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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체 이야기] ‘스텐실 폰트’를 아시나요? 스텐실 기법 활용한 새해 카드 만들기

    새해가 벌써 12일이나 지났다. 작년 한해 숨가쁘게 달려왔다면 잠시 속도를 늦추고 우리 주위를 바라보면서 여전히 곁에 있어 주는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날들이 되면 좋겠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6년 01월 12일

    [서체 이야기] ‘스텐실 폰트’를 아시나요? 스텐실 기법 활용한 새해 카드 만들기

    새해가 벌써 12일이나 지났다. 작년 한해 숨가쁘게 달려왔다면 잠시 속도를 늦추고 우리 주위를 바라보면서 여전히 곁에 있어 주는 고마운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날들이 되면 좋겠다. 그래서 준비했다! 새해 안부 카드를 만드는 또 하나의 방법. 학창시절에는 형형색색의 종이를 자르고 붙이면서 카드를 만들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만들어진 카드를 사거나 아예 카드를 쓰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올해는 감수성 풍부한 모습을 다시 찾기 위해, ‘특별한’ 카드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 이 기사는 윤디자인그룹 공식 블로그 ‘윤톡톡’에 포스팅한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원문 보기)

    바로 스텐실(stencil) 기법을 이용한 카드이다. 스텐실은 실크스크린과 같이 공판화(孔版畵)의 한 종류이다. 즉, 판에 그림 대로 구멍을 뚫고 그 위에 물감을 찍는 판화인 것.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판화(목판화, 고무 판화 등)와는 다르게, 밑그림과 찍혀 나오는 그림의 좌우가 바뀌지 않는 게 장점이다. 밑그림 그릴 때 좀 더 수월하다는 얘기. 스텐실은 아래 이미지 처럼 뚫린 판만 있으면 단색 혹은 다색으로 칠하기만 하면 되니까 굉장히 수월하다.(밑그림을 뚫는 과정이 관건이긴 하지만….) 그래서 하나의 판으로 그대로 복사복사복사, 다작(多作)이 가능해진다.이런 수월함 때문에 유명한 영국의 그래피티 예술가인 뱅크시(Banksy)도 스텐실 기법을 사용하여 도적같이 나타나 세상에 자기 생각을 알리고 도적같이 사라지곤 한다. 

    뱅크시 작품, 출처: [좌] www.discogs.com(바로 가기)  [우] pixabay.com(바로 가기) 

    그럼 이제 우리도 뱅크시(Banksy)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을 담은 스텐실 카드를 정성스레 만들어 볼까? 준비물의 정석은 다음과 같다.

    밑그림, 스텐실 필름(OHP 필름), 칼, 칼판, 아크릴 물감(사용할 색별로 준비), 스텐실 붓 혹은 스펀지(사용할 색별로 준비하는 게 좋다), 카드 종이, 접착 테이프, 팔레트

    스텐실을 계속하실 분들은 전용 필름을 사서 써도 좋을 것이나, 필자는 이번만 할 것 같으니 최대한 집에 있는 물품을 사용하여 만들었다(스텐실 필름 같은 것들은 OHP 필름이나 많이 두껍지 않은 못 쓰는 책받침, 비닐 파일, 혹은 시트지도 상관없다).

    스텐실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밑그림이 필요하다. 필자는 폰트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그림이 주된 카드가 아니라 글자가 주된 카드를 만들려고 한다. 특히나 윤디자인그룹의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윤폰트를 사용하여 카드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필자에게 주저 없이 낙점된 폰트는 바로, 머리정체2의 네이비이다.

    머리정체2의 네이비입니다, 참고: 네이비 소개 페이지(바로 가기)

    머리정체2의 네이비는 일단 굵다. 그리고 획의 끝 부분에 약간의 굴림 효과도 들어가 있다. 묵직한 둥근 세로 기둥을 보다 보면, 코끼리 다리 같은 느낌이 들어 귀엽다. 필자가 ‘애정 하는’ 폰트 중 하나이다. 자, 그래서 필자는 이 네이비를 가지고 크리스마스 혹은 새해에 걸맞은 문장을 쓸 것이다.(이 글을 쓴 시점이 크리스마스 전이므로)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문장 말고, 이렇게 던져본다. ‘축 성탄’, ‘복’. 간결하고도 강렬하게 한두 단어로 간다. (밑그림을 우리가 손수 칼로 다 파내야 하므로 최대한 크게, 그리고 글자 수는 웬만하면 간략하게 정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손가락이 나갈지도…. T_T) 

    글자만 있으면 심심하니 크리스마스 포인트로 새벽종과 산타 할아버지의 모자를 살포시 넣어본다. 그리고 흰 바탕의 엽서에 색으로 글자를 꾸밀 것이기 때문에 미리 색을 입혀보았다. 그래서 이렇게 밑그림이 완성되었다.

    네이비와 크리스마스 이미지로 꾸며본 크리스마스 카드 밑그림

    이렇게 바로 잘라 내버리면 좋겠지만, 여기서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게 바로 스텐실 기법을 사용할 때 알아야 할 ‘특징’이자 ‘주의점’. 필자가 쓴 문장에서 자음 ㅂ과 ㅇ이 쓰였는데, 밑그림의 외곽선을 잘라줘야 하므로 이렇게 (ㅁ) ㅂ, ㅇ처럼 외곽선 안에 또 선이 있는 구조는 또 다른 조치를 취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가운데가 뻥~ 뚫리게 되는 것.

    [좌] 닫혀진 외곽선 안에 또 다른 선이 있는 구조인 ‘보’ [우] 외곽선 대로 잘라버린 모습

    그래서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획을 잘라주는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ㅂ의 가운데 획을 잘라주었다. 그리고 원래 네이비의 형태에 맞게 살짝 둥글게 깎아주었다. 

    [좌] 닫혀진 외곽선 안에 또 다른 선이 있는 구조인 ‘보’ [우] 안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획을 잘라준 ‘보’

    필자처럼 기존 (한글) 폰트를 변형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자음 ㅁ, ㅂ, ㅇ, (ㅍ), ㅎ, ㅃ과 같은 형태를 작업자의 마음에 맞게 획 일부분을 잘라주면 된다. 그러면 외곽선대로 잘라내 버려도 안쪽 공간까지 모두 표현할 수 있으니 제대로 읽힐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스텐실 기법에 사용되는 글자의 특징이다. 

    여기서 잠깐, 스텐실 폰트에 대해 알아보고 넘어갈까?

    위와 같은 특징을 이용하여 아예 폰트로 만들기도 한다. 주로 라틴알파벳 폰트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폰트 판매 사이트에서 ‘stencil’로 검색하면 여러 종류의 스텐실 폰트가 보일 것이다. 윤디자인그룹의 온라인 스토어 폰코(http://font.co.kr)에서도 스텐실 폰트를 판매하고 있다.

    폰코에서 판매 중인 스텐실 폰트 일부, ‘A’만 보아도 획을 잘라내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라틴알파벳(대문자의 경우)에서는 A, B, D, O, P, Q, R에서 획을 잘라내 주면 되는데, 위 폰트들을 보면 굳이 안 잘라도 되는 C나 E, F 등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것들은 아마도 글자들끼리 이미지 적으로 유사하게 보이기 위하여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글자와는 색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층 더 빈티지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폰트들은 꼭 스텐실 할 때 사용하지 않아도 그냥 그 자체로 사용해도 멋스럽다. 형태로 인해 마치 스텐실 기법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난다고 할까? 그래서 간혹 유명한 라틴알파벳 폰트들도 글자 가족 내에서 스텐실 버전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아래는 폰트샵에서 찾은 유명한 쿠퍼 블랙이나, 푸투라, 보도니, 클라렌던의 스텐실 버전이다. 

    Fontshop(https://www.fontshop.com/)에서 판매하고 있는 스텐실 폰트 

    자, 이렇게 밑그림이 완성되었다. 필자는 OHP 필름도 없고 스텐실 용지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못 쓰는 책받침도 없다! 그래도 저는 낙심하지 않고 제 서랍을 샅샅이 뒤져서 책받침과 같은 PP 재질의 엽서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 엽서에 밑그림을 붙이고 칼로 까만 선을 따라 그림을 잘라내 주었다.

    밑그림을 다 도려낸 판

    이제 판이 준비되었으니 카드 종이를 꺼내 판 밑에 위치를 잘 맞추어 붙여준다. 그리고 분홍색의 아크릴 물감을 팔레트에 조금 짜서 스텐실 붓(혹은 스펀지)에 묻혀준다. 그리고 다른 못 쓰는 종이에 살짝 찍어서 물감의 농도 조절을 한 후에, 세차게 두드려 준다(단, 이때 종이와 판이 바닥에 잘 고정이 되어있지 않으면 두들기면서 종이가 움직일 수도 있다).

    [좌] 손이 보이지 않게 두들기는 중 [우] 다 찍은 상태

    자, 이제 한번 판을 떼어볼까? 제일 떨리는 순간이다. 두근두근~~!

    완성! 첫 솜씨치고는 괜찮지 않나?(왼쪽 사진에 붓털의 흔적이…. 온 힘을 다해 두들긴 증거이다)

    이렇게 해서 하나가 완성되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 이 아니다. 스텐실의 장점은, 같은 그림을 여러 장 뽑을 수 있다는 것. 팔의 힘이 허락하는 데까지 만들 수 있다. 필자도 이 글 쓰면서 5장 정도 만들었는데 한 스무 개 정도 더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번 겨울은 이렇게 직접 카드를 만들면서 주변 지인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함을 전해보면 어떨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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