눈에 익숙한 곡선의 s로 변형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좀더 상큼, 발랄하게 톡톡 튀는 느낌을 주고자 전체적으로 글자들을 리듬감 있게 배치하였다. 글자들마다 각자 각도를 주어서 글자의 중심축이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에 반해 한글 로고는 다소 정돈되어 보이는 조합형(특히 세벌체) 한글의 모습이다. 글자 자소들이 상단 중심으로 배열되어 있어서 윗줄은 흔들리지 않는 시각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글자 구조의 특성 상, 조합형(특히 세벌체)이기에 받침이 없는 글자와 있는 글자의 하단선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그래서 보시는 바와 같이 하단선에서 리듬감을 느낄 수가 있다. 알파벳에서처럼 글자의 중심축을 변화시키지 않더라도 글자 구조 자체에서 리듬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젊고 발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던킨도너츠 한글 간판

    자, 배스킨라빈스 건너편, 즉 안국역 2번 출구와 3번 출구 사이에 또 하나의 한글간판이 보인다. 바로 던킨도너츠. 던킨도너츠의 영문 로고타입은 프랑크프루트(Frankfurter)라는 폰트가 사용됐다. (폰트 이름이 소시지 이름과 동일하다. :-)) 획의 굵기가 도톰하며 글자 획의 끝부분이 동글동글하다. 특히 대문자 O는 정원의 형태로 되어있어서 동그란 도너츠를 연상시킨다. 던킨도너츠라는 브랜드와 정말 잘 어울리는 서체라 볼 수 있다.

    [좌 기존 영문 간판 [우] 한글 간판의 모습

    자, 한글로 만든 로고는 어떻게 보이는지? 라틴 알파벳과 한글은 구조적으로 너무 다른 글자이기 때문에(라틴 알파벳 – 음소글자, 한글 – 음절글자) 영문 로고에서 나오는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는 힘들다. 그래도 최대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 같이 보이는데, 알파벳의 동글동글한 이미지를 담기 위해 한글에서도 마찬가지로 각 획의 마무리를 동그랗게 처리했고. 알파벳의 모난 곳이 없는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한글에서도 자음 ㄷ과 ㅋ, ㄴ 등의 꺾임 부분에 곡선을 가미해주었다. 

    [좌] 던킨 한글 로고 [우] 일반적 한글 고딕체

    특이한 것은 ‘킨’의 초성 ㅋ인데요, 보통 ㅋ의 덧줄기는 직선의 형태로 표현되지만, 여기서는 덧줄기가 동그란 원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원을 보면 먼치킨(조그맣고 동그란 도너츠, 던킨도너츠의 메뉴) 혹은 킨사이다(킨사이다의 ‘킨’에서도 저렇게 덧줄기가 동그랗다)가 생각난다.

    [좌] 던킨 한글 로고 [우] 일반적 피오피 글씨체, 출처: 사단법인한국문화센터(바로 가기) 

    그리고 다른 글자 ‘도’를 보면 이 글자도 조금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여기서 사용된 기법은 주로 P.O. P(피오피, Point Of Purchase) 글씨체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글자에서는 초성 ㄷ과 중성 ㅗ를 합치거나 따로 떼거나 하는데, 피오피 글씨체에서는 글자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낱글자(초·중·종성)를 모두 표현한다. 특히 중성(모음)은 일반적으로는 초성에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피오피 글씨체에서는 주로 중성이 초성을 덮기도 한다. 던킨 로고의 ‘도’에서도 초성보다는 중성을 더 표현하기 위해서 초성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아예 겹치는 부분을 오려내어 경계선을 여백으로 표현해냈다. 그런데 또 다른 글자 ‘너’에서는 초성과 중성을 합쳐서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던’과 ‘킨’의 속공간(하얀 여백)이 주는 느낌을 ‘도’에서도 주기 위해 일부러 한 것 같은데, ‘너’와 ‘츠’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으니 조금은 아쉽다. 

    자, 마지막 보너스로 또 하나의 간판을 볼까 한다. 이 곳은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나와서 앞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길 모퉁이에 있는 건물 2층의 카페, 바로 탐앤탐스. 정말 정직하게 ‘탐.앤.탐.스.커.피’라고 써있다.

    기존 영문 로고가 큰 특징이 없는 산세리프체로 되어있으면 한글 로고 또한 한글 고딕체로 바뀌어진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 탐앤탐스도 그런 경향의 간판이다. 한글 고딕체는 눈에 띄는 특징 없이는 어느 폰트회사의 어떤 고딕체인지 알기가 쉽진 않다. 그러나 필자가 이 기사를 위해 찾아본 결과! 필자의 다니는 윤디자인연구소의 윤고딕330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간판에 쓰인 서체와 실제 윤고딕330을 비교해본 결과 동일한 특징을 볼 수 있다. 고딕체의 특징은 주로 초성에서 알아볼 수 있다. 초성 ㅌ과 ㅋ, ㅍ에서 윤고딕의 특징을 발견해냈다. (그림의 동그라미 표시 참고) 초성 ㅌ, ㅍ의 이음줄기를 보면 컷팅된 형태가 수직형태이다. 그리고 초성 ㅋ의 덧줄기가 약간의 곡선이 가미된 사선으로 되어있다. 

    이렇게 글자의 세부 특징을 이야기해도 잘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필자의 변변치 않은 포토샵 실력을 발휘하여 윤고딕330으로 간판의 형태처럼 한번 만들어 보았다. 이렇게 보니 어떤가? 더 똑같아 보이는지.

    우리 주변에 보이는 여러 간판들, 영문 로고도 좋지만 이렇게 한글화된 간판도 색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다. 한글특화거리가 안국역 일대 뿐만 아니라 경기도 여주시 중앙로도 있다고 한다.(참고 기사 바로 가기)  전국 곳곳에 이런 한글 특화거리가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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