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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루노 무나리의 <예술로서의 디자인>

    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가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칭한 브루노 무나리(이하 무나리)의 <예술로서의 디자인>은 그의 일기와도 같은 책이다.


    글.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1월 16일

    브루노 무나리의 <예술로서의 디자인>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일처럼 흥미로운 것이 또 있을까? 개인 삶의 보고(寶庫)와도 같은 이것은 소소한 일상부터 깊고 깊은 내면의 다른 모습까지 종종 드러내 보는 이로 하여금 깜짝깜짝 놀라게도 한다. 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가 ‘현대판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칭한 브루노 무나리(이하 무나리)의 <예술로서의 디자인>은 그의 일기와도 같은 책이다.

    1907년 밀라노에서 태어난 무나리는 화가이자 조각가, 디자이너, 그래픽 미술가, 교육가, 저술가로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남기고 1998년 생을 마감했다. 1927년 청년 무나리는 20세기가 문명의 대전환기임을 직감하고 화가로서 ‘미래파 화가 33인전’에 참가했고, 1948년에는 MAC(구체미술운동) 단체를 결성하는 등 당대 이탈리아의 많은 실험미술가 중 가장 활동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디자이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작업 경력 과정에서 겪었던 예술과 대중 사이, 그 본질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무나리. <예술로서의 디자인>에서 그 변모의 까닭을 알 수 있다.

     [좌] 정면에서 바라본 사람 얼굴의 여러 모습  [우] 마리오 데 비아시가 찍은 돌. 큰 섬처럼 보인다.
    [좌] 말의 모양, BAR  [우] 회색 돌에 흰 줄을 그리면 언덕길도 될 수 있다.

    디자이너는 우리 시대의 예술가다. 그가 천재이기 때문이 아니라 예술과 대중 사이를 다시 묶는 활동 방식 때문이다.

    <예술로서의 디자인> p.28~29

    ‘아름다움’이란 바로 ‘정확성’의 결과다. 정확한 설계는 아름다움을 낳는다. (중략) 어떤 물건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수캐구리가 암캐구리에게 말한 것처럼 좋아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예술로서의 디자인> p.33

    디자이너가 제작하고 있는 방법은 무엇보다 진실하고 참신하다. 또한, 우리 모두의 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대중적 수준에서 널리 알리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임무이기 때문에 무나리는 이 책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그는 디자이너의 일이야말로 널리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현재 생활방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것을 매일 생활에서 말해주고 있음을 장미 가시에서 갖가지 의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를 통해 보여준다.

    사람들은 길에 멈춰 서서 포스터를 평가하고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살펴본 다음 흥미 있는지 어떤지를 정하는 그런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다. 전달은 즉각적이어야 하고 정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술로서의 디자인> p.55

    지난날의 미술(회화와 조각)은 우리에게 자연을 정적으로 보는 습관을 가지게 했다. 해넘이, 얼굴, 사과, 모두가 정적이다. (중략) 하지만 실제로 한 알의 사과는 사과 씨에서 사과나무가 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의 과정의 한 순간이다. 자연 속에 멈춰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65년 4월 5일에 고착된 자연이라든가 32세하고 8일의 나이로 고정된 얼굴 따위는 완전히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그것은 자연을 멈추게 하면 자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곧 진리에서 너무도 동떨어진 생각이다. <예술로서의 디자인> p.205

    무나리는 자연을 그대로 베끼는 것도 과제이지만, 자연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라면서 자연의 구조를 연구하고 형태 전개를 관찰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좀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고 역설한다.

    또한 영문판 부록에서는 현대미술과 디자인에 대한 무나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미술가가 ‘위대한 예술가’의 엄청나게 값이 나가는 ‘걸작’, 즉 오직 하나의 독특하고 성스러운 ‘물건’이라는 신화를 깨뜨리고, 대량 생산된 상품을 팔지 않을 수 없게 된 이유를 사회 속으로 돌아가 그들의 이웃과의 접촉을 되찾고 돈 가방을 쥔 소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해 예술을 창조하려는 욕망이라고 했다. 미술가는 미술이 장사 일이 된 그 순간 겸손을 되찾아야 하며, 대중들의 요구를 알아내 다시 그들과의 접촉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며, 이것이 진정 자신이 미술가에서 디자이너로 변모하게 된 이유와 까닭이라고 고백한다.

    출판협회의 여러 가지 상표. 물고기를 딴 것

    <예술로서의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과 나쁜 디자인, 그리고 우리 일상생활에서의 디자인의 중요성 등을 터득하게 해준다. 학문적이라기보단 오히려 인문학에 가까워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의 끄덕임을 자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겨있는 경쾌한 유머와 위트,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된 무나리의 스케치와 작품들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그것은 읽는 이에 대한 배려이며, 속내를 탈탈 털어서라도 화두를 던져 공유하고 싶었던 아티스트의 마음 그대로의 마음이다.

    책 정보

    <예술로서의 디자인>

    저자: 브루노 무나리

    역자: 김윤수

    출판사: 두성북스

    출간일: 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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