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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스튜디오 ‘킨키펌’ 임도형

    ‘불편함을 통해 각인되는 의미’에 대하여


    인터뷰. TS 편집팀

    발행일. 2013년 02월 28일

    디자인 스튜디오 ‘킨키펌’ 임도형

    사람은 누구나 편리를 추구한다.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쉽게. 물론 당연한 일이다. 세탁기의 발명이 그랬듯이, 편리하다는 것에는 윤택한 삶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러니 어느 누가 편리를 추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 욕구야말로 인류가 누리는 전 분야에 걸친 기술이 발달하게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방향을 향할 수는 없는 법. ‘킨키펌(Kinky Firm)’은 편리의 추구에서 벗어나 약간의 불편을 통해 '다름'을 추구한다. ‘쾌락을 위한 협동의 조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킨키펌. 그곳의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임도형을 만났다.

    킨키펌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Kinky라는 단어가 사전적으로는 변태, 성적으로 지나친 그런 의미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약간 오묘한, 정상적이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어떤 것을 지독하게 파고드는 사람 보고 ‘얘 변태야’ 하고 부르잖아요? 그런 것처럼 쓰이기도 해요. 디자인에서 변태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 그 나름의 맛이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킨키펌’이라고 한다면 다른 (방향성을 띄는) 회사,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어요.

    킨키펌만의 디자인적 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용자를 약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대단히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디자인은 사용자 위주의 디자인, 친환경적인 디자인인데, 그런 것들은 궁금증보다는 감탄사가 나오게 하거든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것이에요. 물론 처음에는 불편할 수 있겠죠. 하지만 오히려 알아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찾거나 계속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수고를 들이게 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그렇게 사용하다 보면 그 안의 의미를 사용자가 더 깊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가 의뢰를 받아서 하는 일 외에도 ‘플레인빌라(Plain Villa)_홈페이지’라는 자체 브랜드가 있어요. 이 브랜드 속에는 다양한 설정이 있는데, 이 설정을 이용해 만든 노트가 하나 있어요. 설정과 함께 어떤 대상을 정해놓고 만든 것인데, 이 대상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노트면 노트지 뭐 거기에 공간이 어떻고 인물이 있고···. 아이고, 입 아프겠다.’ 이런 반응을 보이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사람들도 나중에는 그 안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인지하게 된다는 거예요. 앞서 얘기한 노트가 ‘사무엘 노이드 씨의 노트(Samuel Noid: document type)’라는 건데,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가도 어느새 그 속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불편함이라는 것이 디자인과 과정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불러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처음에는 순수미술을 했었어요. 한 3~4년 했는데, 중간에 (정체성) 혼란의 시기가 왔죠. 뭘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 ‘너는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해라.’ 이런 이야기가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그림 자체에도 레이아웃이나 구도 같은 면에서 디자인적인 것이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새롭게 시작했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기본적인 게 없어서 그런지 정말 어렵더라고요.(웃음) 그렇게 감을 못 잡고 있는데 한 번은 슈퍼마켓 전단지를 만들게 됐어요. 그런데 이미지도 좋고 서체도 제가 좋아하는 느낌으로 디자인이 잘 된 거예요. 그때부터 느낌도 오고 욕심도 나기 시작했죠.

    ▲ 애프터갤러리 파티 디자인(2011)
    ▲ 아트에디션 2011
    ▲ 전시 <낯선 숲> 디자인
    플레인빌라는 킨키펌의 자체 스테이셔너리 브랜드이다. 브랜드 이름이기도 한 플레인빌라는 하나의 소설적 가상 공간으로, 서로 다른 정신적 성향을 지닌 8가구가 살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을 모델로 하여 나온 첫 제품이 바로 ‘사무엘 노이드 씨의 노트’. 규칙과 청결, 수집, 기록에 강박증세를 보이는 사무엘 노이드의 성격과 행동양식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노트는 구체적으로 부여된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허구의 캐릭터가 살아 숨 쉬게 한다. 

    ‘플레인빌라’가 브랜드 이름이면서 하나의 가상공간이라는 점이 독특한데요.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저희 나름의 방식이 있습니다. 보통은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자료를 여기저기 붙여놓고 참고하는데, 저희는 모든 것을 말로 풀어내요. 예를 들어 시에서 40km 떨어진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는 어떤 자재를 쓴 건물이 있고, 크기는 어느 정도에 정문은 어떻게 생겼으며···.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계속 자세하게 들어가는 거죠. 손짓 발짓 동원해가면서 대화로 풀어내는데 처음에는 생각하는 게 조금씩 다르지만 거듭하다 보면 꼭짓점이 하나씩 생겨요. 그렇게 꼭짓점을 하나씩 찾아내서 만들어낸 것이 ‘플레인빌라’죠. 플레인빌라 속의 인물들 역시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품을 사용하는 단 한 명의 사용자를 만들어낸 것이죠. 정신적으로 풍기는 인상과 성향을 범주화한 ‘멘탈싸인’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런 개념을 참고해 정신의학에서는 병으로 취급하지만 실제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정신적 성향을 소스로 인격화시킨 것이죠.

    비록 노트 하나지만 공간을 만들고 인물을 만들고 하려면 보통 작업이 아니었겠네요.

    생각보다 오래 걸려요. 제작까지 한 넉 달 걸린 것 같네요. 그동안에는 거의 집에 못 들어갔죠. 의뢰받은 일도 동시에 해야 했으니까.

    굉장히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여되어 있어서 그럴까요? 사용자가 제품에 설정된 인물에 동화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노트 구석구석에 사무엘 노이드 씨의 성격이 묻어나 있어요. 사무엘 노이드 씨의 생활법, 방식 같은 것은 물론이고 일과까지 모두 녹아 있습니다. 이런 것은 노트를 받았을 때 처음 접하는 포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상자를 열면 진공포장이 되어 있는데, 이런 장치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담는 거죠.

    ▲ Samuel Noid: document type

    플레인빌라가 일단 스테이셔너리 브랜드라고 했는데, 한 분야에만 머물기에는 아깝지 않을까요?

    그럼요. 스테이셔너리 분야로만 카테고리를 잡아 놓은 것은 아니에요.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놓은 것이 있는데, 사무엘 노이드 씨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일회성을 띈 제품이 나올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게 이제 1년 조금 넘었는데,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다음에는 어떤 것이 나오는지 많이 물어보세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 메일링 리스트를 만들어서 사무엘 노이드 씨의 이야기를 조금씩 제공하려고 합니다. 올해 초에는 달력을 만들었는데 그 속에도 사무엘 노이드 씨의 이야기와 성격이 담겨있어요.

    킨키펌의 2013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플레인빌라를 조금 더 진행하는 것? 지금 독립잡지를 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사무엘 노이드가 아닌 다른 인물로 갈 예정인데, 이 사람의 모든 제품은 잡지로 만들어질 겁니다. 그리고 사무엘 노이드 씨의 이야기를 짧은 영상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더 많은 분에게 플레인빌라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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